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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중에 더 중한 것은?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2-01-16 21:40:30
추천수 0
조회수   1,245

제목

삶과 죽음 중에 더 중한 것은?

글쓴이

현동혁 [가입일자 : 2001-07-26]
내용
제 나이 서른에 큰 누나가 돌아가셨습니다. 추석 즈음에 얼굴이 이상해지고 말도 어눌해져서 고향 제주도의 병원에서 뇌출혈 증상이란 것을 알았고, 동생이 근무하고 지인들이 있는 세브란스로 갔지요. 뇌혈관기형에 따른 뇌출혈....그리고 누나는 '진짜 이상해....마치 테레비 연속극 같아. 이렇게 아픈 게...'라고 비뚤어진 입으로 읖조렸습니다.



누나가 다니던 호텔신라. 그 곳에 다시 다니고 싶다고, 그리고 병원에서도 뭐 달리 시술할 게 없으니 그냥 불편한 채로 지내던지, 감마나이프 시술을 받아 보던지 권유해서, 좋아질 요량으로 감마나이프 시술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몸이 춥다고 그러고는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심정지. 그리고 다시 전기와 약물로 심장을 뛰게 하고는.....죽음은 고향에서 맞게 하고 싶다고 아버지는 울면서 고향으로 의식없는 누나의 육체를 옮겼습니다.



주중은 서울, 주말은 고향 병원. 이를 몇번 해 보기도 전에 너무 쉬이 지쳐갔고, 힘들다라고 느낄 때 즈음에 누나는 돌아가셨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날 첫 아이는 태어 났고, 의사 선생님의 아이의 심장이 약하게 뛴다는 말에 그저 안전하게 제왕절개 해주라고...겁에 질려 그렇게 전화상으로 얘기했었지요. 아버지는 저에게 누나가 네가 병원비 보태라고 돈 많이 낸거 알고 있었냐고 물었고, 1년 즈음 지난 후에 한글 비석을 하나 만들어 누나의 묘 앞에 세웠습니다. 삼성에 다녔다는 내용도 쓰고 한글로 만들었지만, 사돈집 어른들은 그 비석을 건방진 짓이라며 파서 버렸지요. 다시 아버지는 울먹이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몇년....클라이언트 회사에서 배가 아파 응급실에 실려갔네요. 부정맥과 심부전으로 인한 신근경색. 콩팥 한 쪽이 혈전에 막혀 일부 조직이 괴사...마침 세브란스 영상의학과에 있던 친구놈은 뇌혈관이 안막힌 것만으로 다행으로 생각하라며 꾸짖고는 묵묵히 불규칙한 심장을 일일히 수기 보정하며 CT를 찍어 주었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인 나, 두 아이의 엄마였던 누나....센티해져 눈물이 많이 나더라고요....생활의 스트레스를 줄인다고 세명이 동업하던 일도 그만하고 조그만 법인에 들어가고, 철 좋다는 면박 속에서도 자전거 타고, 등산하고, 재작년, 작년 부정맥 시술로 어느 정도 심장은 이제 약으로는 컨트롤이 되는 상황입니다.



어르신들이 많은 데, 술자리에서나 하는 부끄러운 이야기 하기가 좀 그러합니다만, 저는 삶보다는 죽음을 알고 느껴야 공존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슬픔, 안타까움, 부존재에 대한 어쩌할 줄 모르는 마음의 찢어짐....나라는 존재 또한 그러하게 사라질 것이고 타인 또한 그러한 찰나의 존재라는 것. 동 시대를 살아가는 그 기막힌 우연에 있으니, 타인의 삶에 대한 경외와 존중...이러한 나와 타인에 대한 연민이 건강을 잃고 나서 느낀 가장 큰 인생의 수확이었습니다.



성공과 출세?를 지향하고, 동시대인에게 귀를 기울이지 못한 내가 너무 부끄러워진 순간이기도 했고요. 나의 삶이란 것은 결국 타인이 나를 기억해 주는 어떠한 것, 내가 기억하는 타인 속의 나일 뿐 혼자 있을 순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저 이국땅에서 죽어가는 아이에 대한 뜨거운 연민이 생기더군요. 그저 남의 일 같았는데....



아버지가 조금 편찮습니다. 엄살이 심한 당신이지만 설에 온 가족이 모였는 것 보고 싶다고, 며칠 여유있게 있다 가라고 하시네요.



나와 남이 따뜻하게 공존할 수 있는 가족, 공동체, 나라, 지구, 우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먼 이상일지도 모르지만....더불어 따뜻한 와싸다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시 대학 다니는 기분입니다. 날적이를 적는 느낌. ㅋ 따뜻한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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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일진 2012-01-16 21:49:55
답글

밤이 없으면 ,낮이 없고,미움이 없으면,사랑이 없듯이,<br />
죽음이 없으면,삶 또한 없습니다.동전의 양면처럼 삶과 죽음은 같은 것입니ㅏㄷ.

문경석 2012-01-16 21:52:13
답글

어떻게보면.. 잠을잔다는것이 미리 죽음을 가상 체험해보게 되는거라 믿고싶습니다 ^^;;<br />
꿈도구고 잠꼬대도 하고... 그러나 깨어보면 기억나는건거의 일부지요... <br />
죽음도 그렇게 왔으면 좋겠습니다.. 나도모르게 잠이드는것 처럼....<br />
그래서 죽음을 영원히 잠드는거라고 하는지도몰,겟습니다...<br />
힘내세요~~ 살아있는동안은. 열심히 살아야지요...

황은석 2012-01-16 22:40:41
답글

뭔가를 쓰고 싶은데 뭐라 써야할지 몰라 잘 읽고 간다고만 적어봅니다.

유충현 2012-01-16 22:48:46
답글

저도 혈전으로 뇌혈관이 막혀 죽다 살아났지요. 일주일 간 중환자실에 누워서 그 녀석과 참으로 많은 얘기를<br />
<br />
나누었습니다. 극복할 수 없다면 죽음과 친해지는 것도 괜챦은 방법 같습니다. <br />
<br />
아무튼 대수술을 받고 호전이 되어 퇴원을 하면서 부터 늘 그 녀석이 옆에 붙어 있는 것 같아요. <br />
<br />
결코 우호적이랄 수는 없지만 삶의 욕동들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는 파트너지요. <br

권민수 2012-01-16 22:54:06
답글

<br />
세상 모든 생물들을 설명할때 <br />
가장 중요한것중 하나인 그런 주제가 바로 죽음..이지요<br />
삶 끝엔 모두가 죽으니...<br />
저도 죽음에 대해서 늘상 생각을 하지만.. 살아있는동안 너무 자주 생각하면 너무나도 짊어지고 살려하면<br />
너무 우울해지는것 같습니다. <br />
그저 살면서 죽임이 늘상 곁에있다는 자연스러움으로 살고싶지만 간혹 사라진다는 개념..<br />
그런것에 한번씩 빠져들

고성규 2012-01-16 23:07:40
답글

가볍고 담담히 쓰신 글이시지만 결코 가볍게 읽지는 못할 글이네요 끝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이 주어진 것에 늘 감사드립니다 다시 글로 알려주셨으니 감사합니다 평안한 저녁되세요

고성규 2012-01-16 23:08:36
답글

참 어르신께서도 얼른 쾌차하시길 빌겠습니다

정철호 2012-01-16 23:14:34
답글

현동혁님의 글을 보니 한편의 영화를 본것 같습니다. <br />
저를 돌이켜 볼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br />
문득 어디서 읽은 글귀가 생각나 올려봅니다.<br />
<br />
<br />
한 남자가 내 친구 제이미 코언에게 물었다.<br />
<br />
"사람의 가장 우스운 점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br />
<br />
코언이 대답했다.<br />
<br />
"모순이죠. 어렸을땐 어른이 되고 싶어 안달

진성기 2012-01-16 23:19:09
답글

베르나르의 소설 타나토노트를 읽으면서 허무 맹랑한 공상을 보앗습니다.<br />
6년전 쯤 심근 경색으로 쓰러질때 <br />
베르나르 녀석의 상상 제법 실감 나더군요.<br />

현동혁 2012-01-16 23:20:22
답글

다들 감사합니다. 같이 행복하고, 같이 잘 살았으면 합니다. *^^*

김귀현 2012-01-16 23:23:15
답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느끼는 점이 많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임대혁 2012-01-17 00:01:52
답글

이제 좀 철 비슷한게 들어서 제대로 살아봐야 겠다고 느끼니...이미 눈은 침침해서 책보는것도 불편하고 한번 인대가 늘어나니 한 1년 이상 전처럼 돌아가지 않는걸 느끼며....죽음이란걸... 잠깐씩이나마 진지하게 생각해 되네요....이러면서 익숙해져 가는거겠죠....언젠가 끝이 있겠죠...다들처럼...저도 끝이 있을거구요....그냥 잘 끝났으면 합니다...

노명호 2012-01-17 00:11:36
답글

삶과 죽음을 어찌 ,사람이 한마디로 , 혹은 몇마디의 말로 정의하겠습니까...? 그저 , 오늘 하루 살아 있으므로 , 맑고 푸른 하늘을 쳐다보고 느낄수 있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미래의 어느 하루 , 갑자기 사라질 삶이란것 을 알기에 지금의 삶이 더욱 아름답고, 소중하겠죠...쩝.

구행복 2012-01-17 00:30:24
답글

아직까지 그 어떤 사람도 풀지 못한 숙제가 아닐까요? <br />
사라진다는 것. <br />
때로는 두렵기도 하고, 조금 무섭기도 하지만... <br />
<br />
상대적으로 살아있음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br />
밤마다 듣는 KBS FM 밤12시 전기현의 음악풍경 시작할 때의 시그널 뮤직이 시작되면 웬지 모를 기쁨이 쏟구칩니다. <br />
너무나 각박한 삶의 현실속이지만 저를 사랑해주는 소중한 가족들이 있어 감사하고 .

김종훈 2012-01-17 00:38:52
답글

가슴에 짠합니다 <br />
우리들의 인연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건지<br />
작년 건강검진에서 발견되어 4기 판정을받고 죽음에 두려워 않으려고 마음다지고<br />
아내와 아들들에게도 연습을 시킨답니다 내가떠난뒤 너무힘들것 같아....<br />
남은시간이 얼마인지 몰라도 동혁님이 느끼시는것을 행하려 하면서 지냅니다<br />
거제도 숲속에는 인터넷 없어 폰으로 글쓰니 에고...힘드네요<br />
제작은아

지인수 2012-01-17 02:11:15
답글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정성들여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br />
<br />
김종훈님^^ 꼭 다시 건강해지시리라 믿습니다~~ 화이팅입니다 !!!

김성진 2012-01-17 07:18:28
답글

삶과죽음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것입니다.<br />
어렸을때는 죽음은 두려움자체였는데...<br />
이제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은 "잘살다 가야하는데" 하면서 준비를 하게됩니다.<br />
<br />
불교에서는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라 이 생에서의 삶은 업으로 다음 생으로 가져간다지요.<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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