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요…
저도 고딩 땐 독일어가 참 싫었습니다.
1격, 2격이니, 강변화, 약변화니, 불규칙변화니,
게다가 그 노처녀 독일어 선생님은 유독 표독스러워서, 전교생이 독일어라면 치를 떨었죠.
이후,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대학원에서 신학을 전공하면서,
독일어를 자주 접하니, 고딩 이후 독일어를 배우지는 않았어도, 눈에도, 입에도, 상당히 친숙해진 것 같습니다.
나중에 불어는 배우려다 앞의 발음만 깔짝거리다 치웠고,
라틴어는 기초 문법은 다 뗐는데, 배울 땐 알겠던데, 무성의하게 공부했고, 이후에도 안 봐서, 다 잊었습니다.
신학대학원에서 그리스어, 히브리어도 배웠지만, 이건 라틴어보다 더 기억 안 납니다.
독일어와 라틴어를 접하면서 느낀 이질감은,
저는 학부에서 국어국문학을 배웠는데, 한국어, 독일어, 라틴어, 불어 등등,
각자 업계(?)의 바닥이 달라서인지, 개념의 차이가 있어서인지,
한국어에서는 주격, 직접목적격, 간접목적격, 소유격, 부사격 등등이라는 것을,
라틴어에서는 1격, 2격, 3격, 4격이니, 그리스에서는 속격이니 대격이니,
빤히 통일이 될만한, 개념 차이가 없는 용어조차 다 제각각이어서 짜증 만빵이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배운 외국어인 라틴어를 배울 때는 나름 머리도 굵어졌고 해서, 이런 어이없는 걸로 능률이 안 올라서야 되겠나 싶어,
주격, 직접목적격, 간접목적격, 소유격, 부사격 등등으로 다 한국어 문법 용어로 고쳐 써넣어 공부했습니다.
언어라는 것은 문법이니 뜻이니 이전에, 그 언어의 소리에서 느껴지는 말맛이 귀와 입에 붙는 게 최우선적이라 생각합니다.
그게 몸에 붙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존에 한국어와 영어를 통해 알고 있던 문법 용어도 다 다르게 쓰고,
변화표만 엄청나게 들이밀면, 그 언어는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공포와 부담의 대상이 된다고 봅니다.
규칙 변화는 물론이고, 불규칙변화니 뭐니 해도, 다 음운 법칙따라 조금 복잡하게 변한 것일 뿐,
그 해당 언어가 입에 붙은 원어민에게는 그렇게 변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한국어의 복잡한 음운 변화(아마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은 불규칙이라고 배우겠지요)에도
지극히 당연한 변화 법칙이 있다고 느끼듯 말입니다(언어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 입장에서 체계적으로 설명하지 못할 뿐).
국어국문학을 배우며 국어학의 음운론을 접하니, 다른 언어도 같다는 걸 알겠더군요.
(음운론이란 언어 공통의 일반언어학이니까. 인간이 입에서 말소리내는 법칙이 음운론입니다)
제가 학교 다닐 적에 구약학 교수님이 그러시더군요. 히브리어가 어렵냐?
그러면, 뜻이고 문법이고 몰라도 좋으니 한달동안 주구장창 구약성서 원문을 음만 읽어봐라,
우리 조상님들 사서삼경 낭송하듯 말이다. 조상님들 공부법이 아주 지혜로운 것이다,
그렇게 입에 붙으면 문법도 깨치고, 뜻도 새길 수 있게 된다,
미심쩍냐? 일단 해봐라,
- 그런데, 이것도 여간 부지런하지 않으면 못 하겠지요.
그러나, 일단 이렇게 입에 붙고 귀에 붙어 익숙해지면, 언어 습득의 큰 장벽을 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언어 감각을 몸에 붙이려면 부지런해야 되는 것이고.
우리가 한국어, 영어를 통해 익히 아는 문법 개념을 굳이 다른 용어로 표기하고(제각각 활동 영역이 달라서 그렇게 형성된 것일테지만),
규칙이니 불규칙이니 표만 무수히 들이미니, 엄두가 나서 배우겠습니까? 이렇게 처음부터 부담 만빵으로 공포감을 조성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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