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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주...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2-01-05 13:04:21
추천수 0
조회수   956

제목

마지막 연주...

글쓴이

박기석 [가입일자 : 2004-10-28]
내용
제가 지금 소속되어 있는 밴드를 처음 만드신 분이 계십니다.

나이는 57세이시고, 사실 와인동호회 안에서 자그마하게 시작한 밴드죠...

머 어찌어찌 작년 초에 공연도 한번 했었구요...

제가 메인기타 잡고, 형님이 세컨 잡아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런 노래도 했었죠...



한 1주일 전에 그 형님께서 직장암 말기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 계시다길래...

오늘 오전에 윗분들 안계실 때에 잠시 다녀 왔습니다.



솔직히... 못 알아보겠더군요...

키도 크시고 멋쟁이셨는데... 얼굴이 반쪽이 되었고...

제가 가니까 억지로라도 물이라도 삼키시려고 하던데... 결국 한모금도 못 삼키셨습니다..

한 10분 정도 이야기하다가 이제 일어나야겠다고 말하니...

옆에 기타를 가리키면서 저보고 한 곡 쳐보라는 시늉을 하시더군요...



손도 언 상황이고 손에 익숙하지도 않은 기타지만... 거부할 수가 없더군요..

키타로 오시오의 황혼과 윈드 송을 연주했습니다.

삑사리가 얼마나 났었는지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죠...

윈드 송 치는 중간에 슬쩍 쳐다보니...

형님께서 편안한 얼굴로 주무시고 계시더군요...

사실 연주하는 동안 다른 방문객이 오셨는데 저의 연주와 형님 모습을 보고 조용히 계셨습니다.



연주가 끝나고도 형님께서는 그렇게 앉은 자세로 편안하게 주무시더군요.

전 형수님께 인사를 드리고 병원을 나왔습니다.

아마... 제가 형님에게 보여드린 마지막 연주가 되겠지요???



사실 우리 밴드의 여자보컬 어머님께서도 대장암 말기인지라 요즘 분위기가 좀 그렇습니다.

장훈님 아버님 이야기도 그렇고... 암튼...

와싸다 회원 여러분... 건강 꼭 챙기시기 바랍니다... 건강이 제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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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일진 2012-01-05 13:08:00
답글

설마 괜찮겠지하고 술 과음하고 담배 많이 피는 것...불규칙적인 생활,,<br />
그리고 음식을 아무거나 먹는 것..이런 것들이 나중에 복병처럼 나타납니다.<br />
건강 상식을 교과서처럼 지키고 꾸준한 운동을 하는 수밖에요....<br />
그래도 기석님 연주를 들으시고 마음이 평온해지셨으니.....잘 하셨네요...~

조상현 2012-01-05 13:19:33
답글

어쩐지 한쪽이 아리네요. 추운 겨울이지만 온기가 느껴지는 글입니다.

이수영 2012-01-05 13:44:18
답글

형님께 좋은 선물 드렸네요... ㅎ

임상훈 2012-01-05 14:46:03
답글

잘은 모르지만, 글을 볼 때마다, <br />
참 따듯하신 분이구나는 생각이 듭니다...<br />
<br />
안타깝습니다. 좋은 사람들은 왜 빨리들 가시는지...

ktvisiter@paran.com 2012-01-06 13:29:50
답글

마음이 아프네요....위암말기로 기로에 놓였을 때 여동생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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