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디어렙법 처리를 둘러싼 언론운동진영의 대립을 겪어보니
오늘의 밥그릇 앞에서는 어제의 동지도, 원래의 입법취지와 목적, 대의도 아무 소용이 없네요.
결국 노조같은 이익집단에게는 사회운동도 일단은 내 밥그릇이 안전하고 난 후에야 가능하다는 것이고,
이해는 합니다만 씁쓸하네요.
민주당은 중심을 잡고 양측을 중재해야 할 입장인데
이쪽에서 세게 말하면 이쪽으로 저쪽에서 세게 말하면 저쪽으로... 갈팡질팡
시민통합당에서 들어온 분들은 모두 다 아직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데다 유세하느라고 정신이 없어 신경도 못쓰는 상황이네요.
아쉽고 한심한 것은 종편과 한나라당의 판세에 말려들어서
손에 필승패를 들고서도 무슨 패를 들고 있는지도 모르고 게임에도 지고 상대가 먹어야 할 욕까지 혼자서 다먹는 최악의 수를 둔다는 것입니다.
결국 "나만 광고 직거래 하게 해달라. SBS와 MBC가 나서면 우리가 망하니 둘은 막아달라"는 조중동 종편이 요구한 대로 모두 다 수용하고, 미디어렙법이라는 이름이 부끄럽게 되어버린 미디어렙법은 "조중동 종편 보호막"이 되었습니다.
더 문제는 이렇게 당하고서도 초근시안적인 밥그릇 챙기기에 바빠서 어떻게 당하였는지도 모르고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 말든 지금 당장 내 밥그릇은 챙겼으니 잘했다고 하는 것이고요.
이럴 때는 차라리 한나라당의 집요함과 치열함이 참 부럽습니다.
아래는 제가 오마이뉴스에 쓴 글입니다.
미디어렙법 연내 처리두고 집안 갈등 할 이유가 없다.
연내 처리 노심초사 당사자는 종편과 한나라당
언론운동 이름 내세운 '언론사 밥그릇 싸움' 되어서는 안된다.
조선.중앙.동아.매일경제 종합편성방송채널(이하 ‘종편’) 선정 및 승인의 근거가 되는 법은 소위 미디어법이다. 그런데 이 미디어법은 한나라당의 위법한 날치기 통과로 헌법재판소로 부터 국회 스스로 시정할 것을 권고받았다. 입법기관인 국회를 존중하여 시정권고를 하였지만 사실은 위헌판결을 받은 위헌법률인 것이다.
이러다 보니 종편은 그 근거법부터 시작하여 의무전송, 황금채널, 광고직거래 허용 등 불법적 불공정 특혜로 시민사회의 지탄을 받아왔다. 이 중 광고직거래 허용 특혜와 관련된 것이 바로 미디어렙법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은 그간 한 목소리로 “종편 원천무효 승인취소”라는 근본적 틀 안에서 “종편 특혜 저지”를 외쳐왔으며, 광고직거래 특혜를 막기 위하여 미디어렙법의 빠른 제정을 촉구하여 왔다. 그러나 미디어렙법은 한나라당의 무책임한 지연책으로 인하여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독점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한 시한인 2009년 12월을 넘기고 지금까지 3년이 넘도록 방치되어 왔고 18대 국회의 마감이 코앞에 다가왔다.
급기야 연내 처리를 두고 그간 한 목소리를 내어오던 <조중동방송 퇴출 무한행동>과 <조중동방송 저지 네트워크>의 2개 연대모임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적전 분열의 양상을 보이게 되고 통합민주당은 샌드위치가 되어 오락가락 갈팡질팡이다. 한나라당이 합의안으로 제시한 ‘1공영 다민영, 종편 미디어렙 편입 2년 유예, 미디어렙 지분 40%’를 수용하여 연내 처리하기로 하였다가 27일 수용을 거부하기로 하였다가 28일 의원총회에서는 또 다시 수용하기로 하였다.
<조중동방송 퇴출> <조중동방송 저지>라는 그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양측 모두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 목소리로 “한나라당이 내놓은 협상안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원칙을 훼손하고, 심지어 미디어렙법을 통해 달성해야 할 입법취지마저도 말살하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였다. 언론노조도 반드시 연내 입법을 해야 한다면서도 한나라당 협상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연내 처리’라는 마감 시간에 쫓기면서 그 입장을 바꾸었다.
<조중동방송 퇴출 무한행동>은 언론노조와 언론개혁시민연대, 종교방송협의회, 지역방송협의회가 그 주축이다. 미디어렙법의 ‘무조건 연내 처리’를 주장한다.
그 논지는 ‘미디어렙법을 연내 처리하지 않으면 방송광고시장은 무법천지가 되고 종편뿐 아니라 MBC, SBS까지 직접 광고 영업에 나서게 되고 지역방송, 종교방송 등 취약 군소 매체는 고사될 수밖에 없어 언론의 다양성이 파괴되며 공영방송 MBC의 공공성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연내 입법은 ‘최악 막기 위한 차악 수용’이라고 주장한다. 일단 내준 다음에 내년 총선 후 법개정을 통해 다시 찾아오면 된다고 주장한다.
<조중동방송 저지 네트워크>는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과 참여연대, 진보연대 등 445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종편에게 특혜 없는’ 미디어렙법의 연내 처리를 주장한다.
그 논지는 ‘종편 미디어렙 편입과 미디어렙 지분율이라는 두 가지 모두 다 내준 이대로 법이 통과되면 사실상 종편 직접 광고영업과 각 방송사의 자사 미디어렙 설립을 보장해 편성·제작과 광고 분리라는 미디어렙 취지 자체를 흔든다’, ‘타협안이 오히려 방송의 공공성과 여론 다양성을 크게 해친다’는 것이다. 일단 여야합의라는 이름으로 내주게 되면 종편의 특혜는 합법적으로 보장되고, 미디어렙법 제정은 종편과 종편반대진영 그리고 여야가 모두 동의하는 확실성이 담보되지만, 추후 법개정은 그 입장이 서로 달라 담보할 수 없으며 민주통합당 스스로 미디어렙법 제정의 당초 원칙과 입법취지를 저버리게 되어 법개정의 주장 명분이 없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양측 모두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이야기한다.
한 쪽은 이를 위해 한나라당의 법안에는 반대하지만 연내 처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 쪽은 이를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제시한 합의안은 절대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또 타협안이 ▲그 동안 민주당이 주장해 온 ‘1공영 1민영 및 미디어렙 지분 20%’ 안이나 언론노조가 주장해온 ‘미디어렙 지분 15%’ 보다 크게 후퇴했을 뿐 아니라 사실상 종편이 아무런 규제 없이 직접 광고 영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고, ▲‘보도·편성과 광고영업의 분리’라는 미디어렙의 원칙과 입법취지에 어긋나며, ▲방송과 광고의 유착으로 언론공공성, 보도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며, ▲방송사의 미디어렙 최대지분 40%는 최대주주 방송사가 사실상 미디어렙을 단독으로 경영할 수 있게 하는 과도한 지분율로 언론의 다양성을 파괴할 것이며, ▲방송의 공정성과 미디어산업의 다양성을 보호한다는 본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정답은 명확하다. 바로 “종편 특혜 없는 미디어렙법 연내 처리”이다. "종편 특혜 없는"은 미디어렙법의 입법목적이자 대의이고 "연내 처리"는 과정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절대다수인 구도에서 한나라당의 양보없이는 어렵다는 것 또한 현실이다.
양측 모두 일리가 있고 맞는 말이다. 양시론이 아니다.
또한 언론노조와 지역방송협의회, 종교방송협의회는 원래 이익단체이고 언론현업단체로서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시민단체는 시민단체로서 현실이라는 이름앞에 원칙과 대의를 버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게 하여야 한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되고 대(大)와 소(小)가 뒤바뀌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미디어레법 제정이 언론사들의 이해관계에 얽혀 자사 이기주의로 공공성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공익이 이익집단들의 밥그릇 싸움에 희생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같은 소리를 내던 둘이 단지 <일단 무조건 연내 처리>와 <원안고수 연내 처리 안되면 내년으로>라는 의견의 차이로 서로 생채기를 내며 충돌을 하는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그 순서가 잘못되었고 상대 선택이 잘못되었다.
이로 인해 한 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분열을 자초하며, 원칙도 책임도 없이 오락가락 갈팡질팡 상대에게 모든 패를 다 보여주면서 협상을 하겠다고 한다. 필패다. 결국 다 내주고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그래도’라고 애써 자위하는 참 우스운 꼴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적과는 타협하면서 왜 동지와는 타협하지 못하는건가?
한나라당과 먼저 타협하고 어느 한쪽에게 수용하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먼저 타협하고 그것을 한나라당에게 요구하여야 하는 것이다. 재협상 또한 마찬가지이고 재재협상 또한 마찬가지이다.
미디어렙법의 입법이 지연된 데에는 3년이 넘게 종편의 눈치를 보며 제출된 법안을 방치해온 한나라당에 그 책임이 있다. ‘미디어렙법 연내 처리’로 압박을 가하여야 할 상대는 바로 한나라당인 것이다. 한나라당의 속내는 미디어렙법을 반드시 연내 처리하여야 하는 입장이다.
연내 처리를 하지 않고 무법천지가 되면 죽어나는 것은 종교방송이나 지역방송만이 아니다. 종편 또한 SBS와 MBC에 밀려 고사의 길을 걷게 된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종편은 여야 국회의원에게 ‘SBS와 MBC는 미디어렙에 포함시키고 나만 직접 광고영업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한나라당이 겉으로는 여유만만해 하지만 허세이다. 그 속내는 애지중지 종편을 살리기 위해서는 종편의 요구대로 미디어렙법을 연내 처리하여야만 하는 것이다.
또한 한나라당으로서도 절대적으로 불리한 현 정국에서 대선과 달리 지역기반 총선에 영향력이 큰 종교방송이나 지역방송의 피해를 무시하면서 총선을 눈앞에 두고 언제까지나 무조건 종편 편들기를 하는 것은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연내 처리되지 않으면 어쩌나 가장 노심초사한 쪽은 바로 종편과 한나라당인 것이다. 그렇기에 한나라당과 종편은 속내를 들킬까 드러내놓지는 못하지만 내심으로는 ‘종편의 요구가 모두 수용된’ 이번 합의를 크게 환영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날치기를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리 한나라당이라도 이미 날치기가 다섯 번이니 총선을 코 앞에 두고 더 이상의 날치기는 곤란하다. 한나라당이 ‘단독처리는 하지 않겠다. 30일 본회의에서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는 이유이다.
결국 종편의 요구대로 종편에게 ‘경쟁없는 광고직거래’를 보장 해주는 지금의 타협안은 말이 미디어렙법이지 미디어렙법이 아니다. 종편의 보호막일뿐이다. 미디어렙이 무엇인가? 미디어렙은 방송과 광고의 직접 연결 차단이 근본 목적인데, ‘조·중·동 종편’에 미디어렙 의무위탁을 2년 유예하는 것은 이 대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방송사의 민영 미디어렙 지분을 40%까지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계열광고대행사를 허용하는 것이다.
<조중동방송 퇴출 무한행동>과 <조중동방송 저지 네트워크> 그리고 통합민주당은 우선 “조중동 특혜 없는 미디어렙법 연내 처리”라는 명확한 정답을 쓰기 위해 끝까지 진실로 최선을 다하고, 차선으로 정답과 현실을 놓고 내부합의를 먼저 준비하여야 한다. 동시에 노심초사 한나라당에게는 한 목소리로 '연내 처리'를 압박하여야 한다. 보호막없이 SBS와 MBC라는 호랑이와 사자앞에 내몰리게 된 종편도 한나라당에게 연내 처리를 압박할 수 밖에 없다. ‘최악 막기 위한 차악 수용’이라고 하지만 악은 악일 뿐이다. 가장 나쁜 선이 가장 착한 악보다 낫다. 통합진보당은 언제까지 강건너 불구경하듯 할 것인가?
유권자 시민이 원하는 것은 정답이다. 입법목적을 훼손하는 입법은 있을 수 없다. 정답을 두고 진실로 최선을 다하지 않고서 어찌 표를 바라는가? 조정래 선생은 ‘나의 노력이 나를 감동시킬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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