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김소정 회원님의 글에 달린 한 댓글을 읽다가 든 생각입니다)
저는 "나는 항상 옳다"는 독선 만큼이나 인류에게 해악을 끼치는 게 "모든 놈은 다 도둑놈이야. 정의 따위는 개한테나 주라고 그래" 이런 식의 냉소주의 아닐까 생각합니다.
살다 보면 가끔 진실이나 정의를 추구하는 정상적인 인간의 욕망을 싸잡아서 냉소하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가만히 보면 이런 사람들은 진실이니 정의니 하는 따위에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이고 결국 자신들이 저지르는 악을 면피하기 위해 그런 논리를 이용하곤 하더군요.
인간이 진리나 진실에 범접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거기에 도달하려는 노력과 의지를 냉소하는 거야말로 세상에 악이 득세하게 만드는 주요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냉소주의를 사상적 배경으로 해서 나치가 출현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전 그분이 쓴 또 다른 댓글에서 김정일과 김대중.노무현을 동렬에 놓고 김정일을 찬양하는 북한 분위기와 김.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와싸다의 분위기를 싸잡아 비난하는 내용을 봤습니다. 실제로 비난의 타겟이 누구인지는 그분의 과거글을 통해서 충분히 짐작이 됐지만 지나간 글이라 그곳에 댓글을 달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입맛은 쓰더군요.
"인간은 천상의 빛(이성)을 짐승보다 더 짐승처럼 사는 데 이용하고 있다. 차라리 풀밭에 착 엎드려 있으면 나을 텐데 괜히 폴짝 뛰어올랐다 진흙탕에 코를 박곤한다."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스의 이 말에 대한 신의 답은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다"였습니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야 방황도 하지 않겠지만 방황이 없이는 구원이 없다는 걸 파우스트는 보여줍니다.
비록 실패를 하더라도 끝까지 진실과 정의를 갈구하는 게 인간다운 삶의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독선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란 구실로 선악 구별과 정의를 향한 열정을 냉소하는 논리는, 그 자체가 독선이고 5천년에 걸친 인류의 정신적 축적을 모두 부정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궤변에 지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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