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로하신 어떤 어른께 들은 옛 이야기입니다.
조선시대 쯤....아주 깊은 산골에 마을이 하나 있었습니다.
너무 산이 깊은 곳에 마을이 있어서,
인적도 거의 없고, 오가는 이도 없다 보니 대부분이 문맹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이 곳에 자칭 '훈장'이라고 하는 사람이 지나게 됩니다.
이 훈장이라는 사람이
마을에 자신이 '글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소문을 냅니다.
그리고는 자신들은 글을 모를찌라도 후세에게 글 모르는 걸 대물려 줘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자기에게 보내면 글을 가르쳐주겠노라 합니다.
마을 주민들은 모두 감읍해 하면서
그 사람에게 아이들을 맡깁니다.
그리고 온 마을이 할 수 있는 모든 정성을 기울여서
이 훈장님을 떠받들고 모십니다.
때마다 끼니거리는 물론, 글삯을 수시로 바치고, 좋은 집도 한 칸 내어 주고
호의호식하게 해 줍니다.
이 훈장은 아이들을 데리고 글월을 가르칩니다.
"하늘 하, 땅 땅, 나무 나, 물 물, 고양이 고, 강아지 강~"
생전 처음 글을 배워보는 아이들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막상 배워보니.....너무 글이 쉬워
너무나 쉽게 이 훈장의 가르침에 익숙해져 갑니다.
"곡식 곡, 뿌리 뿌, 여름 여, 겨울 겨~"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훈장은
마을에서 신적인 존재로 떠받듬을 받고,
아이들은 천자문 글자 중 한 글자도 제대로 아는 것이 없으면서도
자기들이 글줄을 다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이 훈장은 급한 일이 있다며,
서운해 하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온갖 선물과
금은 패물들을 받아 챙겨
그 마을을 떠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그 마을에 다른 훈장 한 사람이 다시 지나게 됩니다.
이 사람도 자신을 훈장이라고 소개하니,
마을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합니다.
그리고는 다시 자기 아이들을 가르쳐 달라며
아이들을 그 훈장에게 보냅니다.
그런데 이 훈장은
진짜 훈장질을 하던 분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천자문을 가르칩니다.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루 황~"
아이들이 반발합니다.
"아니 훈장님! 그건 천자문이 아니잖아요! 하늘 하, 땅 땅, 나무 나, 물 물 이렇게 하셔야죠!"
아이들은....너무나 쉽던 옛날 천자문에 비해서
어려워진 천자문을 싫어합니다.
훈장이 가짜라고 집에 가서 부모에게 이릅니다.
부모들은 이 훈장을, 이전 훈장 이야기를 듣고 온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이들은 이 훈장을 매질을 해서 마을에서 내쫓아 버립니다.
이 이야기에서 진정한 잘못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첫 번째 왔던 사기꾼 훈장?
맞습니다. 그놈이 나쁜 놈이지요.
하지만 나쁜 놈이 활개를 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대중이 그 나쁜 놈의 사상에 오케이 하고 있을 때 뿐입니다.
대중이 그 나쁜 놈의 쉬운 천자문을 좋아했기 때문에
활개를 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왜 가카같은 놈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요?
그놈이 나쁜놈이어서요?
맞습니다. 그놈이 나쁜 놈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나요?
가카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돈이 세상 최고의 가치이다"라는 가치관의
살아있는 형상화입니다.
가카는
우리가 만들어낸
배금주의의 화신입니다.
우민이야말로 간악자를 우두머리로 삼습니다.
우리가 눈꼽만큼이라도
악을 악이라고 말할 줄 아는 국민들이었다면,
지금 와서 이렇게 BBK가 진짜라고 떠들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국민들이 조금만이라도 선과 진리에 가까왔다면
저런 사기꾼 새끼가
현대건설의 대표가 되는 일도,
국회의원과 서울 시장이 되는 일도,
대통령이 되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
우리 국민들이 스스로 썩어 있지 않았다면,
저런 사기꾼 새끼는
그냥 2-30대 때 여기저기 사람들 등이나 처먹을려다가
깜빵가서 썩고 일생을 비참하게 보냈을 터인데,
우리가 그런 놈을 대통령까지 되게 만든 겁니다.
우민이야말로 간악자를 우두머리로 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