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있다가 11시 라디오 뉴스에 단편으로 나온 것 듣고 나서부터는
일할 맛도 안 나고,
가을 부터 우울증 비스무리 한거 있었는데
더 심해지는 것 같고,
점심을 먹는데 반 도 안 먹었는데 헛배가 부릅니다..
와싸다에 들어와 이곳 거곳을 둘러 봐도 흥이 없습니다..
분노할 힘도, 저항할 의지도 사라진 무장 해제를 당한 기분이랄까.
그래도 이 시간, 오늘 저녁
영하의 추위를 아랑곳 하지 않을 선량한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해봅니다..
언제나 그렇듯 행동하지 못하는 지성이 저 자신을 더 무기력하게 만들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편의 시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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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 앉는다.
- 황지우, 새들도 새상을 뜨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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