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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아저씨를 괴롭히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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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6 21:5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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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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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아저씨를 괴롭히지 마세요...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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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가입일자 : 2001-12-12]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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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집사람이 잠깐 장을 보고 오면서
제가 사는 동 경비아저씨 이야기를 하는데
엄청 화가 나신 상태라 하더군요.
욕까지 하시면서요...
물론, 다른 사람이나 집사람에게 그러신 것은 아니고
혼자 그러셨나 봅니다.
이유는 아파트에 주차공간이 협소하여 차를 이중삼중으로 대다 보니
정말 생각이 없거나 남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사람은
차를 이상하게 세웁니다.
다른 차가 움직이거나 통행하는데 방해거나 아예 못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죠.
보통 저는 이러면 제가 차에 있는 전화 번호를 보고
직접 전화해서 최대한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선생님, 죄송합니다만 선생님 차량이 방해가 되어 차가 다니지 못하니
빠른 조치 부탁합니다."
이 정도 이야기로 설득합니다.
거의 다 들어줍니다.
만약 연락처가 없으면 경비아저씨게 부탁하여 조치를 취하죠.
그런데 주민 중 몇몇은 이런 상황이면
대뜸 경비아저씨에게 가서 신경질을 내고 심지어는 욕도 하나 봅니다.
지금 경비아저씨는 제가 5년 이상 뵈었고
정말 아파트 일을 손수 나서서 하시는 분입니다.
아파트 출입자를 세세하게 검사하시고 동 주민 모두 기억하시는 분입니다.
청소까지 하시고 쓰레기 분리수거도 주민을 대신해서 수고하십니다.
특히, 주차 공간 확보나 주차 감시 등 매우 열심히 하시는 분이거든요.
이런 모습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아저씨에게 그런 언행을 할 수 없죠.
아니 자기 손은 더럽(?)히기 싫은 거죠.
아저씨를 압박해 어떻게든 자기만 편한 길로 가고 싶은 거죠.
그리고 좋은 말로 아저씨에게
이런 어려운 상황이 있으니 아저씨가 말씀 좀 해주시면 어떨까요?
이 정도면 아저씨가 저렇게 화가 나셨을까요?
성실하게 일하시는 아저씨가 힘들어지시거나 그만두실까 정말 걱정입니다.
저 아저씨 말고 다른 교대 근무 아저씨는
지난 1년 동안 10번 가까이 바뀌었습니다.
몇몇 주민의 등쌀도 한몫했을 겁니다...
저도 못살지만 못사는 사람 중 더 깐깐하고 사람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나 봅니다...
그런대도 저렇게 남으셔서 끈기있게 근무하시는 분께
잘해드리지는 못할 망정 화풀이 대상으로 삼다니
연세도 많으신 분께 말입니다.
괜히 부모님 생각도 나고 제가 화가나서 흥분을 합니다.
여러분은 경비아저씨께 그러지 않으시죠?
위의 글이 10월에 와싸다에 쓴 글입니다.
그런데 지난 달 어느 날 경비아저씨가 바뀌었습니다.
새로 아저씨가 오셨죠.
저는 위의 사연이 일상다반사인 5년 이상을 온갖 궂은 일 하신 아저씨가 드디어
힘이 드셔서 그만두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죠.
아저씨께서 잘 쉬시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집사람이 옆집에 다녀와서 저에게 그러는데
아저씨께서 돌아가셨답니다.
심장마비로요...
옆집 아저씨는 관리사무소에서 안부를 물었었나 봅니다...
집사람은 말하고 나서 계속 울고요.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마음이 매우 아픕니다.
저렇게 고생하시면서 힘드셨을 텐데...
해 드린 거라곤 평소에 먼저 인사드리고 가끔 음식 전해 드린 것밖에는...
그렇게도 아저씨를 힘들게 했던 모진 사람들이 없는 세상에서
아저씨께서 편히 쉬시면 좋겠습니다.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계속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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