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게에 정명훈씨가 “세계적인 지휘자”로 거액을 받을만한 위치인가라는 글이 있다. 나는 이런 의문 제기를 좋아한다. 가장 확실한 믿음조차도 회의나 검증의 대상이 되는 게 경쟁력있는 시스템의 특성 아니던가?
연장선상에서 제주도와 한국인 히말라야 등정을 거론해 본다.
부재 중에 제주도의 "신 7대불가사의" 선정과 한국인의 히말라야 희생이 있었나보다.
예전에도 한번 언급한바 있지만 개인 취미생활을 국가의 자긍심이나 국력과 연결시키는 개그는 그만 보았으면 한다. 탐험이란 단어에 2번째란 이미 의미가 거의 없는 수사인데 “14좌 정복”이니 하는 얘기는 얼굴 붉어지는 발상일 뿐이다.
탐험과 모험의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가 아니라 “언제”이고 한 참 뒤에 “어떤”이다. 히말라야 14좌, 7대륙 최고봉, 극지 정복 등은 동호인들의 소박한 관심사 외에 아무도 관심이 없는 일상이다. 거기다 셀파 동반, 산소통, 중무장 베이스캠프와 헬기 등이면 이건 패키지 관광에 불과하다. 냇지오 다큐를 보면 50kg에 불과한 셀파가 생존을 위해 등산객의 짐 120kg을 나른다. 이런 게 자랑스러운 사람들은 백 년 전 또는 수십 년 전 스코트, 섀클턴, 아문센, 피어리, 난센 아니면 헌트나 메스너의 모험을 좀 보기를 충고한다. 백년전, 수십년 전에 하이테크 도움없이 이미 쫑난 모험이다.
내가 바투타나 핀투, 마르코 폴로보다 더 많은 국가와 도시를 여행했으니 나도 상당한 여행가라고 주장하면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 히말라야, 극지 정복이 아직도 신문 주요 면에 오르는 나라가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할 뿐이다. 산악 그랜드슬램(히말라야 14봉, 7대륙 최고봉, 남/북극)이야 말로 패키지 관광적 발상이고 소시지나 햄버거 많이 먹기 대회와 다를 바가 전혀 없는 희한한 발상일 뿐이다. 아니 그만도 못한 동호인 단체 관광일 뿐이다.
이러 면 혹자는 흥분해서“당신 히말라야 등반 해보았어”, “얼마나 힘든 줄 알아”라고 엉뚱한 질문을 하는 분이 계신다. “당신 앰프 자작해보았어 ?” “당신 외국어 4개 할 줄 알아?” 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이 세상에 힘들고 어려운 일은 너무 많다. 방금 전 다큐를 보니 한국인과 일본인, 대만인등이 떼를 지어 소위 “사하라 죽음(?)의 레이스”에 도전한다. 이런 레이스를 남들 보다 많이 하면 세계 최고 또는 최대가 될 수 있다는 게 한국인의 발상이다.
이에 반해 제주도는 좀 겸연쩍은 것은 사실이지만 뻔뻔한 수준은 아니다.
물론 세계 7대는 고사하고 론리 플래닛 각국 주요 소개 판 중 “꼭 보아야 할 곳”, “꼭 경험해야 할 것” 등에서 서울, 경주, 설악산은 물론, 공주, 부여, 부산, 지리산, 휴전선, 다도해 국립공원 등에 발리는 정도다.
뭐 그래도 자연이나 문화유산에 대한 가치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니 부끄러운 정도는 아니다. 사실 필리핀의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 강이나 인니 코모도, 남아공 테이블 마운틴, 하롱베이 등에 뒤질 것 전혀 없다. 필리핀의 경우 론플에서 조차 “7대 불가사의 캠페인”이 어설프다고 할 정도 아닌가?
암튼 손, 발가락 오그라들더라도 내 것이 자랑스러운 것을 뭐라 할 수 없지만 아주 가끔은 부끄럽거나 쪽팔리는 것도 인지, 인정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요즘 자주 접하는 냇지오 캠페인이다. 뭐 너무 길고 아래 5-6줄 정도면 좋을 듯.
If you are, you breath.
If you breath, you talk.
If you talk, you ask.
If you ask, you think.
If you think, you search.
If you search, you experience.
If you experience, you learn.
If you learn, you grow.
If you grow, you wish.
If you wish, you find.
If you find, you doubt.
If you doubt, you question.
If you question, you understand.
If you understand, you know.
If you know, you want to know more
And if you want to know more, you are 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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