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퇴근 후 주차를 하고 동네 분이 병원에 입원하셨다고 해서
문병 가는 중이었습니다.
어둑해진 골목 끝에서 어떤 아이가 힘겨워하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가까이 가보니 초등학교 2~3학년 정도의 여자아이가
큰 어른 자전거를 일으켜 세우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전거 핸들이 아파트 벽의 철제 빔에 끼어서 어린아이가
빼고 일으키기엔 어려운 지경이었죠.
얼른 다가가서 물었죠.
"얘야, 이거, 네 자전거니?"
아이가 대답하더군요.
"아니요. 그게 아니고요..."
하면서 옆에 있는 조그만 핑크색 자전거를 가리키더군요.
상황 판단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자기 자전거 열쇠를 풀고 움직이려다가 실수로 남의 자전거가 넘어졌는데
그것을 일으켜 세우려고 바람 불고 추운 저녁에 그렇게 힘을 쓰고 있던 것이었죠.
갑자기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바로 자전거로 다가가서 아이에게
"그렇구나. 그러면 아저씨가 이 자전거는 일으켜 놓을게. 잠깐 비켜줄래?"
아이가 물러서자 벽에 끼인 손잡이를 빼서 세운 다음 제대로 놓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돌아보며 칭찬을 해줬습니다.
"정말 착한 아이구나. 남의 물건도 소중히 할 줄 알고..."
자세히 보니 안경을 쓴 아이였는데 정말 예쁘게 생겼더군요.
잘 가라고 하며 아이에게 미소를 짓고 갈 길을 갔습니다.
그제야 아이가 자기 자전거를 움직이기 시작했죠.
뒤돌아가면서 흐뭇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아이의 부모는 또 얼마나 바른 사람일까
아이를 참 잘 키웠구나
고마운 생각이 들었죠.
그동안 수없이 동네와 주변에서 자전거를 세우거나 뺄 때
남의 자전거를 쓰러뜨리는 아이는 봤어도
일으켜 세우는 아이는 한 번도 보지 못했거든요.
(중, 고등학생까지 모두 그래서 제가 그동안 주의도 주고
나름대로 교화시키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저 조그만 아이가 저런 바른 행동을 하다니...
얼굴엔 찬 바람과 기운이 느껴졌지만
마음은 따뜻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남과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또 한 번 들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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