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와 금융에 의한 자본주의 체제의 부실성과 허상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지만,
자본주의를 대체할 다른 경제, 사회 체제는 딱히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사실, 인간에게 있어서 자본주의 말고는 다른 길이 없는 듯 합니다.
인간은 욕망과 허영의 존재이고, 물질 문명의 풍요로움에 길들여져 왔고,
지금껏 구축해 온 거대하고 복잡한 경제, 사회 체제를 근본에서부터 고쳐나갈 엄두도 내기 어려울 뿐더러,
그러한 체제를 소유하고 주도하는 기득권층이 위기를 느껴 반성하고 다른 길을 찾아갈 것 같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위험함을 걱정할 계제가 아닌 거지요. 체제가, 국가가, 회사가 돌아가려면 계속 생산하고 수요를 창출하고, 인간 욕망을 자극해야 하고,
고용되어 생산하고 소비하는 서민들도 그러한 체제가 잘 돌아가야 당장 먹고 살 돈을 쥘 수 있고,
근본에서부터 갈아엎는다든지, 덜 쓰고 불편을 감내하는 등(환경운동 등에서 벌이는 운동들이긴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내지는 제동을 거는 것은
꽉 맞물려 돌아가는 현대 물질 문명의 체제에서, 사실상 용납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의 시장 자유주의는 미국 사회를 거대 자본 등 소수 기득권층과 압도적 다수의 힘들고 가난한 서민 대중으로 양분된 구조로 만들었는데,
미국적 자본주의가 배태한 그러한 모순적 사회 체제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렵게 되자, 저들은 그러한 자신들 자본주의의 모순성을 고치는 대신,
자신들의 패권을 앞세워 그러한 모순적, 약탈적 자본주의를 전세계 차원으로 확대하여, 내부에서 소진된 동력을 외부에서 끌어오는,
약탈의 세계화를 본격화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FTA는 바로 그러한 체제입니다.
라인홀드 니버의 유명한 책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의 내용처럼, 개인은 도덕적일 수 있으나 사회는 도덕적일 수 없고,
개인 차원에서는 자신의 잘못을 진단하고 반성, 개선할 수 있으나, 사회 차원, 나아가 국가, 세계 차원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FTA 체제는 시민 개개인을 존중하고, 시민들이 뽑아 세운 공권력이 시민들을 보호한다는 민주주의 국가관에도 맞지 않고,
어느 나라와도 동등하게 무역 거래를 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국가의 이익, 필요 여부에 따라 주권 행사 차원에서 보호 무역 조치도 취할 수 있어야 하는데,
조약을 맺은 양국끼리 이러한 것들을 죄다 없애는 최혜국 대우(말이 좋아 최혜국이지)를 한다는 것부터가 자유 시장 경제 원리에 배치되는,
강자가 약자를 겁박해서 노예처럼 붙들어매놓고 진이 빠지도록 겁탈하는 짐승같은 체제 아니냐 말입니다.
미국을 정점으로 해서, 미국과 조약을 맺은 피약탈국 안에서도 또 그렇게 강자와 노예의 약탈-피약탈 관계가 형성되고,
미국은 자국 내에서 그렇게 탈탈 털어먹고 나서 나라가 기우뚱하게 생겼으니, 이제 빨대 꽂고 쪽쪽 빨아먹고
아예 붙들어매놓고 마음껏 겁탈하는 짐승같은 질서를 세계 차원으로 확대하려 들고 있고,
자본주의의 모순, 양극화의 세계화, 극단적 심화로 치달을수록, 미국과 자본가 등 기득권층들은,
자본주의의 모순성을 개선하려는 방향과는 정반대의, 그러한 약탈적 자본주의, 정글 질서를 더 노골적으로 확대해서 미친듯이 빨아대지 않을까 합니다.
요즘 저는 종말론적인 공포에 빠져 있습니다. 이러면서 인류는 망해가는구나… 이대로 가면 세상의 종말도 멀지 않겠다…
인간의 문제가 무엇인지 인간 스스로 알고는 있지만, 거대한 인간 사회, 문명 체계 때문에,
인간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겠구나, 이러다 망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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