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고, 그 옆을 지나 전철역으로 가는 게 제 출근길입니다.
어제보다 더 쌀쌀해진 날씨에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초등학교에서 식자재 납품 탑차가 나옵니다. 노상에 무단 주차된 차들이 많아서 얼른 안 지나가면 뒤에 있는 차들이 짜증내고요.
그런 길에서 탑차가 차를 세우더니 기사님이 뒤에 있는 차를 향해 목례를 함과 동시에 빛의 속도로 화물칸을 열더니 종이 박스를 마구 꺼내시더군요.
그리고는 또 빛의 속도로 종이 박스를 접더니 교문 근처에서 폐지 수집하시던 할머니의 리어카에 옮겨 싣습니다. 할머니는 태산같은 박스 뭉치에 놀라시고, 기사가 뭐하나 싶었던 사람들도 놀라고...
먹고 살기 바쁘다는 표현이 홍수지만, 아무리 힘들고 바빠도 저렇게 인간에 대한 사랑이 화수분처럼 마르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살짝 감동했네요. 사람끼리 모여있다는 묘한 느낌...
마음씨 좋은 기사님도, 종이 박스 줍던 할머니도, 역정내지 않고 기다리던 승용차들도 모두 힘찬 하루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덤으로 지나던 행인 1번인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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