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다가 잠시 잠이 들었습니다. 눈을 떠보니 옆에 앉은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아이폰4가 우두커니 있더라구요. 가만히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게 제것
이라 생각하고 아무도 가져가지 않더군요. 10분간 관찰한 결과 주인은 폰을 두고 내렸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래도 함부로 가져가면 안될거 같던 찰나에 전화벨이 울리더군요;;;
전화를 받았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저기요~ 그거 제 핸드폰이거든요~ 아 제가 모르고 지하철에 두고내렸어요~'
'네 저도 지금 봤습니다.'
'아 제가 지금 이대역에 있는데 지금 어디세요? ㅠㅠ'
'전 종로인데요'
'아 폰 좀 돌려주세요 ㅠㅠ 부탁드립니다.'
'네 광화문역으로 오세요 저도 출근길이니 아니면 경찰서에 맡겨 드릴까요?'
'아... 제가 정말 바빠서 그러는데 중간에서 만나면 안될까요? 사례할께요 ㅠㅠ'
'곤란한데요. 저도 8시 50분까지는 들어가야 됩니다. 경찰서에 맡길게요 나중에 찾아가세요.'
'아 안되요 ㅠㅠ 제가 정말 급히 폰을 써야되서 한정거장만 이라도 오시면 안되요? ㅠㅠ'
저는 고민했죠. 당시 이미 시간이 8시 35분을 넘었기 때문에 1정거장 돌아갔다 오면 출근시간
을 맞추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학생이 너무 간절하게 부탁하는 바람에 수락했습니다.
'알았어요 그럼 늦어도 10분뒤까지 서대문역으로 오세요'
이렇게 해서 폰 잃어버린 학생 처지를 생각해서 한발 양보하고 서대문 역으로 반대편 열차를
탔습니다. 그리고 서대문역에 도착했지요. 시간은 8시 45분... 저는 초조해졌습니다.
온다는 학생은 안오고 전화도 안오더라구요. 그냥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 학생이 폰이 없으니
사정이 생겨도 연락을 못주나보다 생각하고 회사 동기한테 전화를 걸어 5분 정도 늦을거 같다
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다 8시 50분경에 전화가 삐리리 오더군요.
'저기요... 죄송한데요...'
'네?'
'제가요 진짜 너무 급한 사정이 생겨서 그러는데 오신김에 3정거장만 더 오셔서 이대역으로 오시면 안될까요?'
'지금 뭐하시는거에요? 폰 찾아주는 사람한테 고마워는 못할 망정 그게 말이나 되는 부탁입니까? 사례 필요없으니 가는길에 파출소에 맡겨놓겠습니다.'
'아... 정말 죄송해요. 제발요 ㅠㅠ (주절주절 막 부탁하는 소리 좔좔좔)'
어차피 지금 돌아가도 지각은 면치 못하겠다 사례금이나 3만원 정도 받아와야 겠다는 생각에(솔
직히 아이폰4 정도면 사례금 20만원 불러도 할말 없는거 아닌가요?) 학생 사정도 있고해서 딱 3만
원 혹은 주는대로만 받아오겠다는 생각으로 착한 마음에 이대역으로 향했습니다.
이대역 개찰구 안에서 기다렸습니다. 저야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으니까요. 폰만 주고 사례금이
나 받아서 오려고 했는데 또 전화와서는 밖으로 나와달랍니다 -_- 자기가 무슨 카페앞으로 나가
겠다고;;; 짐 자기도 뛰어가고 있다고...
에라이 어차피 망친 아침 저도 담배나 한대 필려고 나왔습니다. 한참 안오더니 9시 20분 다되서
나타나더군요.
'아 저기 정말 죄송해요 ㅠㅠ 폰 가져오셨죠?'
'네... 가져왔어요. 근데 부탁하는 사람이 이런식으로 늦고 이러시면 안됩니다.'
하고 쏘아 붙였습니다. 솔직히 전혀 바빠보이지도 않고 카페 계단에서 내려온 꼴을 봐서는 친구
들이랑 커피마시며 수다 떨다가 내려온듯한 냄새였거든요 -_- 화가 나더라구요...
'죄송합니다. 폰은요?'
바로 자기폰부터 찾더군요. 돌려줬습니다. 바로 가방에 넣더군요. 그리고 저도 바로 내뱉었죠.
'약속한 사례금 주셔야죠.'
'아 네 드려야죠. 잠시만요 지갑을 위에 두고 왔어요. 급한 팀플이라서 어쩔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학생은 카페로 올라갔고 담배를 피며 5분을 기다려도 10분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더
군요 ... 가방은 들고 있는데 지갑을 위에 두고왔다는 말을 믿은 제가 이었죠;;;
열받아서 카페로 들어가니까 카페가 뒷문이 하나 더 있더라구요 -_- 그 학생은 이미 튀어서
보이지도 않고 -_- 와 진짜 승질 뻗어서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더군요;;;
카톡보니까 이화여대 사범대 다니던데 나중에 학생들 가르치겠다는 여자 수준이 이렇다니 정
말 말이 안나왔습니다. 여튼 이런일이 생길거 같아서 그 전에 그 여자 폰으로 제 폰에 전화를
걸어서 번호를 확보해 둔게 생각났습니다. 요새 먹튀글이 많아서 나름 대비를 했지요. 뭐 돈달
라 이런 구차한 얘기보다 인생 그렇게 살지말라고 문자 메세지를 보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 폰을 꺼냈는데 좀 그립감이 다른겁니다 -_- 홈버튼을 누르니까 평소와 달리 화사한
ips 패널로 펼쳐지는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생소한 잠금 화면...
그.. 그랬습니다. 제가 작년에 취준생때 구입한 아이폰 3GS 8기가는 온데간데 없고 개통한지
1달 보름밖에 안됐다는 새삥 아이폰4 32기가 짜리가 제 손에 들려있더군요 -0-...
담배필때 라이터 꺼내다가 폰을 둔 위치를 착각했고 열받은 상태에서 폰주면서 싫은 소리할때
제 폰을 줬던 모양입니다 -_- 또 폰받자마자 튈려고 마음먹었던 그 여자는 아이폰이라는 것만
대충 확인하고 급하게 자기 가방에 넣었기 때문에 이게 3GS인지 4인지도 모른채 챙긴거죠;;;
여튼 회사로 들어와서 입사 8개월만에 처음으로 지각이란걸 했습니다 ㅠㅠ
정확히 2시간전 10시에 그 여자 아이폰으로 제 번호가 뜨더군요 ㅋㅋㅋ 받았죠 ㅋㅋㅋ
쪽팔린줄은 아는지 본인도 아니고 친구 시켜서 전화했더군요 -_-
'저기요... 제가 잘은 모르구요 제 친구 부탁으로 전화드렸는데요. 폰이 바꼈다 그러던데요'
'이보세요. 친구보고 인생 똑바로 살라고 하시고 제 폰 요금나가니까 사용하지 마세요'
하고 전화 끊은담에 통신사에 전화걸어서 제 폰 분실신고 했습니다. 이용못하게 -_-
어차피 전 이제 이리되든 저리되든 손해볼건 없는 상황이 된지라;;; 그리고 묘안이 떠오르더
군요. 해외에 저희 회사 해외지사랑 출장소가 여럿 있는데 업무상 연락을 자주 합니다.
이년 되봐라... 사람이 열받으니까 유치해지더군요. 지성인다운 행동은 아니지만 질렀습니
다. 동기한테 물어봐서 해외전화 뭐가 젤 비싸냐니까 001로 하는게 비싸다고 해서 001로 시원
하게 두바이랑 중국 호주로 전화 쐈습니다. 근데 업무 전화는 길게 대화할 내용이 없어서 아
직 대학생이자 영국으로 어학연수중인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습니다 -_- 런던은 새벽 2시라더
군요;;; 친구가 왜 이시간에 전화하냐고 G랄하길래 영국 폭동때문에 걱정되서 전화했다고
대충 구라까주고 사실 어떤 전화인데 수화기 켜놓고 자라고 했습니다 -_- ㅋㅋㅋ
한 30분은 넘게 국제통화비 나갔겠죠;;; 그래봤자 얼마겠냐마는 끊고나니 잽싸게 전화오더라
구요. 또 그 여자 친구더군요 -_-
'제 친구가요 원래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정말 죄송하다고 하구요 사례비 먼저 드린데요'
전 이제 그 년 인격의 끝을 봤기 때문에 갑의 위치에서 거래모드로 나갔습니다.
'얼마?'
'...십...십만원이요'
'됐습니다'
'얼마 원하시는데요?'
'40만원'
'아 너무 하시네요 40만원은...'
'내가 너무하다고요?'
'뭐 전 당사자가 아니니까 하는말인데 고작 이런일로 목돈좀 챙겨보겠다는거에요?'
그냥 끊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고작 이런일?
좀 있다가 다시 전화가 띠리리 오더군요. 이번엔 또 다른 친구를 대동한듯 -_-
이젠 협박을 하더군요.
'이봐요. 이런식으로 폰 안돌려주면 재물손괴죄에 해당하는거 아시죠? 법대로 합니다?
'아 네~ 갑자기 그 말을 들으니 손에 땀이 많이 나서 폰이 미끄러지네요. 1분 이내로 이 폰을 분실할것 같습니다. 분실한폰 찾아주려다 다시 분실한거니 뭐 전 책임없습니다~ 제 폰도 그쪽 친구분이 갖고 있을텐데 저도 신고해야겠네요~'
'.......아.......'
어줍짢은 협박질에 바로 칼대응 해줬죠.
그랬더니 5분있다가 또 다른 친구를 시켜서 전화질 ㅠㅠ.... 아 징하다 징해... 그나마 제가 오늘
금요일이라 일이 널널해서 전화받아줬지 아오 유심빼서 버리고 시장에 40만원 받고 팔아버릴
생각이 굴뚝같이 들더군요. 이번엔 전략을 대폭 수정했더군요.
'저기요... 기분 상하신거 알아요. 근데 저희가 학생이라 40만원이란 돈은 너무 크거든요. 당장 구하기도 어렵구요. 어케 안될까요?'
전 딱 한마디 했습니다.
'35만원 더 이상 네고없음'
'네? 네고가 뭐에요?'
'negotiation,몰라요?'
'레고요?'
'negotiation -_-'
'그게 무슨뜻이죠?'
'협상,절충...-_-'
'아... 그런뜻이군요'
요새 이화여대 수준이 많이 떨어졌다더니 negotiation이라는 단어도 모르더라구요. 그래도 제가 대학 들어갈땐 그렇게 저질 대학은 아니었는데;;;(참고로 전 서강대 출신;;;) 비교적 중경외시 라인에는 속했던 대학인데 뭐 이제는 거의 인서울 하위권인거 같더라구요. 여튼
'그래도 너무 비싸요'
'네고 없슴돠... 5만원이나 빼줬으면 고마운줄 알아야지... 아까 내가 받은 스트레스는 200만원 어치였거든요?'
'아 제발좀 봐주세요 ㅠㅠ 15만원 아니 20만원 안될까요?'
'뭐 이거 내다 팔아도 잘팔면 45만원도 받아요. 저도 손해볼거 없습니다. 억울하면 3GS 파세요.'
'아... 좀 있다 다시 전화드릴께요 ㅠㅠ'
그렇게 전화를 끊고 또 전화 오더군요.
'25만원 안될까요?'
'아오... 바빠죽겠는데. 전화하지 마세요. 내 폰 내다팔든 볶아먹든 상관안할테니까 이폰도 신경쓰지 마세요 이제'
하고 끊었습니다. 결국 다시 전화와서 최종협상에 도장을 찍더군요 ㅋㅋㅋ
직접 만나기는 무서웠는지 현금 35만원을 제 계좌로 오늘내에 입금하고 제 폰은 퀵으로 보내주
기로 했습니다. 그럼 그 퀵 기사한테 저는 아이폰4를 다시 돌려주는 방식...
근데 이년이 퀵비용을 날보고 내달라고해서 침뱉으려다가 친구년이 사정사정하는 바람에 편도
비용만 각자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여튼 퀵이 와도 입금이 안되면 네 년의 아이폰을 보내줄수 없다고 으름장을 놨더니 바로 입금
했네요 ㅋㅋㅋ 지 이름 밝히기 싫었는지 무통장 입금으로 보냈는데 이미 신상은 깔대로 다 깠
거늘 무의미한 짓을 -_- 여튼 35만원 받았고 제 폰도 방금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퀵 올때까지 영국 국제전화 계속 켜놨습니다. 아까 걸었던거까지 하면 족히 2시간은 될듯...
여튼 오늘 저녁은 친구들과 간만에 참치회먹고 와인한잔 하기로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간만에 귀가 또한 모범택시로 해야겠습니다 +_+
이제야 좀 스트레스가 풀리네요. 모두 즐거운 주말 되시길~~~
씨코 화이팅!
3줄요약
1.지하철에서 아이폰4를 주움 출근하는데 왠 미ㅊㄴ이 갔다달라고함 지각하고 갔다줌 근데 갔다주는데 한정거장만 와달라던 ㄴ이 계속 와달라고함 사례금 준다함
2.까페앞까지가서 주고가는데 사례금 3만받을라했음 근데 그 ㄴ이 지갑놓고왔다고 하면서 카페로 올라가더니 뒷문으로쨈 근데 실수로 3gs를 줬음
3. 이년이 친구들동원해서 협박함 근데 씨알도 안먹힘 결국 글쓴이가 35만원 요구 그리고 국제전화2시간 크리 결국 받아냄
퍼온글입니다.. 퍼온장소는 어디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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