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의 집필 기준을 바꿔 일제 강점과 독재를 미화하려는 시도가 거의 강제적으로 시행되려는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해 역사학계에서는 이주호 장관의 해임을 건의하고 집필 기준을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청와대(왜 이렇게 쓰는지 아시나요? 그 이름조차 거명하기 싫어서...)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속한 서양사학회에서 거기에 동참하기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몇몇 보수적 인물들이 반대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학회 이름을 거냐고 항의했기 때문이지요. 공부를 할만큼 했어도 소용이 없는 무리들입니다. 그래서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답니다. 이런 투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상황이 한심할 뿐입니다.
제가 속한 다른 학회 회원들에게 호소문을 보냈습니다. 여기에 올리겠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도 오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기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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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학회 여러분들께
오랜만에 문안 인사 여쭙니다. 그간 모임에 별로 참석하지도 못해 송구스런 마음 그지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편지를 올리는 이유는 작금 돌아가는 상황이 그 면구함을 떨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분들과 마찬가지로 저는 지식에 대한 욕구도 있지만, 그보다는 올바른 사람이 되려고 서양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서양사를 거울삼아 우리의 사회에 뭔가 지침을 전달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조금이나마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교과서 집필 지침이 이상하게 만들어져 시행되려는 단계에 있습니다. 일제 강점과 독재를 미화하는 방향으로 집필 기준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자라나는 새싹들이 그런 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배운다면, 암울한 역사가 되풀이될 것이 확실합니다. 지금 서양사학회에서는 투표를 하고 있습니다. 그 집필 기준 철회에 서양사학회의 이름을 거는 것에 대한 찬반을 묻는 투표입니다. 이런 투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상황이 모욕과 분노를 동시에 일으킵니다.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회원 여러분들 문화사학회의 결집된 힘을 모아 올바른 교과서로 역사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참여해주시길 두 손 모아 호소합니다.
2011. 11. 18 조한욱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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