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아이비 스쿨은 아니지만 소히 말하는 '유학'이라는 것을 했고,
달러벌이 9년차가 된 마당에 용일님께서 남기는 글을 보니 그냥 지나가기 아쉬워서 감히 훌륭하신 회원님들 앞에서 한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학벌이라는 것은 전세계 어디를 가나 존재하고 다만 각 지역별로 그 정도차는 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미국에서도 학벌과 파벌은 실존하고 그 힘도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과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일하는 직장의 위치 탓에 사내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학의 석/박사 출신들이 그야말로 '널려'있습니다. 엊그제는 점심을 먹다가 "학벌이 사회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라고 질문을 날렸더니 재미있는 답변들이 날라왔습니다.
"명문대학의 이름은 이력서의 한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입사시 서류심사때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실력이 있다고 상대방에게 인정을 받게 되면 좋은 학교의 이름은 그때가 되어서야 비로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이것까지는 상당 부분 미국의 현실을 잘 반영한 답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학벌중심 사회'인 한국에서 미국 아이비리그의 MBA나 여타 학위의 힘은 예전에 비해서 현저하게 줄었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제 지인중에 몇해전 와튼스쿨을 졸업하고 이곳에서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경기가 안좋은 탓도 있겠지만 본인이 기대했던 상당히 좋은 조건들은 "아이비리스 MBA"만 가지고는 획득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실망을 하더군요. 고국으로 가는 것은 어떻냐고 물어보니 집안 배경이 월등하지 못한 본인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의 투자에 비해서 얻는 것에 비해서 그동안 탄탄하게 인맥쌓으면서 자리를 지켜온 고국의 "경쟁자"들에 비해 별로 나을 것이 없다고 하더군요. 이는 다른 전공의 유학생들에게 모두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안철수씨의 와튼 스쿨 학력은 왜 주목 받는걸까?
(박경철씨는 MBA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분의 인간성/능력 이런 것들은 논외로 하고, 그분의 '서울대 의대 졸업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각각 하나도 엄청 힘든데 둘씩이나?
안철수씨 정도의 명성과 실력이라면 와튼 스쿨 입학은 그리 힘든게 아니었을 거라 생각이 됩니다. 미국 대학 입장에서 한국사회에서 명성이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은 본인들 마켓팅에 큰 도움이 되니까요. 다른 사안이기는 합니다만 이재용이 하바드에 입학한게 아니라 하바드에서 스카웃을 했다고 해야 옳을겁니다.
그렇다면 왜 아이비리그 출신들은 잘 나가나?
그건 그들의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등록금도 그렇지만 입학 할때 그들이 지닌 뒷배경은 입학 사정에서 고려 사항입니다. 부모님이나 가까운 친척이 동문인 경우 적지 않은 가산점이 실존하고, 그들이 입학해서 자연스럽게 인맥을 쌓아나가면서 그들만의 '카르텔'을 꾸리기 때문이지요. '출발점'이 그들과 다르면 아이비리그 졸업장은 기대 효과를 발휘하기 힘듭니다. 얼마전 CNN을 보니 프린스턴 대학에서 두개의 학위를 받은 흑인 처자가 취업이 안된다며 낙담하는 기사를 봤습니다. 물론 이는 극단적인 하나의 예에 불과하겠습니다만...
말이 길어지니 쓸말이 없네요. 요지는...
1. 아이비 리그 졸업장이 경제적 이득을 '보장'하는 세상은 이미 끝났다.
2. 유학은 사회적 성공이 아니라 본인의 순수한 학습욕구에서 비롯 되었을때 그 가치가 있다.
그래야 훗날 실망 하지 않는다.
3. 와튼 스쿨 졸업장은 '수단'일 뿐이며 '목적'이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
끝으로...
학벌의 폐습은 후손들에게 물려줄 유산은 결코 아닐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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