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98년 초 인도네시아에 있었습니다.
동남아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동남아 지역과 우리나라가 아주 홍역을 치루었지요.
당시 인도에시아도 예외는 아니어서 97 년 중반 달러당 2500~3000 루피아 정도이던
환율이 20,000 루피아 까지 치솟고 나라가 파탄직전까지 갔었고 생계형 범죄가 만연
했었습니다. 일례로 교민 한 분이 장보고 택시타고 오다 택시기사에게 장바구니를
빼았기는(사실 장바구니를 놓고 내리라는 반협박 정도) 어처구니 없는 사건도 있었
고요.
98 년 5 월초 출장을 가는길에 보니 주유소 마다 자동차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고
이유를 알아보니 기름값이 다음날부터 2 배 정도로 오를 예정이라더군요.
당시 IMF 의 구제금융 제공조건중의 하나가 정부보조금이 들어가 있는 물품에 대해
보조금 철폐였고 대표적 품목이 쌀, 식용유, 석유류 등이었고 가진게 없는 서민의
생계에 결정적 타격을 주는 품목들 입니다. 인니 정부는 울며겨자먹기로 실행할 수
밖에 없었지요.
이후 자카르타 시내서 시작된 시위가 들불처럼 번져 보름후 수하르토 정권이 붕괴
하는 사태에 이르게 됩니다.
제가 이런 경험담을 말하는 이유는, 정부 보조금의 철폐가 가져온 생계의 위협과
시위, 정권의 붕괴로 이어진 과정이, IMF 가 강요한 신자유주의 경제, 공정경쟁 요구
로 촉발된 것이라는 점 때문입니다.FTA 또한 같은 신자유주의 경제, 공정경쟁을 기반
으로 한다고 이해하고 있고요. 까딱하다가는 98 년의 인도네시아가 되자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요.
우리가 인도네시아 같은 저질체력은 아니니 한미 FTA를 하더라도 일정 부분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최소한 공산품의 영역에서는 오히려 이익일 수
있겠고요.
그런데 이게 농업같은 1 차산업이나, 서비스업으로 확대된다면 어떨까요?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아마추어와 프로선수간의 경기와 다르지 않아보입니다. 오히려 이 부분
이 우리 국민의 실생활에 더 피부로 다가올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반도체나
자동차 만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니잖아요?
98 년의 인도네시아는 폭발했지만 현재의 우리는 서서히 붕괴될것 같고 그래서 더
무섭게 느껴지는 건 기우 인가요? 국가와 맞먹지만 국가와 지향점이 다른 거대이익
집단에 대해 국민을 보호해 대응 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 있는 건지도 궁금하고요.
이런거에 대한 설명은 별로 없어서 불안 합니다.
최소한, FTA 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이러저러한 염려와 불안에 대한 대책에 설명도
있어야하고 공감대를 마련하고 해야 하는게 순서가 아닌가요? 좋은게 좋은거다
라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은 아니잖아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뒤통수 맞아 쓰러질
지도 모르는데?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현 정부가 주인공인 국민은'왕따' 시키고 FTA 같은 중차대한
사항을 서둘러 처리하려는 속셈이 무었인지 모르겠습니다.
속셈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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