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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시장시켜 줬더니만 하는짓하고는
중앙정부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시정을 펼치기 어렵다. 도와달라."
"양화대교 공사는 어쩔 수 없이 진행한다."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처음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시정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됐던 박원순 시장의 초기 행보가 당초 예상과 다르게 진행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시장은 취임 후 처음 찾은 국무회의에서 가장 먼저 중앙정부의 도움을 요청하는가 하면 신임 대변인 자리에 전임 시장이 중용했던 인물을 앉히는 의외의 인사를 단행했다. 또 후보 시절 중단을 약속했던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는 최근 추진하는 쪽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박 시장의 행보를 두고 시 안팎에서는 시 조직을 이끌어가야 할 시장으로서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했다는 주장과 시정에 그의 색깔이 드러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박 시장은 3일 낮 시청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에서 "양화대교 공사는 지금은 상판을 다 뜯어냈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진행해야 한다"며 "제가 후보 시절 공사를 중단하라고 했을 때는 하류 측 공사가 안 됐을 때였다"고 말했다.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는 다리 밑으로 대형 유람선이 오갈 수 있도록 교각 사이를 넓히는 작업으로 오세훈 전 시장의 최대 역점사업이던 서해뱃길 프로젝트의 하나다. 현재 80%가 넘는 공정률로 내년 9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시장은 후보 시절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삼겠다며 공사 중단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이미 총 415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현실을 인정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시장이 양화대교 공사가 옳다고 판단해서 진행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지난 2009년 이후 3년에 걸쳐 사업비가 이미 모두 투입됐고 공사 중단으로 시민들이 입게 될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1일 참석한 국무회의 자리에서 박 시장이 중앙정부의 협조를 당부한 발언도 화제였다. 그는 여권 성향의 국무위원들과의 첫 대면에서 "중앙정부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시정을 펼치기 어려운 점을 발견했다"며 "중앙정부의 협력을 많이 얻어야 할 것 같다"고 낮은 자세를 보였다. 현 정권에 대한 반감으로 혁신을 기대하며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다소 맥이 빠질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의 한 측근은 "1,000만 서울시민의 삶을 책임져야 할 서울시장으로서 중앙정부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장기적으로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 조정 등 재원 마련과 매칭사업 등 중앙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최근 신임 대변인으로 오 전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주도했던 류경기 한강사업본부장을 임명한 것도 현실과 타협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아직 업무가 완전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측근을 기용하기보다는 시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를 둬 안정을 추구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시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과거 경력과 출신보다는 후보군 중에 시정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을 선택한 것 같다"며 "뒤집어보면 과거에 누구를 위해 일을 했느냐 보다는 주어진 업무를 얼마나 잘 소화해 내느냐에 중점을 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의 측근은 "아직 취임 초기이지 않느냐. 지금까지의 인사만으로 박 시장의 인사 스타일을 평가하는 것은 이르다"며 "다음 정기 인사를 보면 박 시장의 시정 운영 방향과 인사 철학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