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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11개 독소 조항
김병렬 작성 (닥치고 한미FTA )
한미FT 협정문에는 과연 이 협정이 정상적 협상과정을 거친 것인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독소조항이 그득하다. 한마디로 독소조항의 보고라 할만하다. 그 중 주요한 것들을 추려 살펴보기로 한다.
1) 협정문 서문을 보면 도무지 알아 들을 수가 없는 이상한 조문이 하나있다. 내용인즉, 한국투자가가 미국내에서 미국 투자자보다 ‘더 큰 실질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말이다. 뜻이 잘 통하지 않는 것은 엉성한 번역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 통상법의 관련 조항(미통상법 2102조(b)(3)항)을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는 점이다. 한미FTA가 국회 비준동의를 받게 되면,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다. 이처럼 우리 국내법이 될 협정문에 미국법을 그대로 심어놓은 것이다. 그런데 미국투자자는 한국에서 한국투자자보다 더 큰 권리를 누릴 수 있을까. 물론이다. 과연 대한민국은 주권국가인가.
2) 투자자-정부 제소제(ISD)다. 독성으로 따지자면 가장 강력한 것 중 하나다. 미국 투자자는 언제든지 한국정부를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조정센터에 제소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투자자는 어떨까? 이번에 오바마가 미의회에 제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행법안’을 보면, 제102조 (c)항에 이렇게 되어 있다. “미국 정부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근거로 청구권이나 항변권을 갖지 못한다. 미국 정부의 조처에 대해 한-미 협정 위반이라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ISD는 그 자체로 치명적이지만, 심각하게 불평등하기까지 하다. 한미FTA는 또 ‘간접수용’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위헌적이다.
한미FTA의 ‘투자’정의에는 지난 금융위기 당시 수많은 중소기업을 울렸던 키코(KIKO)와 같은 ‘선도금리계약’이나 금융위기의 주범인 온갖 파생상품, 사모펀드, 헷지펀드등이 다 포함된다. 그리고 한미FTA는 사상 처음으로 ‘투자계약’까지도 포함하고 있는데, 역시 ISD의 대상이 된다. 투자계약이란 외국투자자와 당사국 정부간의 ‘사법상’ 계약에 불과함에도, 공법적인 협정의무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3) 한미FTA상의 투자 및 서비스장에는 ‘비합치조치’라는 것이 있다. 이것이 이른바 역진방지조항이다. 한마디로 낙장불입이라는 뜻이다. 예컨대 스크린쿼터를 반으로 줄였기 때문에 이 조항에 따라 다시는 단 하루도 늘일 수 없다. 한 번 개방하면 돌이킬 수 없도록 만드는 것으로, 정부의 공공정책 결정권을 제약하는 전형적인 주권침해조항이다.
4) 2010년 대미무역 수지를 본다면 제조업의 상품수지가 +126억불인데 반해, 서비스산업 수지는 -123억불이다. 경쟁력이 미국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에서 서비스수지는 매우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그런데 한미FTA는 서비스시장의 개방과 관련 포괄주의(네거티브 리스트)방식을 취했다. 개방안할 것만 부속서I, II에 나누어 등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여기에 등재되지 않은 특히 미래의 서비스산업은 그것이 무엇이든 자동적으로 개방된다. 한국경제의 미래 밥줄이 위태로워진다.
5) 외환위기와 같은 비상상황에서 정부는 긴급 외환송금 제한조치 곧 세이프가드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런데 제한조치를 취하더라도 대한민국 정부는 “미합중국의 상업적, 경제적 또는 재정상의 이익에 대한 불필요한 손해를 피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만에 하나 미국에 투자한 한국 자본이 손해를 볼 때, 미합중국은 그럴 의무가 있을까? 없다. 대한민국 정부만의 일방의무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외국인 직접투자와 연계된 지급 또는 송금”은 제한 할 수도 없다. 예컨대 KT의 지금 주인이 누구인가. 바로 미국계 사모펀드다. 이 펀드는 2002년 KT가 민영화된 이후 사실상 KT의 최대 주주들이다. 매년 수천억에 달하는 배당금을 송금한다. 하지만 이들은 ‘직접투자’에 해당됨으로 송금을 제한할 수 없다.
6) 허가-특허 연계조항이란 것이 있다. 우리가 먹는 약은 대부분이 오리지날약이 특허 만료된 뒤 나오는 복제약이고 국내 제약업계 대다수는 복제약을 생산한다. 그런데 허가-특허 연계조항이란 복제약을 만들어 식약청에 시판승인을 요청할 때, 이를 특허권자에게 통보하도록 법으로 정하는 것이다. 통보를 받은 특허권자는 이런 저런 핑계를 들어 소송을 제기, 복제약의 시판을 늦춤으로써 사실상 특허연장의 실익을 누리고자 한다. 하지만 그 기간동안 의약품소비자는 비싼 약값을 지불해야 한다. 이처럼 의약품에 한해, 기본적으로 사권(私權)에 불과한 특허권을 국가가 나서서 보호하라는 말이다. 이것이 시행되면 약값이 인상되고, 미국의 제약회사들은 막대한 이익을 누리게 된다. 기본적으로 서민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심하게 제약하는 이 조항은 심지어 미민주당조차도 과거 부시와 ‘신통상정책’ 합의시 삭제를 요구했다. 실제 미-파나마, 콜롬비아FTA에서는 재협상을 통해 이 조항이 삭제되었다. 하지만 한국은 예외였다. OECD국가라는 이유에서다. 작년 12월 재협상과정에서 허가-특허 연계조항에 대해 3년 유예를 받았다고 정부는 자랑한다. 그러나 이는 눈가리고 아웅이다. 해당조항 전부를 유예한 것이 아니라, 그 중 일부만 유예한 것이다. 그리고 그 독성으로 인해 EU에서는 이 조항이 허용되지 않는다.
7) 한미FTA에 의해 “저작물의 무단 복제, 배포 또는 전송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에서 처음이다. 물론 미국은 아니다. 한국의 해당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다는 말이다.
8) 한국이 자동차관련 한미FTA 협정을 위반했을 경우 미국이 철폐한 자동차 수입관세2.5%를 환원시킬 수 있다. 이른바 스냅백(snap-back)조항이다. 협정의무 위반시 대개 시정조치를 취하거나 혹은 보상을 하면 된다. 하지만 한미FTA는 없애버린 관세를 다시 되돌리는 조항을 만들어 넣은 것이다.
9) 한미FTA협정문에는 개성이란 말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 개성공단은 협상당시 우리측이 ‘전략적’ 이해가 걸린 사안이라고 했던 문제다. 하지만 온갖 단서조항을 줄줄이 달아 놓아 ‘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위원회’는 거의 제구실을 못하게 만들어 놓았다. 게다가 미의회에 제출된 이행법안의 시행령에 따르면 개성산 제품은 사실상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니다. 따라서 미국에 수출될 수 없다.
10) 미래의 최혜국대우 조항, 곧 앞으로 우리가 체결한 FTA에 한미FTA보다 더 유리한 조항이 있을 시 미국도 자동적으로 이 혜택을 누린다는 조항이다. 미국은 항공, 원자력등 제한적인 몇 개 분야만 개방을 유보했기 때문에, 이 조항은 미국에게만 유리할 뿐이다.
11) 보건의료서비스와 관련된 유보리스트(부속서II)에 따르면 미래에도 우리 정부가 관련 규제등과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인천송도와 같은 경제자유구역이나 제주도등에서는 예외다. 따라서 이곳에 영리병원이 들어 설 때, 한국정부는 이를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한미FTA는 독소, 불평등, 문제조항의 교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