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가을입니다.
말라버린 이파리 하나 둘 핑그르르 떨어지면,
미처 완결되지 못했던 과거의 찌꺼기가,
가슴 속 송곳으로 찌릅니다.
스쳐 지나는 사람들의 무표정은
군중 속의 고독이며,
먼저 떠나 버린 사람들의 눈동자를 닮은 별은
어두운 밤 하늘에 걸립니다.
봄날의 벅찬 희망과,
찬란했던 여름이 지금 가을로 변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믿기힘든 사실입니다.
하지만 풀섶의 벌레 울음은
작년이나 지금이나 다 같이 정겨웁고,
쓸쓸한 싸구려 감상 한줄기쯤은
용납이 될만한 ,
문득 가을입니다......
그리고 바로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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