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다녀온 결혼식 이야기입니다.

신부쪽이 와이프 친척입니다.

결혼식 3시간이상이라고 미리 듣고 갔습니다.

장소는 옥탑에 있는 돔 홀이라 약간은 야외식 분위기군요.

참석인원은 100명 좀 넘는듯...결혼식 치고는 좀 작은 편이지요.

초반 결혼식은 평범히....

헛! 그러고 보니 축의금 받는 데스크가 없군요.

예식후 식사가 이어지고, 이후 주변의 지인들이 직접 준비한 공연 무대들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그러다보니 총 3시간반정도 걸렸군요.



식장에 션(지누션 멤버로 정혜영의 남편)이 왔습니다.

계속 예식 전반적으로 많은 부분을 꼼꼼히 신경을 쓰길래 신랑 가족인가 생각했습니다.

결혼식 후반부에 션 본인에게 내용을 설명 들을 수 있었습니다.

션이 시작한 일종의 프로젝트 개념이더군요.

목적은 한국의 결혼 문화를 바꿔보자는 것입니다.

그가 추구하는 결혼식, 즉 이번에 치뤄진 결혼식은 이렇습니다.

- 신랑 신부가 직접적으로 아는 가까운 지인(친척과 동료들)만 초대하며 인원은 100명 정도.

신랑 신부와 직접 관계가 없는 가족의 지인은 없습니다.

- 축의금을 받지 않으며, 예단, 함은 하지 않습니다. 폐백도 안한듯 합니다.

- 축의금이 없는 대신 동료들은 신랑 신부를 축하하기 위한 작은 공연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실제 션과 결혼한 부부는 아는 사이가 아니며, 션은 메이크업 등 부대 비용을 포함한 모든 결혼 비용을 냈습니다.

마지막엔 MR틀고 직접 축하 노래(지누션곡)까지....



두달에 한 커플씩 사연을 받아서 이런식으로 결혼식을 전액 지원한답니다.

사업도 아니고 수익도 없는, 100% 자선 행사로, 실제 대상 부부들은 돈이 없어서 식을 못올리는 그런 부부들이 아닙니다.

양가에서는 축의금을 받지 않는 양보(?)를 해야되지요.

어려운 사람들 돕는 개념이 아니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한 도전이지요.

지켜본 결혼식의 느낌은....

식사후 이뤄진 공연들은 프로페셔널 하진 않았지만, 다들 성의 있는 준비를 했고

하객들은 전원 정말로 신랑신부의 가까운 지인들이기 때문에 지루해하지 않고

파티를 즐겁게 즐겼습니다.

션은 이 결혼식 다음날이 결혼 7주년이랍니다.

자신의 결혼 생활이 너무 행복하고, 다른 사람들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데, 시작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신랑 신부가 행복할 수 있는 결혼식을 해야한다....

요지는 그렇습니다.

그분의 결혼 생활이 왜 그리 행복한지 상상이 안가는 분들은 검색창에 정혜영을 검색하시면 바로 답이 나옵니다. 왜 7년된 마누라가 아직도 볼때마다 설렐 수 있는지...저는 공감이 갑니다.

평소에도 통큰 기부로 유명한 부부지요.

결혼식 진행과정에서 본 그의 모습은 이런 행사로 본인 이미지 향상을 위해 신경쓰는 모습은 없었고, 행복한 결혼식에 같이 빠져들어서 같이 완전히 즐기고 기뻐하는 모습....

이 양반은 그렇게 타고난 유전자인가 봅니다.

그의 이런 무모한 도전이 좋은 결실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실제 우리문화는 생판 얼굴도 모르는데 가족을 안다는 이유로 결혼식 가고,

이런저런 복잡한 계산으로 축의금을 산출하고....

신부는 예단하느라 시댁 눈치보고...

남의 것이 꼭 좋은건 아니지만 결혼식 문화에 있어서는 우리 문화가 그닥 자랑스럽진 않습니다.



제가 지켜본 모든 결혼식중 가장 보기 좋은 모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