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정당 정치판에 식상해하고,
정치 장외 인물에 신선함을 느끼는 것은,
일정 부분 기성 정당 정치판의 책임이기도 하고,
민주 정치의 본질이 의회 정치, 즉, 정당 정치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구체적인 관심을 갖기 귀찮아하고, 죄다 썩었다라고 치부하며
장외 인물은 왠지 신선할 듯하다라고 자신들의 고정관념을 투사하는
일반 대중들의 피상적이고 무성의한 태도(이 또한 진부하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기성 정치 이상으로! 정치란 본래 그런 건데 뭘 바라는 건지?)에도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 정치는 의회 정치, 즉, 정당 정치이며,
어떤 분야건 그 속내는 복잡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며 과정과 결과물은 모양이 이상하고 우습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 아니겠습니까.
더욱이 주류 세력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압살, 고사시키려는 반민주 세력인 한국의 특수 상황에서,
소수 진영인 민주 개혁 세력은 더더욱 한계가 있지요.
대형 야당의 기득권, 헤게모니,
독재 정권에 맞서 투쟁해 온 대결 논리,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단편적인 전술로만 일관하는
민주당의 진부성, 갑갑함은 비판받아야 하고 개선되어가야 합니다.
(박영선 후보의 투쟁성도 그러한 근성의 연장이라 보는데요. 너무 빡빡하고 날이 서도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보다 거시적으로 나라의 현재와 장래를 내다보고 화두와 정신, 청사진을 제시하는 그런 민주당이 되어야 하며,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아직도 현재형이긴 하나, 그러한 투쟁적 자세는 국민 대중이 식상해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반대로 투쟁의 모습을 보여야 할 때에는 유약함과 타협의 모습을 보이는 것,
실상 타협이 아니라 거대한 현실체인 한나라당에게 무언가 내주고 다른 것을 얻어내는 과정일 수도 있고,
실제로 안일함과 자기 밥그릇 지키기인 경우도 있고, 그렇겠습니다만,
갑갑한 모습이 참 많은 게 사실입니다)
보다 세련되고, 한나라당 수구 진영 저들보다는 한 수 위이며 진지하게 정치한다, 그래도 민주당이 중산층과 서민의 편이다라고
국민들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불만족스러움에서, 기성 정치권 외곽의 인물들이 대중의 환호를 받는 현상이 기인하는 것이겠습니다만,
이러한 환호 또한 뭔가 석연찮다고 저는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당 정치, 시민운동, 각자의 역할, 임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금 민주 개혁 진영의 영역 파괴 현상, 이 또한 경계를 넘나드는 퓨전의 시대 조류의 한 자락인지,
무엇인지 저로서는 좀 혼란스럽습니다.
시민운동이 정치까지 하고, 좌파 정당이 중도 개혁 정당과 합당 시도를 하는데,
그러면, 각자 가진 소중한 기능, 임무, 사명이 있는데, 그건 누가 합니까?
소는 누가 키우냐 말이지요…
더욱이, 정치 외곽의 사람들이 스타가 되고, 스타가 되면 정치권으로 들어오는, 이렇게 정치가 정점이 되고, 정치로 수렴하는 세태,
기성 정치에 식상함과 염증을 느끼면서도 결국 그 때문에 정치 외곽 세력이 또 정치로 수렴하는,
정치가 정점에 서는 모순, 역설,
이상해 보입니다.
그 신선해 보이는 사람들, 기성 정치권에 들어오면 신선함이 확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정치란 본래 신선해 보이는 것과는 거리가 먼 복잡하고 좋은 소리 안 나는 일이니까. 그래서 대중들은 또 실망합니다. 수구 언론들은 또 그 허무주의, 냉소주의를 조장하고. 악순환이지요.
아무튼, 지금 돌아가는 선거판 가운데서, 어느 한 분을 역성들고 한 분을 폄하해서 아군에게 총질하는 우는 범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나름 속의 불만이 있어서 말입니다…
요컨대, 민주당 등 민주 개혁 진영의 기성 정당도 면모를 일신하고,
국민 대중들도 좀 더 진지해지고 수준을 높였으면 하는 게 제 바램입니다.
(제 수준이 높아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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