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동 한 번도 안합니다.
새벽에 출근해서 야근, 회식 등등으로 꾸준히 운동하는게 쉽지 않더군요.
예전에도 스쿼시/헬스 끊고 한 동안 운동하다가 계속 바쁘다보니 안갔습니다.
나이는 들고 몸매는 점점 망가지면서 살은 찌고 피로도는 점점 심하게 느끼고...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건강하고 균형잡힌 몸을 목표로 살을 빼기로 5월에 결심하고
실천에 옮긴 것이 식사량 조절과 주말 등산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식사량을 줄이니 배가 고파서 잠을 못잤습니다.
결심하고나서 도봉산 처음 올라갈 때는 그야말로 숨이 넘어갈 듯한
제 거친 숨소리와 더불어 하늘이 샛노랗게 보였습니다.
그래도 기를 쓰고 2시간 남짓 걸려 죽자살자 신선대까지 올라갔습니다.
몇 달 열심히 노력한 결과 몸무게가 요일마다 편차가 심하지만
현재 9~10kg 감량한 상태입니다.
물론 최근에 건강검진 받고 결과보니 아직도 정상 몸무게와는 거리가 멉니다. ㅜㅜ
연휴 첫날 피곤하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간단히 아침 먹고
와싸다에서 얼마 전에 구매한 VAPUR 물병에 물을 가득 채우고
요즘 읽고 있는 책 한권과 사과 하나를 배낭에 달랑 넣고 집을 나섭니다.
7호선 도봉산역에 내려 도봉탐방지원센터에 한 시간 가량 걸려 도착하니
아침 9시 26분.
지난 주에 신선대 다녀왔으니
오늘은 포대정상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부지런히 올라갑니다.
포대정상 방향으로 갈 때 늘 맨 처음 쉬면서 물 마시고 보충하는 곳이 '만월암'이라는
커다란 바위가 절묘하게 감싸고 있는 아담한 암자입니다.
도착하니 10시 8분... 42분 걸렸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엄청 빠르게 올라왔습니다.
물 마시고 잠시 가을 아침햇볕 따스한 산속 경치 구경하면서 쉽니다.
10시 15분 숨을 고르고 다시 출발합니다.
10분 정도 걷다보니 포대정상으로 가는 길목의 418 계단이 나옵니다.
처음에는 이 계단 올라갈때 4~5번은 쉬었는데
최근에는 한 번도 쉬지 않고 바로 올라갑니다.
오늘은 등산하기 딱 좋은 가을날씨의 도움을 받아
418계단 지나 바로 포대정상까지 올라갑니다.
포대정상 도착하니 10시 36분... 도봉탐방지원센터부터 딱 70분 걸렸습니다.
물 마시고 잠시 숨 고른 후에 10시 40분에 사패산 방면으로 다시 출발합니다.
쌀쌀하지만 날씨가 좋다보니 오늘은 살짝 욕심이 생겨
수락산 지나 불암산까지 가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포대능선/사패능선을 타고 쭉 가다보니 회룡역 쪽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사패산 정상까지는 안가고 여기서 회룡탐방지원센터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서
하산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부지런히 내려가니 도착한 시간 11시 52분
포대정상부터 회룡탐방지원센터까지 총 72분 걸렸습니다.
금년 산행 시작한 이후로 가장 빨리 내려온 것 같습니다.
잠시 화장실 들러서 세수하고 11시 55분 출발...
부지런히 걸어서 회룡역에 도착하니 12시 7분...
점심으로 김밥천국에서 김밥 한 줄 사먹으면서 휴식을 취합니다.
12시 30분에 다시 수락산 방면으로 출발합니다.
동막골 초소 바로 지나 늘 쉬던 의자에 앉으니 12시 51분입니다.
1시까지 쉬면서 다시 숨을 고릅니다. 수락산 정상까지는 긴 여정이거든요.
1시에 출발해서 중간에 약수터에서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도정봉에 도착하니
1시 55분입니다.
도정봉에는 언제나 막걸리와 맥주를 파는 아저씨가 있어 등산객들이 바글바글합니다.
고추장에 멸치, 김치 등등의 안주와 막걸리/맥주가 한 병에 4천원입니다.
일반 가게보다야 당연히 비싸지만 가격가지고 뭐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도 종종 맥주나 막걸리 마시면서 원기를 회복하던 곳이지만
오늘은 잠깐 쉬고 2시 정각에 출발합니다.
가다보니 드디어 염통이 쫄깃쫄깃할 수도 있는
수락산의 명소 홈통바위 일명 기차바위 근처에 도착합니다.
맨 처음 여기 로프 잡고 올라갈때 중간에 힘빠져서
생명의 위험(?)을 느낀 적 있습니다. ㅜㅜ
몸에 힘을 빼고 최대한 빠른 시간에 올라갑니다.
중간에 살짝 힘이 쏙 빠진 느낌이 들었지만 멈추지 않고 숨을 헉헉거리며
기차바위를 무사히 통과합니다.
이제 수락산 정상까지는 그닥 큰 난코스는 없습니다.
수락산 정상에 도착하니 2시 50분입니다.
다리가 살짝 저린 느낌이 들어서 3시 10분까지 정상에서 충분히 쉬면서
가져온 사과를 우적우적 먹습니다.
원래 여기서 수락산역으로 내려가는게 지금까지 저의 최대 구간이었는데
불수사도북 코스라고 많은 분들이 가시는 종주 구간 연습하는 셈치고
불암산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예상보다 불암산 방향 덕릉고개 하산길이 무지하게 깁니다.
중간에 나타나는 군부대 철조망을 끼고 계속 내려가니 불암산 시작 푯말이 보입니다.
시각은 16시 16분...
수락산 정상에서 불암산 입구까지 66분 걸렸습니다.
푯말을 보니 덕릉고개 둘레길 넓은마당 둘레길이 서로 반대방향을 가리킵니다.
옛날에 불암산 지나 수락산으로 넘어갔을 때 방향이 어디였더라...
잘 기억이 안납니다 ㅜㅜ
에라 어차피 정상으로는 가겠지 하면서
별 고민없이 넓은마당 둘레길로 방향을 정하고 16시 20분에 출발합니다.
제 예상보다 둘레길이 깁니다.
앞에 노부부가 걸어가시면서 동네쪽으로 빠지시는데 푯말을 보니
불암산 정상까지 1260m라고 적혀있습니다.
시간은 16시 50분...
이제 그만 집에 갈까 아니면 처음 목표한대로 정상까지 올라갈까?
고민을 잠시 합니다.
사실 여기서 그냥 내려갔어야 하는데
도봉산 수락산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한 산이라고 판단하고 올라갑니다.
(요 대목이 결정적인 오판이었습니다)
긴 산행으로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게다가 길도 명확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때마침 올라가는 등산객을 따라 가는데 힘이 빠져서 전혀 수월하지가 않습니다 -.-
천신만고 끝에 올라간 불암산 정상이 보이는 바로 얼마 전에
막걸리 파는 곳이 있습니다.
점심 먹은거는 이미 소화된지 오래되었고
배가 고파서 막걸리 한 병을 고추장 멸치와 함께 게눈 감추듯이 훌딱 해치웁니다.
여기도 4천원입니다.
옆에 같이 자리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는 두 분이 있었는데 고향친구라고 하시더군요.
막걸리 마시고 불암산 정상에 서서 해가 산 봉우리에 살짝 걸쳐있는 광경을
밧데리 거의 없어진 핸드폰으로 찍은 시간이 18시입니다.
해가 지니 이제 어둑해지겠구나 생각하면서
그래도 하산할 때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씩씩하게 내려갑니다.
그러나 왠걸...!!!
급격하게 어두워지더니 제 예상과는 반대로 7시가 가까워져도 하산길은 멀었고
멀리 도시의 불빛들만 반짝반짝합니다.
슬슬 겁이 나지만 조금만 더 가면 하산할 거야 스스로를 위로하고는
이미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부지런히 내려갑니다.
이런 아뿔사...!!!
완전히 어두워져서 길이 잘 분간이 안됩니다.
길이라고 판단한 곳으로 부지런히 내려가다보니 길이 아닙니다. ㅜㅜ
순간 고민합니다.
거의 내려온 것 같긴 한데 그냥 뚫고 내려갈까? (네가 무슨 빨치산이냐?)
아니면 다시 거꾸로 올라가서 길을 다시 찾을까?
근데 이렇게 어두워져서 잘 식별이 안되는데 그냥 내려가다가 절벽이라도 만나면???
그렇다고 다시 올라간다고 해도 길을 찾을 수 있겠어?
119를 호출해야할까? 별별 생각이 떠오릅니다.
산행길 기록한다고 GPS로 경로를 기록하는 프로그램을 동시에 두 개를 띄워놓았더니
수락산 정상에서 밧데리가 13% 밖에 남지 않아서 휴대폰 전원을 껐는데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근데 무슨 지리산 설악산도 아니고 불암산에서 길 잃었다고 119를 호출하냐??)
갑자기 머리 속이 두려움과 함께 복잡해집니다.
예전에 속리산에 갔을 때 청주에서 친구 만나기로 하고 혼자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어두워져서 헤맨 기억이 납니다.
그 때는 지나쳐왔던 산장으로 다시 올라가
연세가 지긋하신 노부부한테 수고비를 말씀드리고 안내를 부탁했었습니다.
그 분들은 자고 가라고 연신 권하셨지만 친구 만나기로 한 약속에
할아버지가 주신 양초에 신문지를 뚤뚤 말은 수동 헤드라이트로 길을 밝히면서
겨우 내려왔었습니다.
사실 그 즈음 귀곡산장이란 코미디가 인기가 있었는데
그 산장이 귀곡산장 분위기가 물씬 풍겨서
친구랑 약속이 없었어도 숙박을 할 마음은 전혀 없었습니다. 무서웠거든요.
하지만 그 때 양초에 신문지 둘둘 말아 주신 노부부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119 부르기에는 아직 초생달이 밝다란 생각으로 길이 아닌 경로에서 다시 올라갑니다.
힘은 당연히 하산하기에도 바쁜데 올라가니 두 배로 힘이 듭니다.
어둠 속에서 유심히 살펴보니 다시 길을 찾았습니다.
근데 너무 어두워져서 계속 내려갈 수 있을까 걱정이 무지 됩니다.
이럴 때 일수록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반드시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어' 하는 마음으로 제 자신을 달랩니다.
그 때 왠 한 줄기 빛이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저를 향해 누군가 뛰어옵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인사하고 하산길까지 얼마나 남았나요? 여쭤보니
'한 3KM? 30분 정도 걸릴 거예요' 말씀하시는 분...
철퍼덕... 3km면 산에서는 장난 아닌데...ㅠㅠ
불암산이 이렇게 코스가 길었나???
가만 살펴보니 후레쉬 하나 들고 개를 데리고 야밤에 산길을 런닝하시는 분이더군요..
아놔... 이 분한테 하산길 안내를 부탁할까 생각했는데
이 분 멍멍이와 함께 번개처럼 저 멀리 벌써 뛰어가십니다 ㅜㅜ
OTL... 소리쳐서라도 불러야 할까???
일단 그냥 내려갑니다.
오옷...!!! 다시 불빛이 저 아래 보입니다.
후다닥 불빛을 향해 다가가니 아까 막걸리 마시던 곳에서 만났던 친구 두 분이네요.
울매나 반가운지... 제 마음에도 불빛이 켜졌습니다.
한 분이 후레쉬 엄청 밝은 것으로 앞을 비추니
껌껌하던 산길에 그야말로 광명입니다.
그 분들 뒤를 절대 놓치지 않고 졸졸 따라내려오다보니
공릉관리사무소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오...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구나....ㅜㅜ
두 분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모자를 벗고 정중히 감사인사를 드렸습니다.
근처에 식당이라도 있으면 식사라도 대접해드리고 싶었는데
근처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드리고 시각을 보니 19시 46분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택시 타고 집에 와서 교촌 치킨에 맥주 마셨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불수사도북 코스를 완주하고 싶습니다!
편안한 연휴 되십시오 회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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