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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학교가는 아이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1-09-15 14:40:40
추천수 1
조회수   1,352

제목

혼자 학교가는 아이

글쓴이

김현민 [가입일자 : 2000-04-28]
내용
큰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입니다.

초등학교가 집에서 대략 걸어서 15분~20분정도 걸립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다 보니 입학해서 매일 아이와 함께 등교를 했습니다.

일부러 차를 태우지 않고 비가 오나 눈이오나 매일 함께 손잡고 걸어다녔습니다.

언젠가는 아빠의 도움없이 혼자 이길을 가야하니

매일 걸어다녔습니다.



첨엔 무지하게 귀찮았습니다.

집이 언덕에 있어 겨울에는 아이를 데려다 주고 혼자 오는길은 왠지몸과 맘이 횡하고

한여름에는 집에 도착하면 옷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습니다.

어떤날은 빨리 아이가 커서 혼자 학교를 다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걸어가면서 아이와 함께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학교 친구이야기

동생들 이야기

어제 읽은 책이야기

생일선물로 받고싶은 장난감이야기



하지만 점점 아이의 손을 잡고 학교를 가는날이 행복해졌습니다.

큰아이와 저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눌수있는 아주 소중한 시간임을 깨닳게 되었습니다.

왠만한 아이반 친구들과도 등교길에 항상 만나니

아이친구들과는 매일 아침 하이파이브로 인사를 나눕니다.

학교앞 보안관 아저씨와 인사도 나누고 교통정리해주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와도

인사를 나눕니다.

왕복 30분정도 걷고 집에 들어와 씻고 아침밥을 먹으니 밥맛도 좋습니다.





그런데 2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갑자기 아이가 혼자 가겠다고 합니다.

이제 자기도 혼자 갈수 있다고 합니다.

첨엔 불안불안 하고 해서 아빠가 조금만 따라간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눈물을 보입니다

이젠 자기 스스로 할수 있다고 절대로 따라오지 말라고 합니다.

알았다고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를 보내고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면서

아이의 몸집보다 아직은 더 커다란 책가방을 보면서 맘이 놓이질 않습니다.



저는 몰래 따라가봅니다



아이가 절 발견하면 실망할까봐

벽에 붙어서 따라가봅니다.

매일매일 아빠와 다니면서 주의시켜준대로

교차로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정확하게 일단 섰다가 좌우를 살피고

손을 들고 건너갑니다

손을 들고 건너는 아이는 제 아들뿐입니다.



간혹 뒤를 돌아다 봅니다

혹시 아빠가 따라오나 확인합니다

저는 가로수 뒤로 몸을 바짝 움크리고 숨어봅니다

아이는 아빠가 없음을 확인하고 가던길을 계속 합니다.



친구들을 만납니다

손을 잡고 갑니다. 무엇이 좋은지 깔깔거리고 장난을치며 학교로 갑니다.

멀리서 아이가 학교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합니다

하지만 더 가까이 확인하기 위해 정문까지 굳이 가봅니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저기 넘어 아이가 교실로 들어갑니다



그때서야 저는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합니다.



왠지모르게 서글픕니다.

그냥 서운합니다.

이젠 아이가 제 도움이 하나씩 필요하지 않는것이 마냥 즐겁지 않습니다.

출근하는 많은 어른들 사이를 피해가며 무거운 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모습이

험난한 세상에 아이혼자 내놓은것같은 맘입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우리 부모님은 어떠셨을까,

내가 첨 학교가던날

자전거 보조바퀴를 떼어네고 두발로 자전거를 타던날

대학시험을 치르려고 시험장에 들어가던날

첨 운전면허증을따고 혼자 차를 몰고 집을 나서던날

머리빡빡 밀고 군대가던날

장가가던날

그리고 분가하던날,,





서늘한 아침바람에 겨울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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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훈 2011-09-15 14:50:45
답글

글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흐르네요... ㅠ.ㅜ

심재현 2011-09-15 14:52:12
답글

부모 마음은 다 똑같지 말입니다.<br />
저도 혼자 학교 가는 아들 녀석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짠해 오는 걸 느꼈었습니다.<br />
그게 벌써 5년이 훨씬 지난 일이고, 내일모레면 중학생에, 덩치는 저만 해졌네요. ^^;;;

김주항 2011-09-15 14:55:08
답글

秋收冬藏 임뉘돠....ㅡ.ㅜ!!

이준열 2011-09-15 14:58:41
답글

부모님하고 같이 등교하면 친구들이 놀리나보더군요.<br />
저희 큰녀석도 1학년때 어느날 혼자가겠다며 절대로 따라오지 말라고 하더군요.<br />
내심 섭섭하기도 했지만 든든하기도 했습니다.<br />
하나둘씩 놓아주는 연습을 하셔야 할껍니다.<br />
<br />
그리고 저의 경우는 저희 부모님께서 그야말로 강하게 키우셨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식도 혼자 가고 했으니...

정병홍 2011-09-15 14:58:51
답글

사랑은 그렇게 내려 갑니다.<br />
효도도 하고 자식도 잘 키우고,<br />
완벽한 모습이지만 인간은 원래 <br />
덜떨어진 존재입니다.<br />
그냥 내새끼하나 잘 키우는것도 <br />
종족을 보호(?)하는 큰 일입니다.

전성환 2011-09-15 15:03:30
답글

그림이 너무도 잘 그려지네요<br />
현민님 심정이 어떤지 잘 느껴지네요<br />
우리도 그랬으니 우리 아이들도 곧 그러겠단 생각만 드네요<br />
그래도 대견합니다 ^^

유재석 2011-09-15 15:06:33
답글

군대가던날, 외국에 오랜기간 나가던날, 분가하던날.. <br />
<br />
울엄마는 만쉐이~를 불렀습니다.. ㅜㅡ

tom0360@naver.com 2011-09-15 15:07:50
답글

왜 가슴이 아프지요........^^<br />
<br />
아름답고 행복하고 슬픈이야기네요..........ㅠ..ㅠ

김현민 2011-09-15 15:09:46
답글

아이가 씩씩하게 무럭무럭 커간다는것이 <br />
감사한 일이지만 <br />
신나는 일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이주현 2011-09-15 15:13:14
답글

벌써 그러심 <br />
<br />
조금 있다 사춘기 때 아버지를 귀찮아하며 말 섞는 것도 피할 땐 워쩔......ㅡㅡ;;

johnnybj@hanmail.net 2011-09-15 15:15:17
답글

저희집 늦둥이도 내년이면 학교를 가야하는데 ..<br />
집에서 젤가가운 초등학교가 걸어서 15 - 20분입니다 ..<br />
<br />
저와 집사람 맞벌이 .... ^^;;<br />
걱정이 태산(생각하면 잠이않옴) 입니다 ..<br />
<br />
유모를 들이덩가 제가 회사 관두덩가 해야할 판입니다 .. ^,.^=

남상규 2011-09-15 15:16:38
답글

김현민님의 글을 읽고 뿌듯하면서도, 허전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br />
김현민님의 마음이 잘 녹아있는 글이네요. 심히 동감합니다. 요즘 초등 6학년인 제 아들 녀석도 조금만 도와주거나 참견하거나 하면 짜증을 부립니다. ㅠ.ㅠ

조문호 2011-09-15 15:19:30
답글

저희 딸도 언능커서 학교 갔으면 좋겠습니다.<br />
회사 출근 시간 때문에 학교에 데려다 주는 경험은 많이 해보질 못하겠네요.

윤석준 2011-09-15 15:28:14
답글

아 쒸............. <br />
<br />
왜 멀쩡한 대낮에 사람을 울리고 그러셔요 ㅠㅠ

vanny@dreamwiz.com 2011-09-15 15:38:25
답글

벽에 붙어서 따라가봅니다. - 상상하니 웃음이 ㅋㅋㅋㅋㅋ<br />
<br />
그런데 아이를 데려다 줄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게 엄청 부러울뿐. ㅠㅠ

전성환 2011-09-15 15:38:55
답글

저는 요즘 딸을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올때 손잡고 길을 걷습니다<br />
길가에 핀 꽃을 보고 나뭇잎도 만져보고 비둘기도 따라가보며 오는데<br />
참 아이가 좋아합니다. 엄마랑은 절대 그냥 걸어오는 법은 없는데 저랑은 손잡고 잘 걷네요<br />
둘만의 추억이 생기는거죠

김준호 2011-09-15 15:44:29
답글

제가 해보려고 했던건데~ 바쁘다는 핑계로 아직 못하고 있네요~ <br />
우리작은애(남)도 1학년인데 겁이 많은지 혼자는 못가더라구요~ 집에서는 혼자서 안방화장실도 못가고 식구들이 보이는 거실화장실 갑니다~

이인규 2011-09-15 15:57:53
답글

아이가 이제 2학년이 되어 혼자 다닙니다만 김현민님의 글을 읽자니 작년에 제가 겪은 일과 어찌그리 흡사한지 ㅎㅎ<br />
<br />
혼자 학교 다니기 시작한 아이를 몰래 따라가며 잘가는지 지켜본적이 있었는데 그때 느낌이 나네요.<br />
친구와 신나게 떠들며 가버리더군요..쩝.. ㅡㅡ;;

진성기 2011-09-15 16:04:52
답글

아이들은 .<br />
언제까지 같이 지낼 수 도 없고 <br />
그래서도 안되지만 <br />
항상 놓기 싫은 게 아이 쪽이 아니라 <br />
부모 쪽 손인 것 같습니다.<br />
아이들은 빠르게 커가고 <br />
부모는 그만큼 빨리 늙어 가겠죠.<br />
아이의 손은 손안이 모래와 같아서 <br />
힘껏 쥐면 쥘수록 <br />
그만큼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버립니다.<br />
적당한 때에 놓아 주어야죠.<br

김정우 2011-09-15 16:06:13
답글

<br />
아직 넷 더 있으시잖아요.

기태석 2011-09-15 16:12:24
답글

아니 현민님 덩치에 숨으시다뇨 ㅎㅎㅎ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김성진 2011-09-15 16:17:03
답글

아 아빠...아니 아버지가 보고싶네요<br />

성인경 2011-09-15 16:25:32
답글

저도 이젠 교문까지만 바래다주고 맙니다. <br />
언젠가 '넌 아직도 아빠하고 같이 오냐' 하고 아달을 놀리는 놈들을 보고나서는....<br />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광석이형 노래가 생각나는군요. 훌쩍.... ㅠ.ㅠ

김태훈 2011-09-15 17:14:52
답글

학력고사 치는 날 트럭으로 고사장까지 데려다주셨던 아버지 생각이 나네요..

김현민 2011-09-15 17:57:28
답글

자식 키우면서 많이 배우며 삽니다.^^

이수영 2011-09-15 18:05:48
답글

셋째, 넷째 때는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겁니다... =3==33

최재권 2011-09-15 18:07:55
답글

내년에 울 딸도 초등학교 입학 하는데~~~손잡고 걸어가야겠습니다.

안진엽 2011-09-15 19:03:57
답글

아아.. 이런 서글픔을 네번이나 겪으셔야 하다니...;;

koran230@paran.com 2011-09-15 19:29:38
답글

저도 출근하면서 3살된 꼬맹이를 어린이집에 맞기고 오는데 자기상체만한 가방을 매고 걸어가는걸 조면 가슴이 아픕니다.

류내형 2011-09-15 20:10:07
답글

저도 얼마전에 큰아이 초등학교입학을 시켰습니다.<br />
낯선 땅, 낯선 사람들과 함께있으면서도 환하게 웃으면서 저한테 "바이~"하면서 교실로 들어가는 모습에 눈물이 울컥나더군요. 에휴~ 이 댓글 쓰면서도 또 울컥...

박태희 2011-09-16 00:01:15
답글

부럽네요. 아직도 세번이나 남았고.....<br />
<br />
막내 때는.... 아마도 변태 할아버지가 따라온다고 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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