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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진 "나는 안철수라는 사람에 대해 모른다"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1-09-09 00:17:13
추천수 0
조회수   2,767

제목

김여진 "나는 안철수라는 사람에 대해 모른다"

글쓴이

이진혁 [가입일자 : ]
내용
[세상 읽기] 나는 모른다 / 김여진



» 김여진 연기자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다. 보통사람이 농사를 지으면 남들이 하는 방식대로 남들이 하는 만큼 열심히 지으며 남들보다 더 많은 수확을 얻기를 바란다.



현명한 사람은 남들보다 좀더 연구를 하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면서 대부분의 경우 남들보다 많은 수확을 얻는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도 분명 있다. 날씨 때문일 수도 있고 운 때문일 수도 있다. 실망스럽고 분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더 열심히 노력한다.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이 있다. 농사를 이렇게도 지어 보고 저렇게도 지어 본다. 여러 경우를 관찰하고 문제점을 알아내고 기발한 방법을 시도해 본다. 여태 누구도 해보지 않은 방법이라 사람들은 안 될 거라고 말한다. 많은 경우 실패해서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한다. 그러다 정말 획기적인 새로운 농법을 발견한다. 많은 수확을 얻는다.



그런데 이 사람은 그 방법도, 수확물도 미련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줘 버린다.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의심하고 조롱한다. 사기꾼이라고도 하고 바보라고도 한다.



이 사람은 또다른 방법을 찾는 데 몰두한다. 농사를 짓고, 연구하고, 모험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즐거움을 누렸기 때문이다. 결과물이야 누가 쓰든 크게 관심이 없다. 보통사람들은 그를 모른다. 성자라 치켜세우든 바보라 놀려대든 정확히 그가 누리는 그 기쁨의 실체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다. 그가 하는 모험이 성공할 경우 존경하고 실패할 경우 손가락질할 뿐이다.



최근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안철수라는 사람에 대해 나는 모른다. 서너 번 직접 보았을 뿐이다. 함께 청춘콘서트를 했고 그의 말을 가까이서 들을 수 있었다. 어떤 질문에든 명쾌한 ‘자기 생각’을 말하는 사람이었다. “답”이라고 단언하지도, 목소리를 높이지도, 얼버무려 말하는 법도 없었다.



부드럽고 쉽게 말한다. 그 사람이 살아온 행적에 대해 들었다. 의사라는 직업을 툭 버리고 컴퓨터를 치료하는 백신을 만들고 회사를 경영했다. 어느 날 가지고 있던 60억원의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다시 과학자의 길을 간다.



학교의 행정을 맡는다. 그를 움직이는 것은 돈이나 권력, 명예가 아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의미가 있는 일, 자신이 잘 “쓰일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선다. 몰두한다. 거기서 기쁨을 얻는다.



그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고심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 역시 깜짝 놀랐다.

나를 더 깜짝 놀라게 한 건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본인의 입에서 그 어떤 얘기도 나오기 전, 단 2~3일 동안의 그 소동은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그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한 번이라도 그의 생각을 듣거나 읽어본 사람은 할 수 없는 추측들이 난무했다. 그를 모를수록, 그와 가장 먼 얘기들을 가장 확신에 찬 목소리로 크게 말했다. 단 이틀을 기다리지 못해 그를 적으로 만들고야 마는 조급함에 어리둥절했다.



기존의 틀, 흔히 말하는 ‘진보와 보수’가 아닌 ‘상식과 비상식’의 구도를 말했던 그는 하루아침에 ‘새로운 보수’라는 전혀 새롭지 않은 틀 속에 억지로 끼워맞춰지고 있었다.

그가 입을 연 뒤에는 정확히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잘 모르겠다. 기다려보자”라고만 했어도 그리 섣불리 상처 입히고 우스워지는 일은 없었을 거다.



우리는 그를 모른다. 기존의 틀로 현실에 나타나는 모든 현상을 재단하고 확신하는 거야말로 ‘진보’라는 단어에서 가장 먼 태도다. 모르면, 가만히 지켜보면 된다. 오랜 관찰이야말로 모든 ‘과학적 진보’의 시작이다. 섣불리 소리 높여 예단하려 하는 건 “거봐라, 내 그럴 줄 알았다!”라고 우쭐대고 싶은 마음이다. 일의 성패를 빨리 알고 싶어하는 욕심이다.



그렇게 우리는, 아주 많은, 실패를 즐기는 모험가를 잃어왔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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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헌 2011-09-09 00:20:10
답글

참 매력적이고 똑똑한 분이시네요...글만 봐도 단순히 연기자가 개념 좀 있다 하는 수준이 아니고 속이 꽉 차있다는걸 느끼게 됩니다.

신정섭 2011-09-09 00:23:22
답글

그 난무하는 추측들이 여기 와싸다에서도 있었죠.<br />
반성이 필요하다고 봐요.

장준영 2011-09-09 00:41:30
답글

적에게 뭇매를 맞고 있거나, 적과 대치하고 있거나, 각박하고 사기가 난무하는 세태에서는,<br />
또 속을지 모른다, 또 당할지 모른다, 한번 속지 두번 속냐, 저 놈도 믿어선 안 된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br />
그런 경계심은 당연하다고 봅니다.<br />
저도 안 교수에 대하여 오해하고, 저 사람, 수구 진영이 뉴라이트로 리모델링하던 때처럼 또 수구 진영이 옷을 갈아입고 대중을 속이려는 책동의 전위대일 것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황태선 2011-09-09 00:50:08
답글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신정섭님께서 콕 찝어서 해주셨네요.<br />
그 동안 자게에 안철수씨에 대한 회원들간에 글을 보면서 김여진씨가 느꼈던 것을 저도 느꼈습니다.<br />
저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느끼셨겠죠.<br />
그래도 여기 와싸다 자게로 인해 섣불리 판단하고 추측하는 사고는 없어져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정동헌 2011-09-09 00:52:33
답글

장준영님 말씀대로 하도 당하고 살다보니 순수한 사람 조차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버렸습니다.<br />
<br />
대통령과 여당과 검찰과 언론은 항상 꼼수 부리면서 사실을 왜곡시켜 전달하기에 바쁘니, 일단 의심과 비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거죠.... <br />
<br />
게다가 윤여준의 설레발까지 있었으니.....<br />
<br />
안교수를 가까이서 봤던 김여진의 글도 옳고, 일단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분

정동헌 2011-09-09 00:53:57
답글

이번 곽노현 교육감 사건과 안철수교수 사건이 진보진영에게 큰 약과 교훈이 되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더 좋은 결과가 앞으로 있을겁니다.

박용갑 2011-09-09 01:17:34
답글

더이상의 타산지석은 없었으면 합니다.<br />
이번 곽교육감과 그리고 안원장 일을 계기로..<br />
<br />
적은 그들이지. 우리가 아니지 아닙니다..

이태봉 2011-09-09 01:39:37
답글

김여진이야 말로 지자군요.

이도경 2011-09-09 04:32:34
답글

김여진도 그렇고 안철수도 문사철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죠.<br />
한계가 빤하다는...<br />

김정호 2011-09-09 05:46:43
답글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ㅠㅠ<br />
윤여준이 멘토라며 침바르는 것도 모르고 ㅠㅠ. <br />
제 짧은 안목에 탄식하며 잠시나마 그를 의심했던 것을 반성합니다

강신구 2011-09-09 08:06:55
답글

김여진씨 뭔가모르게 꽉차있는 느낌이 나네요.<br />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팬이 되렵니다.<br />
여진씨 화이팅......

전성환 2011-09-09 08:49:35
답글

이런 분들이 있어서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고 하나봅니다

김준남 2011-09-09 09:08:21
답글

이상형입니다. 개념찬 미녀. !

haegang@yahoo.co.kr 2011-09-09 10:00:44
답글

정말 개념 가득한 분이네요 이분......

김성진 2011-09-09 10:17:32
답글

이 글로 김여진씨 팬이 되었습니다..<br />
<br />
생김새도 저의 이상형이여서 맘속으로만 좋아했는데...

한은복 2011-09-09 11:47:23
답글

김여진씨 뭔가모르게 꽉차있는 느낌이 나네요. 2.0<br />
정말 지켜봐야 될 분 같습니다..

이준열 2011-09-09 12:13:22
답글

속깊은 마음이 느껴지는 훌륭한 글입니다.

서경식 2011-09-09 12:34:04
답글

저도 공감합니다. <br />
고양이를 키웁시다...................

김현규 2011-09-09 13:40:30
답글

현명하다,머리가 좋다 라는것은 이런상황에서 휘둘리지 않는것,본질을 꿰뚫고 진실을 알기전까지 쉽게 판다마지 않는것 ... 뭐 그런것들을 가리키는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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