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당 의원께서 오늘 민주당 울산시당 특강에서,
"박원순, 안철수 두 분이 단일화했다. 또 여론조사에서 야권 단일후보가 승리한다고 나왔다…
민주당은 서울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손해를 보더라도 단일화 할 것…
박 변호사와 전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눴다. 단일 후보가 될 수 있으면 좋지만,
민주당에 입당해서 민주당 후보가 돼야 승리가 더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시민사회운동 하신 분들은 정치란 땡볕에 내려오면 흔들리기 쉽다…
정치권에 있는 사람이 선거운동을 해 줘야 이길 수 있다…
경선을 하는게 좋다. 국민들로부터 검증을 받고, 잘잘못을 까발리고,
그 차체가 선거운동으로 좋다는 이야기를 했다"
- 라고 말씀하셨는데,
결국 야권 통합, 협력의 문제로 귀착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성에 안 차고 마음에 안 드는 점이 많은 민주당이지만, 그래도 전통 야당, 제1 야당이고,
현재로서는 사실상 수권 능력이 있는 유일한 야당이라 비판적 지지를 받아 왔습니다.
(저도 그 중 한 사람이구요)
하지만, 이제 민주개혁진영도 다원화되었고, 민주당이 비록 전통과 규모가 있다 해도,
다원화된 정치 환경, 대중들 사이에 만연한 정치 혐오감,
힘을 합쳐야 수구 세력을 물리치고 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는 시대적 요청 때문에,
민주당은 야권의 맏이라고 자신을 앞에 내세우려 하지 말고,
야권의 한 일원이라고, 자기 정체성을 새롭게 전환해야 할 것입니다.
야권 후보 단일화로 선거들을 치르려면, 특히, 서울시장, 대선 같은 선거에서는,
야권 후보로 어느 소속의 누가 선출되든, 가장 규모가 크고 조직도 잘 되어 있는 민주당이
자기 당 후보처럼 선거운동을 해야 되는 겁니다.
당 지도부, 중앙당의 주요 의원들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그 분들의 의지를 바라는 것도 좀 난망이긴 합니다만),
풀뿌리 지구당까지 다 그렇게 체질이 바뀌어야 하는데,
정치판, 정당이란, 정치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때문에, 박지원 의원께서 박 변호사께 위와 같은 조언을 드렸겠지요.
민주당에 들어와 단일 후보 되시는 게 현실적으로 더 낫다고.
하지만, 이는 민주당이 다 먹으려 한다는 모양새가 더 두드러지니,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당장 이루어지기는 힘들겠지만, 앞으로 선거에서, 자기 당 후보가 아니더라도, 단일화된 후보는 민주당 후보나 마찬가지이니,
당선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비판적 지지를 받아 온 빚을 갚는다는 차원에서라도 그리 해야지요.
게다가, 대중들은 정치란 진부하고 권태로우며 짜증나는 것이라고 인식하는데,
시민운동가, IT 전문가, 학자 같은 정치권 장외의 유력 인사가
정당 조직에 들어가버리면 그 신선도가 급감해버릴 겁니다.
사실 정치라는 게 엿장수 마음대로처럼 격식, 절차, 기준도 없이 될 수는 없는 것이라,
단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언론을 통해 보기만 할 뿐인 대중들에게는 정치가 짜증나는 것일 수 있긴 한데,
어쨌건 짜증나고 진부하다는 인식은 현실이므로,
정치권 장외 인사가 선거에 뛰어들 때, 굳이 어느 당에 입당하거나 하지 않고,
그대로 단일화 협상과 투표, 여론조사 대상에 들어갈 수 있게끔,
'야권'이라는 개념과 범위를 좀 더 유연하게 설정하고,
단일화 투표 방법 등도 좀 연구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요컨대, 좀 더 열린 야당(특히 민주당), 야권으로 체질을 바꿔가자는 것입니다.
민주당을 대표한다는 손 대표, 박지원 의원 같은 양반들은 곽 교육감 기자회견 있자마자 "거취 밝혀라"라는 말이나 하니,
(저도 그 일 터진 직후에는 도덕적으로는 문제 없으나 모양새가 너무 안 좋으니 사퇴가 상책이라 하긴 했습니다만)
제1야당의 대표, 책사라는 사람들이 저렇게 판도 못 읽고 상대의 패도 못 읽어서야, 전장의 장수, 파이터 기질이 있는 건가,
혀를 찼습니다.
민주당이 우리나라에 아직도 굳게 자리잡고 있는 반공 국가주의의 수구 이념을 두려워해, 개혁 진보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지리멸렬하는 것까지도 답답하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해 주는데,
판도 패도 못 읽는다는 건 용서가 안 되더군요.
민주당에 훌륭한 지도자감 정치인들이 몇 분 계십니다만,
그 깜냥에 못 미치는 분들은, 자기 그릇을 알고 맞는 위치에 머물러 주셨으면 하고(그런 분들도 실력과 장점이 있으니 중요한 역할은 있습니다),
민주당이 되었건 다른 야당이건, 장외 인사이건, 속이 알차고 겉으로도 감동을 줄만한 스타를 좀 육성하자는 것입니다.
진보 좌파 진영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민노당은 참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진보 통합 논의가 지리멸렬, 또 파토나는 것, 국민들 보기에는 참 갑갑하고,
저들은 좀 신선하게 봤는데, 별다른 것 없구나라 비치기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민노-참여 통합은 반대입니다. 중도개혁 참여당이 왜 좌파 정당 통합에 끼어드는가,
미래의, 노선에 따른 정계 구도 설정에 있어서도 진보 좌파 정당의 정체성에 문제가 된다고 봅니다)
갑갑하고 닫힌 정치판에 신선한 바람이 들어가도록 창문, 숨통 틔우는 걸
야권 분들께서 각성하셔서 좀 해 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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