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간판 가게를 하시던 아부지가 음주 가무로 익일 납품할 간한도 준비 안하고 계시면 밤에 제가 대신 만들곤 했습니다. 그래야 밑이 드러난 쌀독을 채우니까...
와꾸 짜고, 형광등 배선 깔고, 흰 아크릴로 바닥 깔아서 아침에 아부지가 글자만 깍아서 붙일 수 있게 말입니다. 쉬운 글자체는 제가 그냥 깍고 입체감 생기게 글씨 밑에 아크릴 절곡해서 공중에 띄워주는 것도 가끔하고...
그래서 그런지 아크릴 냄새가 정말 싫어네요. 그때가 생각나서. 난 죽어도 아부지처럼은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아크릴 오리던 생각이... -_-;;
아크릴이란 재질 자체가 트라우마이니 만지지도 않고 산게 근 30년인데, 애 과학 과제 도와주느라 요새 날마다 아크릴 깍고, 갈고, 녹이고, 붙이고 하다보니 별생각이 다 듭니다.
중학생인 아들이 이런거 해봤냐며 묻는데, 니 나이 때 아빠는 현직이었다고 할 수도 없고.... -_-;;;
어제도 새벽까지 아크릴 만지작거리고 자려다 애 방을 들여다보니 그 나이에 제가 지었을 표정과는 전혀 관계없을 표정으로 잘 자고 있더군요.
아버지처럼은 살지 않겠다던 26년 전 다짐이 대충은 성공했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기계적 동작 부분은 끝나서 이제 아크릴 냄새 맡지 않아도 되서 행복합니다. 새라고 다 나는 것도 아니고, 닭도 새라고 계속 반복 주입으로 아들의 항명에 대비 중.
ㅎㄷ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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