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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층 주민에게 미안했을 때...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1-09-07 10:26:53
추천수 0
조회수   1,021

제목

같은 층 주민에게 미안했을 때...

글쓴이

이승철 [가입일자 : 2001-12-12]
내용
제가 사는 아파트는 서민이 주로 사는 곳입니다.

그래서 주차 공간이 협소하죠.



어쩔 수 없이 주차라인이 없는 화단 옆에도 차를 댑니다.

차를 대면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가는 형세죠.



3주 전부터 화단 끝쯤 같은 자리에 검은 차가 있었는데

이 차가 화단 연석으로부터 30cm 가까이 떨어져 있어

지나다니는 차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조심히 다녀야 했고 잘못하며 차끼리 스치거나 부딪힐 상황이었죠.



원래 거의 모든 차가 연석 가까이 댑니다.

주민끼리의 묵시적인 룰이죠...



이건 도저히 아니다 싶어

먼저 경비아저씨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아저씨 말씀이 제가 사는 층에 사는 젊은 부부의 차인데

이번에 출산하게 되어 지방의 집으로 내려갔다는 겁니다.

급하게 내려가느라 주차에 미쳐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죠.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는데

그 차의 주인이 되는 집 앞에 남자가 서 있는 겁니다.



그분에게 바로 가셔 말씀을 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6호 사는 주민인데요. 선생님께서 대신 차가 화단에서 많이 떨어져서

차가 다니는데 상당히 위험합니다. 저도 피해서 가느라 가슴 졸이네요.

바쁘시더라도 조금 조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젊은 남자분이 미소로 답하더군요.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음날 보니 정말 이동하여 깔끔하게 바싹 붙이셨더군요.

이젠 통행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젊은 신랑분께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속에서 아뿔싸 하고 드는 생각이



아기를 낳은 분에게 축하인사 한마디 못한 제가 부끄러워지더군요.



나이도 많은 제가 먼저 들어서 알고 있다며 그런 인사의 말을 건네야 했는데

더군다나 잠시 집에 들러 다시 아기 보러 지방으로 가던 중 같은데

그 바쁜 사이에 만난 옆집 주민으로서 참 매정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가와 산모의 건강을 기원하며

다음에 만나면 꼭 축하 인사를 잊지 않으려 합니다.



예의 있고 경우가 있는 주민과 사는 것도 나름대로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없이 살아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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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훈 2011-09-07 10:30:18
답글

다음에는 애빠가 그러시면 안돼지~!! 할 것 같숩니다만 <br />
ㅡ,.ㅡ;;

이승철 2011-09-07 10:32:16
답글

경훈님이나 저 같은 줄 아세요...ㅠ.ㅠ<br />
경우 있는 분이라니까요...=3=3=333333

조우룡 2011-09-07 11:00:24
답글

그 젊은 아빠가 무척 쫄았나 보군여......뭣때문에 그랬을까???? ㅜ,.ㅠ^

황준승 2011-09-07 11:11:15
답글

이승철님 같은 사람들만 있으면 이 세상이 참 재미없고 역동성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br />
싸울 일이 없으니까요

황준승 2011-09-07 11:14:08
답글

저희 앞집은 시도때도 없이 물건 사들이고, 실증난 물건을 내어 놓습니다<br />
버릴 물건은 다용도실이나 베란다 같은데다 보관하다 주말에 분리수거하는 날에 처리하면 될텐데<br />
그 집은 평일에 계단앞에다 내어 놓습니다. 저희집이 3층이라 저는 주로 계단으로 다니는데, 불편하더군요<br />
밤에 집에 들어가면서 몰래 그 집 현관앞으로 옮겨 놓곤 하는데, 다음날 보면 다시 계단쪽으로 옮겨놓네요<br />
이거 신고하면 과태료 물어야

이승철 2011-09-07 12:02:42
답글

사정도 딱하고 그런 불편함을 남에게 주는 것도 민폐고...<br />
안타까운 상황이군요.

장준영 2011-09-07 13:36:11
답글

이승철님 글 뵈오면, 내 앞가림만 하며 사느라 무심히 잊고 살았던 중요한 것들을 발견하게 됩니다.<br />
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이승철 2011-09-07 15:13:41
답글

그냥 사는 이야기인데 장준영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조금 부끄럽네요.<br />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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