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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대선용 스펙쌓기”
‘아마추어 주제에 까불다가 한 방에 훅 간다.’
정치의 기본적인 법칙 중의 하나는 ‘누군가를 찌르고 와야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거다. 수호지에서 표자두 임충이 양산박에 들어가는 절차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정치의 절대법칙이다. 동지인가 아닌가를 구분하는 선이 거기서 그어지기 때문이다.
정운찬, 박원순, 조순, 고건, 문국현, 박찬종, 안철수, 이수성, 엄기영, 오세훈, 박근혜들의 공통점은 누구도 찌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적을 만들지 않은 것이다. 말하자면 이들은 어떤 의미에서 아직 정식으로 정계에 데뷔를 안 한 것이다.
박근혜도 뒷문으로 어떻게 슬그머니 데뷔를 하긴 했지만 그게 비공식 야매데뷔다. 얍삽한 짓이다. 정식으로 신고식이 없었다. 언젠가는 그 약점을 추궁당하게 된다. 미래연합 하다가 탄핵바람 타고 운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여전히 조중동의 인정을 못받은 약점이 있다. 제대로 인증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다.
김영삼은 자유당을 배신해서 떴다. 김영삼이 10여명의 동료의원을 규합해서 자유당을 탈당하는 바람에 자유당은 결정적으로 파산한 것이다. 자유당은 찌른 공도 공은 공이다. 영삼은 그 공적을 인정받아 신민당 총재까지 올라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박정희와 대적해서 떴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상도동계로 시작했지만 꼬마민주당을 파산시키고, 자신을 키워준 고향을 떠나 DJ편에 가담했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공적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회창은 생쇼에 불과하지만 김영삼을 찌르는 척 했고, 정동영은 마이너급이지만 어쨌든 권노갑을 찔렀고, 이명박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수혜를 입었다. 탄핵이라는 결정적인 칼질로 한나라당에 막대한 에너지가 응축되었는데 그 혜택을 입어야 할 홍사덕, 최병렬, 박관용, 강삼재류가 자폭하는 바람에 주워먹은 것이다.
중요한건 이명박의 주워먹은 에너지도 본질은 탄핵이라는 찌르기에서 왔다는 것이다. 찔러서 된 것이다. 피는 손에 안 묻었지만 그 찌른 패거리의 공동자산을 빼먹은 것이니 그 자도 공동정범이다.
누군가를 찌르고, 누군가를 파멸시키고,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는게 정치다. 왜냐하면 정치란 공동체가 나아가는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며, 거기서 '돌이킬 수 없는' 거함의 방향성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정치는 집단의 의사결정이며,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분명한 방향제시가 있어야 하고, 그 방향제시는 이심전심에 의해 전달되는 것이며, 그 이심전심의 방향제시를 대중이 포착하려면 동지가 되는 신고식의 절차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 신고식은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다. 거함이 방향을 오른쪽으로 잡았는데 갑자기 5초만에 왼쪽으로 바꾸면 타고 있던 승객들 멀미한다. 그러므로 대중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번 방향을 정하면 적어도 10년은 꾸준히 가보자고 요구하기 마련이고 이를 위한 보증인이 필요한 거다.
누군가를 찌르고 오면 막말로 ‘족’되는 것이며, 그걸로 평생 낙인이 찍히는 것이며, 그 낙인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므로 저 인간이 함장이 되면 그 길로 최소한 10년은 가준다는 심리적 보증이 되는 것이다.
그게 없으면 정치인 자격 없다. 낙인이 있어야 한다. 중간에 방향을 바꾸면 자신부터 죽는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문재인이라면? 노무현 대통령때 정해진 방향을 틀다간 바로 죽는다. 운명이다. 피가 흘렀기 때문이다. 피의 맹세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지금 적이 없는 안철수가 거함의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대한민국호의 앞날에 제안하는 방향제시는? 없다. 이건 말로 되는게 아니고 오직 피로 되는 거다. 이심전심이 말로 가나? 피로 가지. 형제는 가깝고 남남은 거리가 멀다. 그건 말로, 논리로, 공약으로, 이미지로 되는게 아니고 피로 된다.
피해갈 수 없는 수순이다. 안티가 생겨야 지켜줄 세력이 만들어진다. 그냥 사람 모아서, 인맥 만들어서 뜬다는건 터무니 없다.
안철수가 은밀히 사람을 제법 모았다지만 과거 이수성이 ‘나는 여야 모두가 친구다’고 넉살을 떨거나, 박철언이 ‘월계수 회원만 모아도 500만표’라고 기세를 올리거나, 김윤환이 한때 자랑하던 막강한 인맥처럼 허무한 거다.
조용기 기독교신당이 기독교 신도만 모아도 천만표라고 떠드는 것과 같다. 에너지 없는 표는 안 쳐주는 거다. 목숨걸고 지켜줄 세력이 진짜 세력이다. 그냥 사람이 좋아서 좋다는건 어이없는 거다. 피를 나눈 동지여야 한다.
안철수가 모은 사람은 동지가 아니다. 필자가 박근혜 지지세에 허수가 있다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중간그룹의 지지없이 리더와 대중이 직접 연결될 때 그 약한 고리는 결정적 시점에 끊어지고 만다.
동지가 있어야 진짜가 되는 것이며, 비로소 한 배를 탄 셈이 되는 것이며, 안철수의 사람들은 정치적 동지가 아니다. 한 배 안 탔다. 그냥 이미지다. 거리에서 모여든 거다. 잘 살펴보면 다 지나가는 행인 1이다. 동지라는 말은 살벌한 거다. 피아구분을 하는 거다. 죽거나 죽이거나다. 목숨 걸어야 진짜다.
박근혜에게 사람은 많으나 동지가 없다. 그게 그의 약점. 윤여준이 안철수를 이용해서 박근혜를 치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몽준이 혀로 박근혜를 찌르는 것도 같고. 박근혜를 동지로 보지 않는 거다.
박정희는 장면정권을 찔러서 떴다. 전두환은 광주에서 살인을 저질러서 떴다. 노태우도 전두환을 치는 척 약간은 생쇼를 했다. 따지자면 이승만도 일본을 찔러서 뜬 것이다. 이승만은 말년에 친일했지만 1948년까지는 반일 일등공신이었다. (이승만이 미국의 소리 방송으로 매스컴 타서, 또 한말 의병전쟁 이후 독립운동 1세대이므로, 해방직후로는 이승만 1위, 김구 2위, 여운형 3위, 김일성 4위 이렇게 인기순위가 매겨졌음.)
누구도 적을 만들지 않겠다는 안전운행으로는 정치가의 자격이 없다. 정치를 빼고 행정개념으로 접근하면 꼴이 우습다. 서울시장은 스펙쌓기고 본질은 대선이다. 대선출마를 위한 스펙용 보선출마라는건 국민이 다 안다. 비정치적 이미지는 가식일 뿐. 그 가식은 조만간 들통날 뿐. 조만간 시험에 든다.
◎ 동지가 있어야 한다.
◎ 안티가 적어야 한다.
동지와 안티는 같이 생긴다. 동지만 있거나 안티만 있는 경우는 없다. 어쨌든 역대 대선은 ‘절대 대통령 되면 안 될 사람’을 먼저 걸러내곤 했다. 적격자 뽑기가 아니라 부적격자 걸러내기였다. 이회창은 적이 많아서 짤렸고, 이명박은 최병렬, 홍사덕, 강삼재류와 달리 중립적인 기업인 이미지로 사기쳐서 그나마 안티가 적었던 거다.
정동영은 동지가 없었다. 권노갑 찌른 걸로는 약하다. 정동영 주변 사람들 목숨 거는 동지 아니다. 그냥 궁물족들이다. 안철수는 동지도 없고 안티도 없다. 이건 데뷔도 안 한 거다. 동지를 얻고 안티를 얻었을 때 진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언젠가 시험에 든다. 대한민국의 진로를 묻는 것이며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답이다. 동지도 없고 안티도 없으면 진로를 묻지도 않으며 따라서 방향제시도 할 수 없다. 암것도 아니다. 이 경우는 여론 떠보기용이 된다. 국민이 국민의 간을 보는 수단으로 안철수 부류를 이용하는 거다. 그 코스는 띄워놓고 흔들기.
정치의 기본은 적을 중립화 시키고, 중립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이명박 친구인 박원순, 정치무색 화성인 안철수 부류를 그다지 적대할 생각이 없다. 다만 그들이 엄기영 유전자라는 것을 확인해 두려는 것이다.
정치만사 새옹지마라 했다. 안철수가 우리편이 될 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안철수가 나쁘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아마 엄기영 만큼 대단한 바보는 아닐 것이다. 다만 독재치하에서 모두가 고통을 느낄 때, 그 고통을 못 느끼고 잘 살아온 비인간은 정치를 할 자격도 없다는 거다.
정치는 싫고 행정이나 하겠다는 가식은 더 용서할 수 없다. 왜? 그건 사기니까. 대선용 스펙쌓기 맞잖아? 장난하나?
정치의 기본으로 보면 안철수를 일단 우리편으로 생각해주는게 도움이 된다. 이는 이광재가 엄기영의 야심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를 기용한 이유와 같다. 이광재는 교묘한 방법으로 엄기영의 동선을 제한하였고, 멍청한 엄기영이 제대로 걸려든 것이다. 엄기영과 이광재가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면 엄기영이 유리해 졌을 것. 그러나 이광재가 미리 침발라 두었기 때문에 엄기영은 맛이 간 거.
그런 점에서 김어준 등이 부지런히 안철수에게 침을 발라두는 것은 잘 하는 일이다. 안철수가 어떻게든 야권단일화를 수용하고 우리편에 선다면 환영이다. 그러나 그에게 합당한 자리는 결코 상석이 아니다. 정치초보인 그에게는 말석이 타당하다.
그는 지금 이쪽 편에서 묵묵히 희생해야 한다. 정치 입문자가 반드시 거쳐가는 코스, 삼년 시집살이 말이다. 그래야 차차기라도 기회가 있다. 공짜 가마는 없다. 조만간 피해갈 수 없는 질문 앞에 그도 서게 된다. .
조순이나 고건, 오세훈처럼 서울시장 하고 끝낼지 대통령까지 갈지는 거기서 결정된다. 오세훈이 오죽 답답했으면 서울시장 자리 내팽개치고 적 만들기에 돌입했겠느냐 말이다. 제발 안티 좀 해다오 하고 푸닥거리를 했겠느냐 말이다. 동지가 필요해서다.
지금 서울시는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민주당이 타당시장 물먹이기는 매우 쉽다. 이거 고려해야 한다. 만약 안철수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건희, 몽구가 감방에 달려들어가도 한국경제 이상없다'는 정도는 증명해야 그 공적을 국민이 인정할 것이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무법재벌 대상으로 제대로 한 칼 하고 와야 '손에 피 좀 묻혔구나' 하고 진짜 동지들이 나타날 것이다. 거기가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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