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메일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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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의 ‘도박’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결과였지만,
투표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투표에서 기권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 많은 물음을
던진 '정치행위'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투표에서 빠진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과학’입니다.
무상급식이 과연 아이들에게 어떤 장점이 있을까를 조사한 과학의 영역이 간과됐습니다.
코메디닷컴은 지난해 6월 이에 대한 주요한 연구결과를 소개했습니다.
미국의 학술지 ‘정책 분석과 관리(Journal of Policy Analysis and Management)’에 실린 논문이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 연구진이 국가 학교급식 프로그램과 국가보건면접조사 자료를 분석했더니 무상급식이 아이들의 건강을 향상시킨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학업 성취도를 올리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를 이끈 피터 한리치스 교수는 “무료로 제공되는 점심이 학생들이 학교 공부를 더 열심히 하도록 격려하는 역할을 하고 이에 따라 성적도 좋아지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학교급식이 아이들이 도시락을 싸오는 것보다 신체적 건강에는 큰 도움이 안됐지만, 정서적인 면에서 도움이 됐다는 것입니다. 무료급식이 공부에 도움이 되므로 우리나라에서는 무너진 공교육을 되살릴 실마리 역할도 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1946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 때 ‘학교급식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시행했고 현재 미국 연방정부는 매년 무상급식제도 운영을 위해 80억 달러 이상을 쓰고 있지요.
어제 서울시 유권자 25.7%는 다소 힘이 빠졌을 수도 있을 겁니다. 찬성이든, 반대든 귀한 시간을 내서 투표했는데 개표함의 뚜껑도 못 열었으니까요. 그러나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섭섭하더라도 웃으세요. 무료급식 문제는 본질적으로 정치가 아니라 건강과 교육의 문제이니까요. 또 웃다 보면 섭섭한 감정을 잊게 됩니다.
마침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동물이 웃음을 발명했다”는 잠언(箴言)으로 유명한
독일의 철학자, 시인이자 음악가인 프리드리히 니체의 기일입니다. 니체는 문명의 비판자였습니다. 인류 문화가 권태를 이기기 위해 점점 더 말초적인 쾌락을 추구하면서 타락할 것을 정확히 예견했습니다.
니체는 초인(超人) 사상으로도 유명한데, 초인은 어린이의 본성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니체는 인류가 세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고 순종하는 낙타, 고독한 싸움꾼 사자의 과정을 넘어 창조하지만 유연하고 외롭지 않은 어린이의 단계에 이르기를 갈망했지요.
무상급식 투표에서 니체가 비유를 통해 초인의 경지라고 설정한 어린이의 시각과 어린이의 혜택을 과학적으로 살펴보지 않은 것은 아쉽습니다만, 이토록 소중한 어린이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결정됐으니 다행입니다.
어제 오늘 언론이 향후 정국의 방향만 다루고 있는데, 어린이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무상급식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린이의 건강에 가장 좋고도 교육적인 효과를 최대한 거둘 수 있는 급식 방법이 어떤 것인지 지금부터 과학적으로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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