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를 빙자한 오늘 사기극은 결국 오세훈과 한나라당이 참패하는 걸로 결과가 나왔지만,
오늘 같은 택도 없는 투표에 굳이 가서 찍고 온 사람이 서울 유권자 네 명 중 한 명이라는 데 새삼 기가 막히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느 기사를 보니, 투표소 인터뷰에서, 강남의 어느 아줌마는, 애들한테 거지 근성 심어줄까 두렵고, 급식 질 떨어질까 싶어 투표하러 왔다 했고,
강북에서 폐지 주워 돈번다는 어느 할머니는, 빠듯한 나라 돈으로 나 같은 어려운 서민 도와주지 부자 애들 밥 주는 데 쓰는 거 반대하려고 투표한다 했습니다.
뭐, 기가 막힙니다. 이런 나라에서 민주주의하고 야당하려면 얼마나 어려운가 똑똑히 실감하는 하루였습니다.
오늘 투표한 사람들을, 하늘이 두쪽나도 한나라당 찍을 골수 수구 지지자들(그런 의식까지는 없다 치더라도, 그렇게 행동 양식이 꼴지워져 있는)이라 봐도 무리 없을런지요?
저들의 참패라지만, 사실, 25.7%라는 건, 여느 평일 재보궐선거 투표율 치고는 높은 축에 속합니다. 즉, 야당의 홍보 노력이 별 효과를 못 거뒀다는 거지요. 이명박 정권에게 이렇게 데이고 당하는데도, 이렇습니다. 저들은 대선에서 30% 언저리까지는 기본으로 먹고 들어간다는 게 재확인되었다고 봐도 될 듯 싶습니다.
저들이 왜 틀렸고 거짓이며 위법인가를 야당이 열심히 홍보했지만, 수구 관념 또는 정치 무관심에 젖은 계층을 납득시키는 게 이렇게 어렵습니다.
저들은 수십년간 젖은 수구 정서를 자극하는 한 마디로 선동하면 되지만, 야당은 이성적,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됩니다.
대중 정치란 어려운 겁니다. 특히 한국 같은 상황에서는 말이지요.
답답하고 눈앞이 캄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