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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과 하나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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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3 13:34: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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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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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과 하나님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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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영 [가입일자 : 2004-02-07]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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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가톨릭에서는 신(神)을 '천주(天主)'라고 호칭하다가,
60년대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교회 용어를 우리말로 정비하면서,
이미 개신교에서 '하나님'으로 부르니, '하나님'으로 하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국어 어법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되고, '하느님'으로 결정한 것입니다.
한국 개신교 초기의 성서 번역, 교계 매체 자료 등을 보면,
'하나님', '하느님'이 다 쓰였고, 기왕에 들어와 있던 가톨릭의 선례에 따라 '천주'로 쓴 예도 드물게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한국 개신교의 최대 지역이었던 서북계 방언의 영향으로, '하나님' 표기가 대세를 이루었습니다.
본래 '하늘'의 옛 표기인, '하날('날'은 아래아 붙은 날)'에 경칭 의존명사 '님이 붙어서,
ㄹ이 탈락하고 '하느님/하나님'이 된 것인데,
모음 아래아가 반드시 현행 모음 ㅏ와 발음이 같은 건 아니었습니다.
아마 ㅡ와 ㅏ의 중간 정도 발음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짐작컨대 수도권 등 다른 지방에서는 '하늘'로, 서북 지방에서는 '하날'로 발음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래아가 없어지자, 한국 개신교 내에서 주도적 지위를 차지하던 서북계의 영향으로 '하나님' 표기가 대세가 되고,
선교 초기부터 근본주의적, 배타주의적인 한국 개신교의 신앙, 신학적 의미도 가세되어, '하나님' 표기가 공식화된 것으로 봅니다.
사실, 국어 어법으로 보자면, 의존명사 '님'은, 다른 명사나 관형사 뒤에 붙어서 합성어를 이뤄야 맞는 건데,
'하나'는 수사이므로, 뒤에 '님'을 받을 수 없습니다.
굳이 표기하려면 '한님'이 어법에 맞죠.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이슬람교도 '하나님'으로 표기하는 걸 보면, 한국 개신교의 유일신적 표기를 받아들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중국의 경우, '神'으로 쓰기도 하고, 전통 종교의 선례를 따라 '上帝'로 쓰기도 하는데, 중국 또한 교파, 성향에 따라 표기를 달리 하는 것 같더군요.
물론, 성서 원어인 히브리어, 그리스어는 물론이고, 라틴어를 위시한 서양 언어들에서는 똑같습니다. 다를 이유가 없지요.
번역 과정에서 생긴 우여곡절, 종교적 관점의 차이 개입 등의 문제입니다.
도리어, 명칭 표기보다도, 같은 궁극자를 믿는다면서도, 그 신이 과연 같은 신인가 싶은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공부할 때 학교에서 개론 책의 하나로 썼던 독일의 진보적 여류 신학자 도로테 죌레 박사가 쓴 [현대신학의 패러다임]에 보면, 첫머리에,
흑인의 민권 운동에 몸바친 킹 목사의 하느님과, 월남전 출병식에서 미사일에 안수하며 축복 기도를 하던 추기경의 하느님이 같은 하느님이겠는가?
- 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기독교인이라면 깊이 고민해 볼 지적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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