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인 같은 관점 때문에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치과의사, 개인택시 기사님과 오랜만에 만남을 가졌습니다.
두 분은 보수 개신교에 몸담던 신자이셨으나, 의사 선생님은 소위 모태신앙임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교회에 발을 끊었고,
택시기사 형님은, 그야말로 상꼴통 개신교회에서 끝까지 남아, 이건 아니다라고, 교회 현장의 불합리한 모습에 맞서다,
더 이상 교회에 남아있을 수 없어서, 역시 최근에 발을 끊었습니다.
저야 지금은 가톨릭이지만, 진보 개신교에서 신학대학원을 나왔으므로, 개신교의 사정에 밝은 편입니다.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옛날에 애들 데리고 어느 산사에 갔었댑니다.
그런데, 애들이 "아빠, 우리 절에 와도 돼?"
- 라고 묻길래, 아하, 이거 안 되겠구나, 종교적 세뇌가 정말 무서운 거로구나라고 느끼시고는,
그 다음 주부터 온 식구들이 교회에 발길을 끊었다고 합니다.
진작부터 배타적, 주입식의 근본주의 신앙에 치를 떨고 계셨던데다, 아마 사모님도 열린 분이신 듯 합니다.
하지만 종교와 인간 정신, 가치의 문제에 대한 관심의 끈은 지금까지도 놓고 있지 않는 분인데,
언젠가, 예전에 다니던 교회의 친한 후배에게, 수년 전 종교학자 오강남 교수가 쓴 유명한 책 『예수는 없다』를 선물했더니,
며칠 뒤 그 후배가 메일을 보내오기를, 시험에 들까봐 차마 읽지도 못했어, 오빠, 이런 사상에 빠지면 지옥 가,
오빠가 신앙을 되찾고 돌아오기를 기도할께라고 했답니다.
그야말로 한국 예수쟁이들의 전형적인, 식상하기 짝이 없는 반응이지요. 이빨도 안 들어갑니다.
예수쟁이들은 말 잘 한다라고들 하는데, 왜 말을 잘 하냐는 평을 듣느냐면,
그 말이라는 게, '자기 말'이 아니라, 철저히 주입되어 입에 붙은 도식적인 문구들을 주워섬기는 것이기에 청산유수일 수밖에 없고,
그 신앙이, 주입된 내용들이 철저히 배타적 독선적인데다,
그게 과연 옳을까? 다르게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반론들이 이빨도 안 들어가게끔 튕겨내는 사고 체계, 신앙 체계를 갖고 있거든요.
이 믿음이 구원받는 유일한 길이고, 세상 길은 사탄의 길이다, '세상 지식'과는 구별되므로 세상의 잣대로 재서는 안 된다,
- 아예 씨도 먹히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택시기사 형님에게 물어봤습니다. 작금에 한국 사회에 반기독교 정서가 팽배해가고 있는데,
일선 교회 현장에는 그 영향이 파급되고 있느냐?
대답인즉, 전혀 없다, 무풍지대라는 것입니다.
당연할 것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세상의 죄인들이 뭐라 떠들든, 거짓된 길인 다른 종교와 잘못된 철학들이 무슨 소리를 하든,
우리는 오히려 올바른 믿음을 지키느라 핍박받고 있는 것이라고 받아들여버리므로,
더 똘똘 뭉쳐버리는 게 개신교 보수근본주의의 신앙 작동 구조이므로,
반기독교 운동을 벌여봤자, 기독교 안에서 개방적인 신학과 열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그들에게 충고와 지적을 해봤자,
저들은 사탄의 무리들이 자신들을 핍박한다고 받아들여버리는 것입니다.
전혀 말이 안 통하죠. 이빨도 안 들어갑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개신교 보수 세력은 커다란 실체이며, 사회 문제로까지 부상하고 있습니다.
더 문제는, 이미 저들은 물질과 권력을 쥐었고, 비판과 공격에 흔들리지 않는 집요하고 맹목적인 신앙 작동 원리가 바닥에 깔려 있으므로,
이 '거대한 문제적 실체'는, 어떤 방법을 써도 와해되기 어렵고 계속 그 공고한 세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비록 그 교세 확장성은 떨어졌지만.
외부에서 아무리 손가락질하고 반기독교 운동을 벌이고 해봤자, 교회 내부에서 옳은 목소리를 내고 설득과 저항을 시도해봤자,
엄연한 실체이고 자기 재생산 능력, 내부 순환 구조를 확고히 갖춘 저들을 와해시킬 수 없다는 겁니다.
아무튼, 그 의사 선생님의 아이들이, 교회 출석을 끊은 주일부터 묻더랩니다. 아빠, 우리 교회 안 가도 돼?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교회 가지 않고 좋은 자연과 공연, 전시, 문화 유적들을 돌아보는 게 더 좋더랩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성년이 되면 네 종교는 네가 선택하라고 말해줄 생각이라십니다.
모든 걸 잠시 머리를 차게 식히고 상식에 터해 생각해 본다면 답은 쉽게 나올 것을…
기독교 안에서도, 이 길만이, 이렇게 믿는 방법만이 유일한 옳은 길이라고 강변하는 데 나도 따라갈 게 아니라,
과연 그러한지, 자기 생각을 할 줄 알았으면 합니다.
열심한 개신교인들이라면 대개 성경을 한두번은 완독했을텐데, 구약성서의 모세의 율법도, 신약의 예수의 복음도,
인간, 특히 약자들을 돌아보고 편드는 휴머니즘이 핵심이지,
이렇게 배타적으로 믿는 게 과연 옳다면, 왜 그러한 신앙의 결과물은 인간을 실종시키는 반인간적, 반복음적인 것인지,
의문을 가져볼 수 있을텐데,
잠시 머리를 식히고 자기 생각을 하는 걸 불신앙, 믿음 없음, 의심으로 정죄하는 게 저들의 이데올로기인지라,
(사실, 개신교든 가톨릭이든 막론하고 전통적 기독교는 그래 왔습니다. 정말 숨막히고 치가 떨리는 노릇이지요)
잠시라도 사탄이 틈입해 들어오지 못하게끔 철저히 틈을 막고 무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세의 신앙이라면, 그 종교가 그리는 절대자는 얼마나 밴댕이 소갈머리 신이겠느냐… 그런 신이라면 안 믿고 말지…
전통적으로 기독교가 신을 그렇게 사람들에게 비치도록 만들어 왔기에 저도 할 말은 없습니다만…
잠시라도 생각을 좀 풀어헤치고 다르게 볼 여유조차 '독실한 신앙인'들에게는 없는 것인지, 갑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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