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바렌보임 선생이 베토벤 아홉 교향곡을 완주하는 내한 공연을 했는데, 말들이 많네요.
저는 가서 듣지는 않았습니다만, 바렌보임의 연주를 좋아하고 호의적으로 보는 입장에서 참 안타깝습니다…
일단, 유태인인 바렌보임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화해를 위해 열심히 활동해 왔고,
그 일환으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청소년들로 구성한 웨스트-이스트 디반 오케스트라를 직접 결성해서,
이번에도 그 악단을 이끌고 와서 연주했는데, 청소년 악단이고 얼마 되지 않은지라, 연주력이 많이 부족했나 봅니다.
연주 듣고 온 분들도 대체로 그렇게 지적하더군요.
바렌보임이 지휘 도중 나갔고, 악단원들도 다 퇴장하고 나서 10분 정도 있다가 다시 들어와 1악장부터 새로 연주했다는데,
불쑥 퇴장하고 아무 안내도 없었다, 바렌보임이 나중에, 에어컨 문제였다, 그런 말을 했다는데,
실제로는, 악단의 연주에 대한 불만 때문에 더 이상 연주를 진행 못 하겠다 싶어서 거기서 끊고, 일단 다 퇴장한 다음,
새로 연주한 것인 듯 하더군요. 첼로 연주자 한 사람도 나중에 그렇게 말하고.
그리고, 에어컨 문제도 있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연주회장이 참 더웠댑니다. 듣고 온 분의 글을 보니, 앉아서 듣는 입장인데도 등이 땀으로 젖을 정도였고,
그래서 에어컨 온도를 더 낮추니 에어컨 소음이 들렸고 그랬답니다.
청중이 그 정도였으니, 지휘자는 땀에 절 정도였겠지요.
바렌보임이 젊은 시절, 부인인 그 유명한 첼로 연주자 뒤프레가 몸이 마비되어가는 불치병에 걸렸는데도 매정하게 이혼하고 버렸다고 해서,
(그게 진실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
싫어하는 분들도 많긴 한데,
이와는 상반되게, 성실한 인품의 면모도 보여왔다고 보거든요.
고국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고 나서,
(에라토에서 CD로 발매되어 있죠. 아주 명석하고 이지적인 연주입니다)
청중들의 앵콜 요청에 자정이 넘어서까지 많은 곡들을 들려주었고,
자정이 넘자, 오늘 이 공연장에서 오페라 리허설을 하므로 이제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는 이유로 연주를 마쳤다고 합니다.
지금 뉴스 검색어에 바렌보임이 7위인가로 올라와 있군요.
아무리 세계적인 대가라도, 클래식 음악인이 대중 검색어 7위라니, 그것도 안 좋은 기사들 때문에…
바렌보임에 호감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좀 안타깝네요.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주 불성실하고 오만한 서양 지휘자로 생각할 것 아닙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