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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비 낭비 부추기는 ‘행위별 수가제’
그런데 의사 수입, 즉 진료비를 계산하는 방식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진찰·검사·주사 등 각 의료행위마다 가격이 매겨지는 ‘행위별 수가제’에 의해 진료비 총액이 계산된다.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서비스를 제공받은 뒤 진료비 총액이 결정되므로 되도록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경제적 유인이 의료공급자에게 발생하게 된다. 나는 가끔 가족이나 친척이 병원에서 고가 검사를 받을 때면 굳이 이렇게까지 검사가 필요한지 의문이 들 때가 많은데, 이 역시 행위별 수가제에서 비롯되는 불신이다.
이에 비해 영국은 여러 수가제가 혼합돼 있지만, 기본적으로 진료비가 서비스 제공 이전에 미리 결정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개원의는 자신에게 등록된 환자 수에 따라 진료비를 받는다(환자 특성에 따라 가중치 적용). 여기에 특정 진료에 대한 보상과 서비스 평가에 따른 인센티브 등을 합산해 총수입이 결정된다. 병원도 지역보건청에서 일정한 진료비를 미리 배정받는 총액예산제와 환자의 질병 중증도를 고려한 비용 등을 종합해 수입을 얻는다. 개원의든 병원의든 모두 세분화된 진료 행위마다 보상받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등록 환자 수나 환자 질환에 따라 수입이 정해지는 방식을 따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행위별 수가제 대신 환자 수를 고려한 총액예산제, 질환별로 진료비가 정해지는 포괄수가제를 도입해 과잉 진료 동기를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얼마 전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유럽 의료체제를 방문해 만든 보고서를 통해 총액예산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지난 6월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 개최한 복지 분야 중·장기 재정 운용 방향 토론회에서도 진료비 통제를 위해 총액예산제·포괄수가제 도입이 논의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포괄수가제는 일부 몇몇 질환에 한정돼 실시된다. 백내장수술, 맹장수술, 제왕절개분만, 편도선수술, 항문수술 등 7개 질환에 대해서는 진료량과 무관하게 진료비를 책정하는 질환별 ‘포괄수가제’가 적용되고 있다. 특히 올해 7월부터는 포괄수가제 적용 질환 범위를 대폭 확대해 건강보험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일산병원과 지역 3개 의료원 등 4개 병원에서 553개 질환(전체 질환의 96%)에 대한 포괄수가제가 시범 적용되고, 내년에는 40개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 적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제 의료비 지출 관리를 위한 수가제 개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모든 국민이 주치의 가진 영국
한 가지 더, NHS에선 주치의제도가 감동적이다. 우리나라에선 대통령이나 재벌 회장만이 주치의를 두고 있지만, 영국에선 모든 국민이 주치의를 가진다. 즉 개원의 중 한 사람을 선택해 주치의 관계를 맺고 건강 예방과 상담, 질병 치료를 받는다. 환자가 종합병원 진료를 받아야 할 때도 반드시 주치의가 진료의뢰서를 작성하고 환자와 협의해 전문진료를 받을 병원을 선택한다. 영국 NHS가 무상의료를 실현하면서도 의료비 지출을 절감할 수 있던 배경에는 적절한 진료비 지급제도를 통한 과잉진료 요인 제거와 주치의 제도를 통한 환자의 지속적인 질병 관리가 큰 기여를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모든 국민이 주치의를 가질 수는 없을까? 가능하다. 영국도 민간 개원의 체제에서 주치의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환자와 개원의가 의무적으로 주치의 관계를 맺도록 하면 된다. 근래 개원의 간 경쟁에 따른 부담이 커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주치의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의사들이 생기고 있고, 의료생협이 있는 지역에서는 이미 주치의제도가 모범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나치게 전문의 중심으로 된 우리나라 개원의 구조의 난점이 존재하지만, 가정의와 내과 등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주치의제도를 확대하고 궁극적으로 의료인 양성 구조를 보완해나가야 한다.
정리하면, 무상의료 재정 마련, 수가제도 전환, 그리고 주치의 도입! 이 세 가지가, 내가 영국 NHS를 탐방하면서 노트에 적어 놓은, 대한민국 무상의료를 위한 과제다. 과연 내가 꾸는 이 꿈이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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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이 좋은 지 모르겠읍니다.
병원입장에서는... ?
월급의사 입장에서는... ?
환자 입장에서는... ?
보험공단 입장에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