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관상 같은 걸 믿지는 않지만, 미간 바로 옆에 곰보 자국이 있으니 영 보기 싫어서, 결국 없애는 수술 받았습니다.
안성열성형외과에서 수술했는데, 사람 미어터집니다.
상담 대기가 적어도 한 달이구요, 갈 때마다 대기 환자들 줄을 섰습니다.
으레 성형외과 하면 아가씨들만 오는 걸로 연상하는데, 여기는 특수한 성형외과인지라,
(성형외과학의 영역은 머리에서 발끝까지라죠. 손가락 잘린 것, 대머리, 구순구개열 같은 선천 기형, 귀 기형 등등 외과적으로 모양 만들고 복구하는 건 다 합니다)
어린 학생들, 손에 화상 자국 있는 아저씨, 골고루 다 있더군요.
지난 금요일에 수술하고, 오늘은 실밥 뽑았는데, 오늘은 앉지도 못하고 서서 기다렸습니다.
흉터 치료로 유명한 병원이 안성열성형외과, 함희정성형외과인데, 함 선생님 병원도 사정은 비슷하지 싶습니다.
워낙 잘 한다고 환자들 사이에도 소문이 났고, 성형외과 의사 선생님들도 인정하는 분인데, 결과를 보면 알겠지요.
그런데, 이게, 수술만 받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더군요. 수술 자체는 아무 것도 아니고,
치료에 1년 걸립니다.
곰보의 경우, 곰보 모양대로 절개해서, 수직으로 움푹 파여 붙은 조직을 자르고,
그 아래에 직경 3~5mm 되는 '펀치'라는 기구를 넣어, 위로 두드려 평평하게 만들고,
빈 공간에는 진피가 없으니, '알로덤'이라는 동종 진피(죽은 사람의 진피를 채취하여 항원처리한 소재)를 넣고,
보통 수술보다 더 촘촘하고 작게 봉합하는데, 이 수술 자체보다, 이후 치료와 관리가 더 큰 부분이더군요.
3개월동안 '리자벤'이라는 약을 먹어야 합니다. 수술을 했으므로 새로운 상처가 생겼는데,
이 상처가 붙어 아물면서 딱딱한 덩어리가 되지 않게 하는 약이랩니다.
보통의 수술 후에도, 흉터 적게 남기기 위해 이 약을 먹는다고 하네요.
3주 이후부터는 시카케어라고, 역시 흉터 치료하는 붙이는 약을 사용하고,
시카케어 사용 1개월 뒤부터 경과를 관찰하면서, 흉터 치료하는 약을 먹고,
수술하고 2개월 뒤부터 레이저로 미세하게 박리를 합니다. 열 달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저는 수술받기 전에, 흉터 치료에 관해 자료를 샅샅이 찾았는데,
의외로 별로 없더군요.
성형외과, 피부과 쪽에서도 흉터 치료는 가장 기본이면서도, 대다수의 의사들이 잘 하려 들지 않습니다.
어차피 흉터란 현대 의학으로 완전히 없앨 수 없고,
흉터는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분야인데, 흉터만 파고드는 성형외과, 피부과 의사들이 거의 없지요. 돈도 안 되고, 힘들고.
게다가, 제가 직접 치료받으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만, 시간 엄청 오래 걸리고, 대단히 번거롭습니다.
짐작컨대, 실정이 그러하니 대다수 의사 분들이 흉터 치료를 달가워하지 않고,
흉터 치료로 유명한 두 병원에 사람이 미어터지는 것 아닌가 싶네요.
저는 처음에 수술비(곰보 한 방. 60만원)만 들 줄 알았는데,
앞서 말한 약값, 열 번 받아야 되는 레이저 시술 회당 5만원,
게다가, 얼굴 근육이 늘 움직이는 부위인 미간이라, 수술 부위가 말끔히 아무는 데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수술 중에,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보톡스 놔야 되겠는데, 괜찮겠냐 하셔서 보톡스 주사 값 20만원 나갔고,
(원가가 17만원인가 한댑니다. 예상치 못한 거라 거의 원가에 놔 주신 거죠)
돈도 되게 많이 들어갑니다.
이 정도로 번거롭고 돈 많이 들어가는 걸 수술받고 나서야 알았으니, 어쩌겠습니까…
뭐, 이런 줄 미리 알았다 하더라도, 얼굴 정면에 있는 흉터라 없애기로 결심은 했겠지만,
아무래도 조금 더 망설이긴 했겠지요.
흉터가 크고 보기 싫다면 몰라도, 그 정도가 아닌, 웬만한 정도면 그냥 살라고 의사 선생님들이 하는 말이
이해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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