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김광수경제연구소 경제 시평 <특집 – 부실위험이 높아지는 신용카드 시장> 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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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대란 이후 카드업체들은 외형성장을 자제하며 사업역량 강화 및 수익성 위주로 전환했고, 정부 역시 신용카드대출 억제 정책을 펼치면서 신용카드 이용실적 구성은 큰 변화를 보였다. 카드대란 이전에는 현금서비스 위주의 카드대출이 전체 신용카드 이용실적의 60%를 넘었으나, 카드대란 이후에는 일시불과 할부위주의 신용판매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신용 카드업계 수익구조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카드대란 직후 20%에 불과하던 가맹점 수수료 비중은 빠르게 상승하며 2010년에는 60%에 달한 반면, 한 때 수익의 절반을 차지했던 카드대출 비중은 19%까지 줄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기조에 변화가 생겼다. 카드업계는 정부의 수수료 인하 압력으로 주 수익원이었던 가맹점 수수료를 대체할 새로운 수익원으로 카드론을 주목하고 이를 확대하고 있다. 더욱이 금융지주사로부터 분사한 후발업체들이 고객 유치를 경쟁적으로 카드론 확대에 불을 지피면서 카드론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해 카드론 실적은 23.92조원으로 전년대비 33% 증가했으며, 전체 카드대출에서 카드론이 차지하는 비중이 22.7%로 껑충 뛰었다. 2011년 1분기 카드론 실적은 6.4조원으로 전년대비 25% 증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낮춰야 하는 상황에서 미사용 한도에 대해서는 대손 충당금을 쌓지 않아도 되는 카드론을 선호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현금 서비스에 비해 금리가 낮고 만기가 상대적으로 긴 카드론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카드론의 증가속도가 너무 빠른데다 카드론을 이용하는 계층이 다른 금융기관에도 대출부담을 안고 있는 저신용, 저소득층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카드론의 증가 속도가 전 금융권 가계대출 속도를 크게 앞지르면 빠른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현금서비스가 급증한 후 무더기 부실사태가 발생한 2003년의 카드대란을 연상케 한다. 최근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생활자금 관련 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서민들을 카드론으로 내몰고 있다. 3건 이상 미상환 대출을 가지고 있는 다중채무자와 2건 이상의 미상환 카드론을 보유하고 있는 복수카드론 보유자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대변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최하위 소득집단인 1분위 계층의 신용카드 대출 평균액은 1,513만원으로 전체 평균의 2.3배에 달했으며, 이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률도 다른 집단에 비해 2개 가량 높았다. 신용카드 대출은 일반대출보다 금리가 훨씬 높아 신용카드 대출을 이용한 소비자들의 상환 부담이 훨씬 크다. 대출은 증가하는데 소득 증가는 이뤄지지 않고 금리마저 오르고 있어 이들의 상환능력 악화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일부에서는 전체 신용 카드 이용액에서 카드론이 차지하는 비중이 5%에 불과하고, 카드사 연체률도 1.7%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제2의 카드대란 사태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카드사들의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이 양호하고 금융당국의 감독도 강화되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지나치게 안이하게 평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용카드 대출이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상환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저소득층이 몰려있어 가계대출 중 가장 취약한 고리에 속한다. 더욱이 카드대출을 사용하고 있는 계층은 다른 종류의 대출을 중복으로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 어느 한 곳이 삐끗해도 금융권 전체로 문제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까닭에 카드 연체률이 낮제 유지되고 있는 것을 것으로 상황이 괜찮다고 판단하는 것은 안이한 생각이다. 연체율이 급등하는 것은 위기의 원인이라기 보다는 위기의 결과에 가깝기 때문이다. 금융부실이 발생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이 무르익고 더 이상 자력으로 치유되지 않을 때 연체율이 상승하는 것이다. 따라서 연체율이 상승하는 것을 보고 대응하는 것은 이미 때를 놓친 것이다. 2003년 카드대란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선제적인 조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라고 할 수 있다.
외견상 양호한 카드사의 경영실적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카드사 전업계 당기순이익이 2.7조원을 달성하는 등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고, 조정자기자본 비율도 올해 3월 기준으로 27.9%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위험요소가 곳곳에 발견된다. 앞서 지적한 바대로 주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의 수익이 악화됨에 따라 카드론 확대에 몰두하면서 자산 건정성이 악화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후발카드사들이 회원 확보를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되고 있다. 늘어나는 카드대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카드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탓에 레버리지 비율(총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 역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2분기에 3.5배였던 레버리지 비율은 올해 1분기 현재 4.1배로 크게 상승했다. 회원 유치를 통한 유치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포인트, 마일리지 등 마케팅 관련비용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카드사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 원인을 꼽힌다. 카드사들은 수신기능이 없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시중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곧바로 조달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조달 비용 상승은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신용카드 이용자의 부담으로 귀결된다.
정리해보자. 물가급등이 지속되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을 통한 가계의 자금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카드사들 역시 카드론 확대를 통한 대체 수익창출에 나설 것으로 보여 향후 가계부채 문제가 더욱 확대될 것을 전망된다. 카드사들이 부실 채권에 증가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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