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사당동 경문고와 태평백화점 사이 반지하방에 세를 얻어 살고 있었지요.
사무실이 방배동이라 잦은 철야에 사무실 곁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어느때인가,
비가 거의 사흘을 잠시도 쉬지 않고 억수같이 내리부었습니다.
무서웠지요. 지금까지도 그때 내린 비가 제 기억속에는 가장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너무 비가 많이 와서 한강이 범람하기 직전까지 갔습니다.
주인집 아주머니는 동네 반장등의 이야기를 듣고
한강이 범람할 것 같으니 대비하라고 주의를 주셨습니다.
저는
책장의 값비싼 책들을 놓칠수 없어
혼자서 큰 비닐을 사서 책들을 집어넣고,
이불과 옷가지들을 또 집어넣고,
TV도 집어넣고....
그렇게 대피했던 기억이 납니다.
밤새 뉴스를 들으며 가슴을 조아렸지만, 다행히 한강이 범람하지는 않고,
차츰차츰 수위가 낮아져 진정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처럼 무지막지하게 비가 왔음에도 도로가 하천이 되어 차들이 떠내려가지는 않았었지요.
어쩌면 지금의 상황은
하수와 배수 시설에 대한 정상적인 점검과 관리가 소홀하여 생긴 인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안일한 대처가 화를 더 키워 재앙이 되는 듯 하여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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