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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량특집] 합주실 괴담--2편 (펌)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1-07-21 22:40:09
추천수 3
조회수   533

제목

[납량특집] 합주실 괴담--2편 (펌)

글쓴이

김민준 [가입일자 : 2003-05-24]
내용
앰프. Das Institut - Pestkreuze



우리는 학교 근처 라이브클럽에서 며칠 뒤 오디션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연습을 하고 있었죠.

애들은 차츰 지쳐갔고 긴장도 되고 좀 예민해졌습니다.



그날도 밤늦게까지 강행군을 하고 있었는데 최초의 이상한 사건이 터졌습니다.

열심히 합주하고 있는데 우리 중 가장 둔감했던 드러머가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더니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습니다.

합주 중에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주위를 살피고 귀를 기울이고...

저는 아무 소리도 안 들렸죠. 헛소리 말고 계속 합주하자고 다그쳤고 다시 합주에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보컬이 노래 부르다 말고 멍청히 서 있다가

"으아아아! 들렸어! 들었다구! 여자가 노래 부르는 것 같은.. 우리 곡을 따라 부르나? 방금 못 들었어?"

저는 못 들었죠. 그리고 전 속으로 비웃었습니다. 이것들이 합주하기 싫어서 쇼를 하네

그런데 3번째에는 베이스마저 이 소리를 들었다고 나섰습니다.

우리 팀 베이스는 진지하고 과묵하고 필요한 말만 하는 놈으로 절대 장난치거나 거짓말하는 놈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놈들이 뭔가 듣기는 들은 겁니다. 쇼가 아니었죠. 하지만 저는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저는 합주실에 나타나는 괴소문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지금 이 현상은 아주 전형적인 케이스로

제가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멤버들이 겁에 질려서 설명해줬죠.

합주실에서 이상한 목소리가 합주 중에 들린다거나 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는 앰프와 드라이브 계열 이팩터, 기타와 건물의 접지상태, 그리고 건물 배선구조, 위치, 시간대 등등

복합적인 조건이 갖춰지면 라디오 신호가 잡히게 되고 그 신호는 증폭되어 앰프를 통해 들려 나오게 됩니다.

앰프에서 라디오 방송이 나오게 되는 거죠. 중국 뉴스가 나올 때도 있고 일본 음악방송이 나올 때도 있고

이게 재밌는 게 보통 특정 페달이 매개체가 됩니다. 제 경우는 게르마늄 퍼즈를 켰을 때만 발동했죠.

그래서 합주 중 디스토션을 키는 부분이 오면 앰프에서 라디오 방송이 미세하게 나오게 되고

마치 귀신이 말하거나 노래하는 듯 들립니다. 놀라서 디스토션 끄고 귀 기울이면 라디오도 안 잡히고 조용해지죠.

다시 합주하며 디스토션 밟으면 또 듣게 되는 겁니다. 이게 합주실에 자주 출몰하는 귀신의 정체입니다.



보컬이 캐물었죠. "그럼 왜 너만 못 들었는데?"

"난 막귀라서 못 들었나 보지. 아무튼 니들은 라디오 소릴 들은 거야. 우연히 앰프에서 라디오가 잡혔겠지."

라고 말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보컬과 드럼은 도무지 안정되질 않았죠.

당시 제가 가진 디스토션은 메탈존 뿐이었습니다. 건물에 접지도 안 되어 있었고 안테나도 없고

라디오가 잡힐 확률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창 밖에서는 서서히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억지로 합주를 강행했지만 정상적으로 합주할 수 없었고 급기야 보컬이 이곳은 도저히 안 되겠다

처음부터 이곳이 싫었다. 나가자고 난리를 쳤습니다. 보컬은 저만 들리지 않았다는 게 참을 수 없이 불안했죠.

멍청한 드럼까지 덩달아 휩쓸려서 빨리 나가자고 하는 겁니다.

저는 반대했죠. 절대 이 합주실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우리에게 굴러들어온 이 행운의 합주실을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포기한다니.. 이런 조건의 합주실은 그 어디에도 없는 거야 정신 차려!

베이스는 제 말을 들을 줄 알았는데 베이스까지 합주실을 포기하자고 했습니다.

베이스 너까지 이럴 줄 몰랐다. 너도 귀신이 있다는 거야?

그건 모르지. 다만 이상태로는 앞으로 합주에 집중할 수 없어. 보컬 상태 봐. 여긴 글렀다.

베이스가 하는 말은 언제나 옳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절대 합주실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슬슬 피곤하고 화가 나기 시작했죠.

"ㅎ.. 그래? 집중할 수 없다 이거지? 알았어. 가. 너희들 다 내려가.

난 오늘 여기서 혼자 밤새면서 연습할 꺼야. 안심시켜줄께. 내일 아침에 내가 살아 있다면 너희도 안심하겠지."

보컬이 기겁했죠. "뭐 혼자? 안돼! 여기 있으면 안 돼! 같이 가자. 다 같이 여길 뜨자고!"

"가. 넌 지친 거야. 내일 아침에 보자. 내일 날 보면 너 안심할 수 있어. 합주실 버리면 우리도 끝이야. 알았어?"

보컬은 몇 번이고 괜찮겠냐고 같이 가자고 했지만, 베이스가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일 거 같다면서

보컬과 우리 얼빠진 드러머를 데리고 합주실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베이스가 가기 전에 제게 물었습니다.

"밖에서 문을 잠그고 가는 게 좋을까, 아니면 그냥 잠그지 말고 갈까"

저는 말했죠.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베이스는 잠시 고민하다가 잠그지 않고 그냥 갔습니다.



녀석들은 하나뿐인 손전등을 가지고 내려갔습니다.

산에서는 밤이 되면 빛이 하나도 없어서 한 치 앞도 볼 수 없게 됩니다. 손전등 없이는 산을 내려갈 수 없었죠.

그 당시에는 제가 손전등이 필요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밖은 어느새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두꺼비집. Alien OST - Skeleton



저 혼자 남겨진 합주실은 적막하고 고요했습니다. 빗소리만 들렸죠.

"리더라는 건 좀 쓸쓸하구나...."



기분이 꿀꿀하고 할 짓도 없어서 스케일 연습이나 하기로 했습니다.

기타로 이것저것 치고 있는데 갑자기 전등이 몇 번 깜빡이더니

앰프에서 빠지직!!!!! 소리가 났고 곧바로 제 앰프는 침묵했습니다.

"빌어먹을 퓨즈...."

비가 와서 전력에 문제가 생겼는지 제 앰프 퓨즈가 나가버렸죠.



그리고 몇 초 뒤 모든 불이 꺼졌습니다.

합주실 전체가 완전한 암흑이 되었고 저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두꺼비집! 이런 망할 두꺼비집!! 두꺼비집 보수해두는 걸 잊고 있었어!!!!!"

비가 오면서 낡아빠진 두꺼비집에 이상이 생긴 게 틀림없었습니다.

저는 벽면을 더듬더듬 짚으며 합주실을 나와 두꺼비집이 있는 쪽으로 향했습니다.



밖은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쉬쉬쉭 쉬쉬쉭 불고 있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합주실 외벽을 짚으면서 가다 보니 창고가 만져졌습니다.

"거의 다 왔어.... "



저는 창고 옆을 돌아 두꺼비집까지 도달했습니다.

두꺼비집은 완전히 맛이 간 상태였습니다. 이제 합주실 전등은 복구할 수 없었습니다.

비바람은 점점 더 세차게 휘몰아쳤고

저는 물에 빠진 생쥐처럼 흠뻑 젖은 체 암흑으로 변해버린 합주실로 돌아왔습니다.

합주실 가운데서 빗물 뚝 뚝 흘리며 서 있었죠. "빌어먹을........."



저는 의자에 앉아 잠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잠이 잘 안 올 거 같아서 드러머가 사뒀던 맥주 한 짝을 뜯어서 몇 캔 마시고 있었습니다.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런데 밖에서 빠지직 뭔가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하나 들렸고

그 뒤 푸석하면서 풀숲에 뭔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별것 아닌 어디서나 날법한 이 소리의 원인이 수십 가지는 될 겁니다.

이 소리의 원인을 저는 하필 보컬이 말했던 창고 속에 그 무엇과 연결 시키고 말았습니다.

아마 이것이 인간의 나쁜 습관 아닐까 자꾸만 불안에 이끌리는 버릇.



"그럴 리 없어 ㅎ 이 무슨 바보같은.. 창고는 쇠사슬과 자물쇠로 단단히 봉인되어 열수도 없잖아.

그 안에서 뭔가 나온다니 말도 안 되는 상상이지 ㅋㅋ 내가 창고를 발로 찼을 때 그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 났어.

뭐가 들어 있겠어. 발로 찼다? 그래 난 창고를 발로 찼지.... 뭐야 이 얼간이 같은 독백은."



그 사소한 소리만으로 제 마음속 공포라는 화약고에 작은 불씨 하나가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인간 내면의 무의식 속에 웅크리고 있던 공포가 깨어나는 과정.

그 1단계에 들어선 셈.



빗소리. 비는 어느세 쏴아아아아.... 퍼붓고 있었습니다.

저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들기 시작했습니다.

미약한 긴장의 실타래를 놓지 않은 체 잠들기 시작했죠.

긴장하고 있다는 것은 오지도 않을 최악의 경우에 대한 막연한 기다림이 아닐까

"실로 바보 같은 기다림...."



잠 속에 빠져들 때쯤 쿠르릉 우르르 멀리서 아련히 들려오는 천둥소리를 느꼈습니다.



"천둥이 치나보다...."



그리고 저는 잠들었습니다.



















그림자. Dead Space OST - I've Got You Devolving Under My Skin



.................



.........꽈르릉!! 엄청난 굉음의 번개 소리를 듣고 저는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깨어보니 완전히 난리가 나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폭우와 태풍이 불어닥쳐

사방에서 무지막지한 바람소리와, 벼락 치는 소리,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날아다니는 소리, 창문 떨리는 소리



그런데

번쩍번쩍 번개가 치면서 제 발밑에 무슨 그림자가 늘어져 있는 게 보였습니다.

합주실 창문에서 바닥까지 이어진 그림자



창문에.... 창문에 여자의 그림자가 서 있었습니다. 뭐야 저거!! 심장이 얼어붙으면서

저는 기겁했고 경악을 금치 못하며 그대로 의자에서 떨어져 쓰러진 체로 미친 듯이 뒷걸음질쳤습니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심장이 마구 펌프질을 해대면서 제 눈알이 뒤로 넘어가려는 걸 부여잡고

간신히 검은자를 앞으로 끌어내렸습니다. 그리고 봤습니다.

창문 뒤에 서 있는 여자의 그림자.



창문이 욕실용 불투명 유리라 정확하게 볼 순 없었지만

창문에 비친 그 그림자의 실루엣은 그것은 여자의 그림자였습니다.

이렇게 태풍과 폭우가 휘몰아치는데 왜 이 합주실 앞까지 와서 서 있는 거지?

저거 사람인가? 사람이 저러고 서 있을 수 있나?



비명이 목구멍 앞까지 쏟아져 나오려는 걸 씹어먹으면서

거의 본능적으로 손을 이리저리 더듬으며 아무거나 무기가 될만한 걸 집으려 했습니다.

창문에서 떨어지려고 벌벌 기면서 그 어둠 속에서 팔을 마구 휘저었습니다.

번개가 칠 때마다 창문에 여자 그림자가 서 있는 게 보였고 합주실 구석에 공구박스가 보였습니다.

저는 미친 듯이 공구박스에서 아무거나 집어 들었습니다.

"니퍼.... 니퍼로 뭘 하자는 거야 일자드라이버 십자드라이버 못..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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