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청와대서 열린 국민원로회의가 요즘도 화제다. 현승종 전 총리, 김수한·이만섭 전 국회의장, 조 순 전 한은총재와 김남조 시인 등이 참석한 그 자리에서 청와대는 크게 한번 MB 자랑을 해보려고 했던 모양이다.
대통령은 인사에서 "나라발전에 기여한 각계 원로의 고귀한 의견을 듣고 국정에 반영하고자 모셨다"며 식견과 경험을 기탄없이 개진해달라고 당부했다. 57명 원로들은 모처럼 초청받은 만큼 대통령의 국정수행 노고를 치하하고 덕담을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일이 묘하게 풀렸다. 총리실이 "대통령이 제기한 '공정사회'의 구현을 위해 정부가 얼마나 노력하며, '선진 일류국가'를 만들려고 대통령 이하 공직자들이 얼마나 노심초사하는지" 설명하자 참석자 일부가 얼굴을 찡그린 것이다.
총리실의 브리핑은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도저히 못 참겠는지 한 참석자가 제동을 걸었다. 이만섭 전 의장이었다.
그는 총리를 향해 "아니, 지금 온 나라가 부정부패 악취로 진동하고 있는데 뭐, 공정사회?"라고 반문하더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호통을 쳤다.
이 전 의장은 대통령한테 직접 말하진 않은 것 같다. 대신 총리를 정면으로 보며 비판을 쏟아냈다. "현 정부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 썩었다고 난린데 말로만 공정을 얘기하면 누가 믿어요? 저축은행 부정사건이란 게 감시해야 할 공직자들부터 되레 뇌물을 먹은 사건 아니요!" 대통령 얼굴이 붉어지고 총리는 계면쩍어 했지만 이 전 의장의 직언은 계속됐다.
"공직개혁도 그래, 검찰개혁이나 국방개혁안은 발표하기 무섭게 뭇매를 맞고 비틀거리지 않아요? 무슨 안을 만들기 전에 당사자들과 미리 머리를 맞대야지, 하나도 조율하지 않고 제멋대로 밀어붙이기만 하니 그렇게 해서 개혁이 돼요?"
회의가 어떻게 끝났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대통령이 어떤 표정을 지었고 무슨 답변을 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대통령 스스로 책임 통감해야"
아니, 그에 대한 발표가 일절 없었다. 대신 대통령은 그날 오후 장차관 연찬회에 나가 불편한 심기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는 "여기 오기 전 원로들을 모시고 얘기를 들어보니 나라가 온통 썩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검경이 싸우는 걸 보면 한심하다" "국민은 밥그릇 싸움이라고 한다" "우리 공무원들, 어디 가서 연찬회하고 업자들이 뒷바라지하는 거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하는 등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말을 쏟아냈다.
그리고 끝내 "도대체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지, 온통 비리투성이 같고…" 라며 공직자들의 '치열한 반성'을 촉구했다.
그쯤해서 끝날 법도 했다. 그러나 한번 기류를 탄 '국정실패' 논란은 한달 내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대통령의 장차관 질책 보도가 나간 후 이 전 의장은 방송에 나가 "이명박 대통령은 장차관에게만 소리지를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아무리 정권 말기지만 이렇게 부패한 정권은 처음"이라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패한 나라는 결국 망했다"는 섬뜩한 경고도 곁들였다.
원로의장이 작심하고 국정난맥을 질타하자 감춰졌던 불만이 여기저기서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김종인 전 청와대수석은 "나는 대통령에 대해 분노를 넘어 체념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인명진 목사는 "대통령 참모들은 있으나마나고, (정권이 끝나기만)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는 "이 정부 약속은 전부 헛소리였다. 부자들 잔치만 벌였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한 정치학자는 "(대통령이) 국가는 무엇이며 정부는 무엇이고 대통령직은 무엇인지에 대한 기본적 철학이나 인식이 없다. 역사의식도 없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대통령이 정치 제일 못한다" 비판
그리고 바로 어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지금은 자기 혼자만 잘나고 똑똑하다고 영도하는 시대가 아니다"며 "이 대통령이 정치를 제일 못하고 인사도 잘 못한다"고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달 전 원로회의에서의 작심 비판이 이제 집권당 핵심까지 인정하는 실정(失政)론으로 번진 것이다.
이 전 의장은 엊그제 한 잡지와 인터뷰를 한 뒤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잡지 나오면 한 10권만 줘요. 내가 직접 청와대에 갖다 줘야겠어."
글쎄, 그렇게 하면 이 대통령이 책임을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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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 전 국회의장 이 분 평생 권력만 쫓아온 정치행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이번에는 속시원히 할말햇네요 나라가 잘못 되어가고있고 그 책임 한가운데 있으면서
마치 자신은 아무 잘못 없는양 남탓만하는 2mb의 현실인식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현실인식이 이러므로 누가 뭐라고 한들 크게 달라질것은 없어 보입니다만.레임덕 인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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