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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물총 도둑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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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2 08:01: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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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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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물총 도둑에게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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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관 [가입일자 : 2001-10-23]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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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조그만 가게를 준비하고 오픈한지 두달 반이 다 되가네요.
4월 초부터 준비해서 4월30일 오픈예정일 하늘에서 굵은비가 쏟아지더니
신축건물 천정과 전기 배전반 박스에서 폭포처럼 물이 쏟아져서 한달내내 세팅한
가게가 물바다가 되는걸보니 정말이지 오래전 끈었던 담배가 생각나더군요
건물주인은 잔치집에 가있어서 못온다하고 건물공사를 진행하는 분도 곧 오겠다는
답변만있고 목소리는 갈수록 술에 취한것이 느껴지고 이리저리 천정에 비닐을 두르고
프라스틱 그릇을 여기저기 받쳐도 곳곳에서 새는 빗물을 막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내가왜 잘 다니던 직장을 40초반에 그만두고 이고생일까하는 후회도 조금 들더군요
가끔 와싸다 회원님들중 자영업 하시는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힘들어하시던 글귀들이
머리를 스치고...
그로부터 1주일뒤 우여곡절끝에 개업식을 치르고 장사를 배우고 부족한 시설을
보완하고 잘못된 물건들 반품하고...
2달반이 지났지만 5시간이상 자본적이 없습니다
하루도 쉬어본적도없고 월화수목금금금이 계속 진행되지만 점점 장사에 재미를 느끼는것 같습니다
아주 더웠던 엇그제 한낮이조금 지난뒤 7세정도 되보이는 사내아이를 꼭닮은 아빠가
뒤에서 물총을 들고 가게안으로 들어오셔서 대뜸 꼬마아이보다 조금작은 물총을
내보이면서 자기 아이에게 물총을 팔았냐고 하시는겁니다
가만보니 아이가 가게밖에 전시해놓은 물총을 슬쩍 가져간뒤 이상하게 여긴 아빠에게
물총을 훔쳤다고 양심선언을하고 제 가게에와서 달기똥깥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거였습니다. 저는 아이를 다독이며 용서를 해주고 아이의아빠는 고함에 가까운소리로 꼬마를 혼내는 상황을 모르는 손님들도 표정으로 이해하는 모습들이 은근히 우습기도 하더군요
혼란이 지난뒤 아이와 아빠가 집으로 돌아가고 저는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남았습니다
물론 물건값을 받기는 했지만 욕심에 훔쳐갔을 꼬마의 콩당콩당 거리는 가슴소리가
지금도 느껴집니다
저도 어릴적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귀여운 물총도둑아 바르게 자라거라^^
주변에 이런일 보시거든 와싸다님들 다독여주실거죠^^
아저씨에 등장하는 문구점 할아버지처럼 늙고싶네요
써비쓰~~~하면서요
좋은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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