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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이야기1 [펌]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1-06-19 00: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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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166

제목

무서운이야기1 [펌]

글쓴이

김민준 [가입일자 : 2003-05-24]
내용




저는 실음과 기타연주 전공생이기 이전에 미대생이었는데 미대 입학 당시 곧바로 찾아간 곳이 밴드부였습니다.

미술이 지긋지긋했고 고교 시절부터 기타 치는 게 더 좋았거든요.

처음엔 좋아하는 미술가들도 있었죠. 염세주의 미술가들. 표현주의 미술 등등..

제 나름의 미술을 향한 뜻도 있었습니다. 저는 산업디자인 쪽보다 순수미술에 흥미가 있었는데..



아무튼.. 미대 들어가자마자 밴드부에 들어갔습니다. 좀 미쳐볼라고 들어간 겁니다.

고교 시절 내내 미칠 지경이었는데, 그러질 못해서 슬펐으니까.



근데 이 밴드부라는 게 좀 답답하고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그런 게 있었습니다.

수백만원 상당의 앰프와 드럼 등등 전부 학교에서 사주고 전기세도 학교에서 대주고 그랬는데

학교에 의지해서는 내 맘대로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밴드부를 탈퇴했죠.

그 학교 밴드부는 보컬 지원자들이 죄다 여자였고

그 당시 제가 원하는 보컬은 목청을 갈아 마시고 피를 토하는 놈이었습니다.



이래서는 미칠 수가 없지. 단독적으로 운용 가능한 비공식 밴드를 창설하자.

독립해서 혼자힘으로 밴드도 만들고 합주실도 만들어야만 내 멋대로 할 수 있다. 이런 결론.



운 좋게도 저와 생각이 비슷한 애들을 규합할 수 있었고, 비공식 밴드부를 창설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합주실이 없다는 것. 학교의 지원을 받던 공식 밴드부 시절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방음 된 합주 공간과 앰프 드럼 등등 이걸 다 사기엔 돈이 턱없이 모자랐죠. 등록금 내기도 벅찬데..

합주실 대여료도 부담돼서 일주일에 합주 한번 고작 몇 시간 하는 것도 대여료가 아까웠습니다.



우리 비공식 밴드부의 꿈은 합주실을 갖는 것이 되었습니다. 자유롭게 마음대로 합주할 수 있는 우리만의 아지트.

그걸 위해 나온 의견들이 노동의 현장으로 뛰어들자. 은행을 털자. 등등..



국민은행 감시 카메라의 위치에 관심이 생길 무렵.

드럼 치는 애가 합주실을 구했다는 기적 같은 소식을 들고 왔습니다.

보증금 없음. 월세 10만원. 이런 미친 조건이 있다니 저는 생각했죠. "역시 난 운이 좋아."

이 기쁜 소식을 우리에게 안겨준 드러머를 우리는 영웅으로 추대하였고 그놈의 동상도 만들어주기로 했습니다.













합주실. Night of The Living Dead OST - Driveway To The Cemetary



그래서 그 엄청난 조건의 합주실이 대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우리는 영웅 드러머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크기는 제법 넓고, 샤워장이 있으며, 방음시공은 안 되어 있으나 방음이 필요없는 위치에 있어 문제없음.

방음이 필요없는 위치? 우리의 기대감과 호기심은 극에 달했고

드러머는 말로 설명하기 힘드니 직접 보여주겠다며 우리를 합주실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습니다.



그런데 길이 이상했습니다. 이놈이 우리를 끌고 산으로 올라가는 겁니다. 산. 등산.

벌판을 지나고 산길을 지나 급기야 길이 아닌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제가 물었죠. "너 지금 우릴 갖고 장난친 거냐? 우리가 소풍이나 할라고 모인 줄 알아?"

영웅 드러머는 "아냐 아냐 이 길 맞아. 좀만 더 올라가면 합주실 나와"

우리는 속는 셈 치고 계속 등산을 했고 그러다 보니 무당벌레도 잡고 풍뎅이도 잡고



30분을 올라간 끝에 드디어 산정상 숲 속에서 허름한 폐가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폐가 옆에 건물주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서 있었죠.

"여기야 여기~ 이게 우리 합주실이야~" 해맑은 드러머의 외침. 넋 나간 멤버들.

제가 할아버지에게 물었죠. "어르신. 이 폐가는 어디에 쓰던 건가요?"

할아버지는 걸걸한 목소리로 "어~ 이거 보신탕 해먹을라고 개 키우던 곳이여~"

개 사육장. 그 후 이곳을 폐쇄한 지 6년이 흘렀고 허물기도 귀찮아 방치하던 중

어르신의 담배값이라도 벌려고 헐값에 이곳을 개방하게 되었는데 그걸 드러머가 복덕방에서 물어온 거였습니다.



놀랍게도 6년간 방치했음에도 전기와 수도는 정상 가동되었습니다.

들어가 보니 이 폐가는 2개의 공간과, 4가지의 특이점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 도살장 : 출입문 열자마자 나오는 공간은 사방이 욕실용 타일로 도배된 도살장으로

천장 중앙에 쇠사슬이 이어져 내려와 커다란 갈고리가 1개 매달려 있었고, 벽에는 수도꼭지 2개.

이 도살장을 지나 또 하나의 출입문을 열면 도살장보다 더 넓은 사육장이 나왔습니다.



2. 사육장 : 이 사육장은 사방이 콘크리트 재질의 벽으로 둘러싸여, 천장에 전등 1개. 벽에 전기 콘센트 2개.

그리고 창문은 딱 하나였습니다. 무척 작은 창문이었죠.



3. 출입문 : 그래서 이 건물의 출입문은 총 2개인데 개가 탈출하는 걸 막기 위해선지

출입문 둘 다 밖에서 잠그는 구조로 안에서는 열 수도 잠글 수도 없었습니다.

안쪽은 손잡이나 열쇠고리 자체가 아예 없었죠.



4. 창고 : 건물 외벽에는 사람이 2명 정도 들어갈 크기의 쇠로 만든 창고가 붙어 있었고

그 창고는 육중한 쇠사슬과 커다란 자물쇠로 봉인되어 있었습니다.

"어르신. 이 창고에는 뭐가 들어 있나요?"

"그거? 에~~~~ 까먹었구먼. 생각이 안나부러. 지금은 열쇠도 사라져서 저건 열 수도 없어.

별거 없을 거여. 신경 쓰지 말어~"



5. 두꺼비집 : 창고 옆에는 두꺼비집이 있었습니다. 두꺼비집이 건물 외벽에 붙어 있던 겁니다.

나중에 이 두꺼비집이 저를 엄청난 곤경에 빠뜨리게 되지만

그 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죠. 당연한 겁니다. 누구라도 예상할 수 없을 겁니다.



6. 방음 : "어르신. 저희가 여기서 합주를 아주 시끄럽게 할 겁니다. 방음시공 필요 없나요?"

"괜잔여~ 여기 산에 누가 산다고~ 아무도 없어. 이산에서 건물이라곤 이거 하나 뿐이여.

아무도 너그들 난리 치는 소리 못 들어~~"



괜찮아 보였습니다. 처음엔 이곳이 황당했지만 보면 볼수록 맘대로 써먹을 수 있었습니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합주할 수 있었죠.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파격적인 조건.

저는 멤버들에게 물었습니다. "어쩔래 난 여기 쓸 수 있을 거 같은데"

보컬이 이의를 제기했죠. "근데 여기 유난히 음산하고 을씨년스럽네? 분위기가 이상해"

둔감한 영웅 드러머만 빼고 멤버 전원이 똑같이 느끼고 있었습니다. 갈등하고 있었죠.

확실히 좀 꺼림칙한 기운은 있었습니다. 주위환경으로 보나, 위치로 보나, 건물 모양새로 보나



하지만 귀신같은 게 있을 리 없잖습니까? 보컬은 귀신을 믿는 놈이었고

저는 보컬의 그런점을 바보같이 여겼기 때문에 묵살했습니다.

저는 바보같이 굴지 말고 기회를 잡자고 애들을 설득했고 결국 어르신과 계약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애들이 찝찝해 했지만 금방 기분이 들뜨게 되었죠. 꿈에도 그리던 아지트를 얼떨결에 손에 넣었으니까.



마지막으로 제가 드러머에게 물었습니다.

"네가 샤워장이 있다고 했는데.. 그게 도살장이었냐?"

"어. 샤워기능 되지."

"어떻게.."

"수도꼭지에 튜브를 끼워서 튜브 끝을 엄지손가락으로 누르면 촤아아악 분사가 되니까 그걸 상대방한테 쏘거나

한 사람이 대야에 물을 받아서 그걸 상대방한테 끼얹으면 그때 이렇게 재빨리 어쩌고저쩌고 주절주절.."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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