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싱그러운 초여름이 나름... 설레이는 추억을 가져다 주고, 젊은 시절의 활력을 주기도 하는 그런 시기입니다. (물론, 가공할 무더위가 그 뒤에 음흉한 미소를 감추고 기다리고 있지만....)
디지털 시대의 변화는 우리 사회전반에 참..많은 격랑의 변화를 가져다 주었는데...
무엇보다, 과거엔 상상할 수 없는 고가의 첨단 기기를 그 십수년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저렴한 가격에 대중이 고루 고루 이런 기기를 큰 비용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해준 것이 가장 큰 미덕이라면 미덕이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디지털 매체의 가운데에 위치한 것이 아마도 디지털 카메라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이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에 힘 입어,...
가장 크게 눈에 띄는 변화가 바로 누구나 이 사진기 하나만 들면 꿈에 그리던 영상을 폼나게 담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품속의 돈을 끌어 모아 장만한 그 커다란...
DSLR의 대중화가 아닐까 합니다.
오늘 화두로 꺼내고자 하는 건...
근 5,6년간 눈에 띄게 많이 보급된 이 DSLR이 우리 평범한 일상속에 참으로 아름답지 못한 모습으로 편안하고 행복한 순간에 끼어 들고 있다는 사실일 겁니다.
지난 토요일,..아들 초등학교 학예회...
그 어린 자식들의 재롱잔치를 소중히 담고 심어 저도 DSLR을 꺼내고, 망원렌즈도 달고,... 그래도 자식들의 재롱잔치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학부모석 뒤로 위치해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아울러, Flash를 터뜨리는 것은 대단한 실례가 될 것 같아 화질 노이즈를 무릅쓰고 ISO(감도) 수치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상으로 올려 준비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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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여러분도 눈치를 채셨겠지만,..
상황은 이렇게 신사적이고 문화적으로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으로
조용히 지나가지 않습니다.
각자의 소중한 자식들이 등장할 순서를 기다리고.. 가슴졸이다, 자식의 순서가 다가오면,..
어김없이 고광도의 Flash Light를 장착한 DSLR을 손에 거머쥔 학부모들은 연단으로 까지 튀어나와 수십발의 미사일 같은 Flash를 쏘아댑니다.
연단에서 공연하는 아이는 눈도 제대로 못뜨고 원래 하려던 자기 발표도 거의 쑥밭이 되기 마련입니다.
십수명이 동시에 등장하는 합창이나, 무용등의 공연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습니다.
수십명의 사진가들이 역시나, Flash로 발칸포를 쏘듯 앞으로 튀어나와,
아이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모두 강력한 광선포를 날려댑니다.
무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혹시나, 자기 아이의 모습이 가려질까 이 순진한(?) 사진사들은 남들보다 더 앞에, 더 높이 위치하여 아이의 얼굴이 사진에 담기게 하려고 서로 몸싸움을 불사합니다.
2시간의 학예회동안 뒤의 학부모들은 거의 공연을 제대로 감상하기 힘듭니다.
물론 최대의 피해자는 공연을 하는 아이들이겠지요.
공연은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내 새끼의 남달리 부각된 Flash에 반영된 쨍한 사진'을 건지는 광란의 촬영대회로 바뀝니다. 무차별로 가해지는 광선총에 아이들은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고 일그러진 얼굴로 공연을 마치고 내려옵니다.
이 사정은 제가 엇그제 겪은 단발성의 경험이 아닙니다.
박물관 행사가 그렇고, 관광지에서의 유적지에서의 한국사람들의 열광적인 사진에 대한 각별한 사랑(?)이 그렇습니다. 아이들의 합기도, 태권도 행사가 그렇고 해마다 벌어지는 벗꽃 놀이, 단풍놀이가 그렇습니다.
적어도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면, 여러 대중이 모여 사진을 찍게 되는 행사일 경우 모델촬영이나, 사진찍는 것이 주 목적인 특수한 행사(제품 발표회, 모델등의 촬영회 등등)가 아니라면 Flash를 터트린다는 것은 정말 대단히 조심스러워야 해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피사체에 영향을 주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방해가 된다면 절대로 해서는 안될 기본의 예절인데,...
DSLR의 가장 큰 미덕인 고감도 ISO의 활용은 염두에 두지 않고 Flash하나에 의존해 행복한 순간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Flash의 공해는 참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한 때 디지털 매체의 시작을 알리는 휴대전화 사용예절이 화두가 된 시절이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한 시대의 시작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시행착오라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십수년이 지난 지금.... 변화된 모습은 좀체로 찾기 힘듭니다.
디지털 시대... 그 편리함과 우수성이 가져다 주는 행복보단, 그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몰이해와 이기심이 사회를 더욱 불편하게 해 주지 않을까 조심스러워지는 세상입니다.
쓰다 보니..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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