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별다른 일 없으면 일주일에 한 번씩 사우나에 갑니다.
다녀오면 기분도 상쾌해지고 새로운 활력을 찾게 되거든요.
아주 어렸을 적에 아버님과 동네 목욕탕에 가면
아버님이 저를 머리 감기고 씻기고 하던 기억이 나는데요.
그 시절에는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등 밀어주는게 너무나 당연한 일상사였지요.
그런데 그 일상사였던 등 밀어주기가 어느 순간 사라지더니 제 기억으로
지금부터 한 20년 전부터 모르는 사람 등 밀어주기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연휴 마지막날 오늘 저녁에 제가 자주 가는 사우나에 갔었는데
옆에 나이드신 분이 열심히 타올로 때를 미시더군요.
저부터도 그러지만 사실 예전에나 그랬지 때타올로 미는 분은 별로 없는데
이 분은 열심히 때를 미시더군요.
순간 마음 속으로 왠지 이 분이 나한테 등을 밀어달라고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연세 지긋하신 분이 저를 향해 방향을 바꾸시더니
"미안한데요... 저 등 좀 밀어주실 수 있나요?"
이러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실 저는 예감이 있었길래(이런 예감은 뭔 예감???) 옆에 분이 부탁하면
어쩌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옆에 분을 힐끗 보니 연세가 지긋한 분이셨습니다.
아마도 저희 아버님 조금 안되는 연세...
그래서 저는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분이 등 밀어달라고 부탁하면 정성껏 밀어드려야겠다고요... ㅠㅠ
정작 부탁하신 분은 제가 등을 한 번 밀어드리자 고맙다고 그만하시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때가 좀 더 나와서 제가 자청해서 한 번 더 밀어드렸습니다.
물론 그 분은 고맙다고 하시고요.
정말 생각지도 않게 이십 여년 만에 모르는 분 등을 밀어드렸네요...ㅎㅎ
아마 제 또래의 젊은 분이 부탁하셨으면 거절했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보편적이던 서로의 등을 밀어주던 관습(?)이 없어진 것이
요즘 세대의 각박한 일면을 대변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어진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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