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얘깁니다요!
실은 얼마 전 서예, 시낭송, 도예, 기타연주, 오카리나연주 등 다양한 취미를 가진 여성동지(친구가 된 지는 3년쯤 되고 그 부군에게서도 아내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어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술대접까지 받은 사이지요)에게 월드뮤직을 간략히 소개하는 정도로 보낸 메일에서 사적인 얘기들을 뺀 것이이랍니다.^^
80년대에 띠시 에노사(Tish Hinojosa)를 필두로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라틴 계 여성가수들로는 아르헨티나의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 베네수엘라의 솔레다드 브라보(Soledad Bravo), 페루의 따니아 리베르타드(Tania Libertad), 볼리비아의 술마 유가르(Zulma Yugar), 멕시코의 아나 가브리엘(Ana Gabriel) 등 월드뮤직 팬들에게 사랑받는 몇몇 빼어난 아티스트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비교적 널리 알려진 띠시 에노사와 메르세데스 소사, 솔레다드 브라보의 음반들은 나중으로 돌릴 것이고, 오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술마 유가르를 집중적으로, 그리고 따니아 리베르타드와 아나 가브리엘에 대해서는 가수의 신상과 음악적 특징을 소개하는 정도로 그치겠습니다.
띠시 에노사가 미국 내 멕시코인 밀입국자의 설움을 멕시코의 목소리로 노래한 것이 돈데보이(Don De Voy;어디로 가나)였다면, Bolivia(언덕 저 너머에)는 유럽 시장에 가장 널리 알려진 여성가수 술마 유가르가 자신의 조국 볼리비아를 향한 끓어오르는 애정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차랑고, 께나 등 안데스의 전통악기를 효과적으로 이용한 반주에 서정적이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볼리비아의 전통음악을 널리 소개하는 술마 유가르는 볼리비아 전통음악의 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5번 트랙 Bolivia는 안데스를 대표하는 월드 뮤직으로 손꼽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지요. 전편이 볼리비아-안데스 음악의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는 이 곡은 중반 이후 변박으로 이어지는 차랑고 연주가 술마 유가르의 보컬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세상의 그 누가 자신의 조국과 이토록 절절한 사랑을 나눌 수 있단 말인가! 이 음반에 수록된 곡들 중에서 가장 서구적인 색채를 발산하는 볼리비아는 메르세데스 소사의 Gracias A La Vida(삶에 감사하오니)의 라이브 버전을 능가할 정도로 중반부 반전의 묘미가 맛깔스러운 작품입니다. 잔잔한 포크 발라드 풍의 반주 위로 그녀의 목소리만이 넓고 깊게 울리던 전반부에서 낮고 넓은 음파를 발산하는 심포냐 음이 타악기의 탄주와 현악기의 리드미컬한 물결을 타며 넘실거리는 후반부에 이르면 그녀의 목소리는 한층 더 빛을 발하게 되지요. 두고두고 되새겨 듣고 싶은 보석(=황보석?) 같은 트랙입니다요, 네.^^
따니아 리베르타드는 명실공히 볼레로를 대표하는 페루 출신 여성가수지만 16세에 멕시코로 진출하여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멕시코 가수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 민중의 목소리”로 알려져 있는 빅토르 하라(Victor Jara), 아따우알빠 유빵끼(Athaualpa Yupanki)등 위대한 누에바 깐시온 뮤지션들과 함께 대학과 노동조합의 무대에서 현실을 노래한 저항가수로도 알려져 있지요.(누에바 깐시온의 거장인 아따우알빠 유빵끼와 빅토르 하라에 대해서는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만, 두 가수 모두 민중봉기의 선봉에 섰다가 머리에 총을 맞고 죽은 채로 발견되었는데, 그래서인지 들을 때 괜히 눈물 짜게 하는 곡들이 많습니다.)
아나 가브리엘은 중국계 멕시컨 혼혈 가수로서 스페인어로 불리는 노래의 통칭인 깐시온을 부르는 가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마리아치(거리악사) 밴드가 주로 사용되는 멕시코 적 깐시온을 부르는 가수입니다. 대부분이 사랑을 주제로 한 그녀의 노래는 경쾌한 곡에 실린 절규하듯 호소하는 목소리가 일품이며 걸걸한 목소리와는 안 어울리게 빼어난 미인이기도 하지요. 선천적 구제불능성 미인 밝힘증 환자에게는 딱! 제격인 가수라고나 할까요? 이 가수의 또 다른 매력(어쩌면 나에게만 통하는?)은 슬픈 내용을 경쾌한 곡에 실었다는 것인데, 그것은 내가 원래 변증법적 인간(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은 이중 인격적 인간이라고도 합디다마는^^)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곡들이 Nicole Flieg의 Ich hab Dich doch liebe(그래도 난 너를 사랑해)라든가 Kim Wilde의 You Keep me hanging on, Sarah Brightman의 동지칠월... 아차차 말고... Winter in July(뉘앙스로 번역하자면 일장춘몽 정도 되겠지요?) 같은 유형의 것들입지요, 녜.^^
(중략) 사적인 얘기
에구... 얘기가 한참이나 옆길로 새고 말았네요, 쩝. 그런데 친구와 그저 아는 사람 사이의 차이점이 뭔지 알아요? 그저 아는 사람과는 얘깃거리가 바로 동나고 만다는 것이지요. --- 러브스토리에서 올리버가 했던 생각의 패러디(표절은 아닐 걸요, 아마?)랍니다.^^
적다 보니 라틴 계 여가수들에 대해서만 설명했는데, 양념(?)으로 지구를 반 바퀴 돌아서 스웨덴 출신의 여가수도 하나 소개합니다. 북구권 특유의 서정성이 돋보이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 Silje Vige(실예 비게)는 1994년에 히트한 곡인 Adele E Aleina(알고 싶어요)가 이별의 대사에서 주제가나 배경음악으로 쓰여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알려진 가수인데, 내 마음에 가장 와 닿는 곡은 1번 트랙의 Ut Av Mitt Liv라는 곡(노르웨이어는 모르니까 무슨 뜻이냐고는 묻지 마세욧!)입니다. 이 가수에게 빠져든 이유는 어설픈 노래들이 꼭 어설픈 나처럼 느껴져서 그렇게 되었다고나 할까나? 같은 이유로 제인 버킨에게도 홀라당 빠져서 지금까지도 그녀의 노래가 간간이 취침 유도제로 쓰이고 있습지요. 아무튼 이 가수의 포맷(?) 역시 제인 버킨과 세르쥬 갱스부르하고 참 많이 비슷합니다.
개똥음학 식 해설을 한 가수가 모두 여성가수들이지요? 그건 내가 원래 여성 밝힘증이라서 가지고 있는 보컬 음반의 80% 이상이 여성 가수들의 것이라 그렇습니다. 나이도 들고 했으니 이제 그만 정신 차리고 철 좀 들라고요? 아, 걍 냅둬! 나넌 이대로 살다가 죽을 텡게로,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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