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글에 대한 답글을 좀 늦게 보았는데 이런 의문이 있을 수도 있습죠.
모집단을 알기 위해서는 전수 조사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CP를 위해 샘플링을 하죠.
여행을 샘플링과 비유하면 쉽게 이해될 겁니다. 유럽을 알기위해 유럽 전역을 빠짐없이 여행할 수는 없으니까요.
유럽여행의 알파요 오메가인 서유럽은 카톨릭입니다. 북유럽은 프로테스탄트, 발칸일부와 러시아까지는 정교죠. 발칸일부에는 이슬람도 있고요. 집단의 문화 특성이 유사한 지역의 경우 한, 두나라를 찍어서 집중적으로 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여행기간이 길어지면 동선이 단순하고, 지식과 경험이 누적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만남과 음식 등 로컬들처럼 행동하며 진정한 생활자가 되는 경험을 합니다. 관광자도 여행자도 아닌 생활자말이죠.
예컨대 3주를 유럽 여행을 한다고 하죠. 여행사에서는 10일 정도에 유럽 7-8개국을 도는 경우도 있더군요. 거리에서 시간낭비하고 남는 것은 구글링하면 쉽게 나오는 전시성 사진뿐이죠. 한 달을 서유럽 여행을 한다고 해도 별로 건지는 게 없습니다. 역시 사진과 동영상파일만 가져올 뿐이죠. 여행정보와 사진 등이 별로 없던 시절에는 찍고 왔다는 증거(?)일 수도 있지만 요즘은 다르죠. 고해상도의 원하는 사진 쉽게 구하고, 케이블이나 위성, 인터넷에는 마음먹으면 어떤 동영상 자료도 구할 수 있습니다.
결국 보여주기 위한 여행이 아닌 스스로를 위한 자기만족 여행이라면 동선은 짧게, 경험은 패턴화시키는 게 중요하죠. 종교가 동일한 유럽이라면 한나라를 찍어서 한, 두달 여행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대도시백화점 소비자의 구매행태를 알기 위해 전국 백화점을 샘플로 할 수도 있지만 대전이나 부산의 백화점 한 곳을 찍어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암튼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카톨릭 국가의 문화자원은 유사점이 많이 있습니다. 문화자원이 풍부한 정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가리아나 세르비아에서 보는 이콘이나 수도원 등은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도 그대로 봅니다. 물론 차이가 있지만 그 것을 체감하기위한 비용과 시간 투입이 과다하다면 재고할 필요가 있죠. 많이 양보해서 다른 형태의 여행도 필요한겁니다.
프랑스나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문화유적, 관광자원도 풍부하고, 실제 연간 관광객 세계 순위 1-3위를 다투죠. 장기간 식민역사 때문에 추후 여행에도 절대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남미를 가면 스페인의 도시구조를 그대로 보게 됩니다. 로마의 유적은 남유럽에서 터키, 중동, 북아프리카에 까지 이어집니다. 프랑스의 문화는 서유럽일부와 북, 서부아프리카, 캐나다퀘벡에 까지 이어지고요. 특히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압도적인 음식문화를 지닌 곳입니다.
서유럽에서 이들 3나라를 맛보기 정도만 하려해도 각각 1달은 필요합니다. 아니 2-3달도 부족합니다. 게다가 문화적 자원은 단순히 경치보기나 건물보기, 사진남기기에 끝나지가 않죠. 미술이나 음악, 문학, 역사 등 세부적 관심사로 들어가면 시간은 한도 끝도 없이 모자라죠. 특정 작곡가나 미술가, 문학가 한 사람을 위해서 1-2주를 투자해도 아깝지 않고요.
이런 노력과 감정이입은 단순 사진 찍기와는 차원이 틀린 즐거움이고 새롭게 각인된 관심은 물리적 여행을 끝내면서 정신적 여행의 시작을 가져옵니다. 여행을 통해 알게 되거나 재인식된 그 나라의 문학, 음악, 미술, 사회, 문화 등에 관한 끊임없는 여행이 시작되는거죠. 식생활이 통째로 바뀌기도 합니다. 요즘같은 온라인미디어 시대에서는 해당 나라의 인터넷 방송을 튜너에 입력 듣게 됩니다.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사진같은 박제화된 추억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은 물론 미래형 경험을 준다는 것입니다. 헤밍웨이도 말하지 않았던가요 “젊은 날을 파리에서 보낼 수 있는 행운이 있다면 남은 인생 당신이 어디에 있던 파리는 당신과 함께 할 것이다. 파리는 움직이는 축제이기 때문에”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기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겁니다. 여행으로 얻은 지식과 경험, 문화충격은 삶에 피드백되어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어 놓습니다. 당근 1-2주일에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죠.
물론 선택은 소비자가 하는 것입니다. 단지 동질성이 높은 문화권 한 나라를 찍어서 한 달 또는 100일, 반년을 통째로 여행하는 것은 절대로 낭비가 아닙니다. 그리고 한 곳에 체류기간이 길어지면 경험과 학습효과로 인한 패턴화로 여행의 질에 비해 비용이 엄청나게 절약됩니다. 언어적인 측면에서도 여행기간이 길어질수록 적응은 쉽게 되고, 상징과 비언어표현에도 익숙해집니다. 솔직히 여건이 안되면 유럽이 아니더라도 인도나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을 찍어서 몇 달간 여행하는 것도 짱입니다.
특히 여행기간이 짧고 관광이 아닌 여행이 컨셉이라면 한 곳에 올인하는 게 훨 합리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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