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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야구 선수 그리고 극성 여성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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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5 14:23: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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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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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야구 선수 그리고 극성 여성팬...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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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가입일자 : 2001-12-12]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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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저는
그 재미와 그리고 꿈과 희망까지도 느낀 것이 사실 고교 야구였습니다.
가끔 아버지를 따라 혹은 동네 친구들과 동대문야구장에 갔었죠.
다녀온 다음 날은 그 이야기를 동네 친구들에게 해주면
아이들은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당시 저희 꼬맹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고교 야구팀은
선린상고였는데
그중에서도 스타는 단연코 박노준 선수였습니다.
그다음으로 김건우 선수였고요.
야구천재로 불리던 박 선수의 플레이 하나에 감탄을 짓던 그런 시절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찾아보니 81년 8월 봉황대기 결승전이었네요.)
박노준 선수가 인터뷰에서 결코 있을 수 없는 경기라던 그날
1회 홈으로 들어오다가 주자였던 박노준 선수가 발목이 꺾이는데
TV를 보고 있던 저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만큼
충격이 컸던 장면이었습니다.
그 부상이 사실 박노준 선수의 야구 인생에 영향을 줬을 거라 생각합니다.
정말 안타까웠던 일이었습니다...
결국, 한국병원으로 후송되어 복사뼈 골절 수술받고 입원하였는데
동네 친구 녀석 이모가 그 병원에 근무하셔서
그 백(?)으로 친구와 저 그리고 친구 형 이렇게 셋이서
박노준 선수 병문안을 하러 그 병원에 갔습니다.
가서 벌벌 떨면서 박노준 선수와 병실에 있던 야구부 형들을 봤네요.
정말 믿어지지 않고 좋으니까 뭐라 할 말도 잘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초등학생(국민학생)이었던 제가 그 자리에서
"앞으로 어느 대학으로 가실 건가요?"
이렇게 물어 박노준 선수와 주변 형, 누나 그리고 친구 이모가
크게 웃었던 기억까지는 납니다.
그리고 야구공에 사인을 받았기 때문에
친구와 저는 엄청난 동네 스타가 되었죠.
그건 그렇고 그 자리엔 여고생 몇 명 그리고
병실 밖에서 수많은 여학생 누나들이 포진하고 있었는데
종일 그렇게 진을 치고 박노준 선수가 병실에서 잠깐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거였죠.
저희 일행이 들어가고 나올 때 누나들의 엄청난 눈초리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마음에 맞는 상상까지 했습니다.
"어린 녀석들이 뭔데... 어떻게 우리 박노준 오빠를 만나는 거야?
우리는 여기서 이렇게 기다리고만 있는데..."
꼭 이런 표정과 모습이었습니다.
병실에서 나오는데 여러 누나가 막 잡고 뭐라 묻기도 하더라고요,
다행히도 친구 이모가 떼줘서 별일은 없었죠.
사실 박노준 선수를 만나는 긴장감 외에도
엄청난 누나들의 기운에 질려 정신이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때 열성팬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지 처음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눈빛도 그때 처음 봤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스타'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열성팬을
실제로 대면하여 좋아하는 스타에 관해 이야기하게 되면
예전 생각이 나서 존중하거나 내버려 둡니다.
굳이 "나는 그 사람이 싫어."란 말을 하지 않죠. 그런 마음이 있더라도요.
꼬맹이였지만 조금 서늘한 구석이 느꼈나 봅니다.
어린 시절 추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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