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게도 재미없는 글이 길기까지 합니다...



어제 퇴근하다 간단히 한잔 하는 중, WIFE와 시비가 싸움이 나는 경우에 대해

이야기를 잠시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의 경우, 어떤 의견 충돌로 인한 싸움(?)이라기보다는,

누가 무엇을 했다 안했다 하는 것으로 싸움이 납니다.



과거에는 제가 분명히 한 이야기를 와이프는 들은 적 없다. 그런 이야기 안했다!

라고 하여 싸움이 나곤 했는데, 요즈음은 좀 더 상황이 심각합니다.



제가 하지 않은 이야기를 분명히 했다고 하니 기절할 노릇입니다.

한 2주전에는 처음 보는 이상한 가방을 메고 나오길래 뭐냐고 물었더니,

기절초풍할 이야기를 하여 결국 한바탕...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다보니 와이프에게서 벌써 치매현상이 조금씩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 그러다 반대로, 혹시 정말 문제는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끔은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요즈음은 아이가 증인이 되어 제가

하는 말이 맞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 와이프도 이제는 살짝 자신이

틀리는 경우가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저 또한 자신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증거 확보를 위해 블랙박스를 집에 달아놓을까 했는데,

최근에는 스마트폰앱으로 소리를 블랙박스처럼 24시간 순환 녹음하는 APP을

직접 만들려고 하고 있다는... (이렇게 해서 이기면 뭐할 것인가...)



와이프의 경우, 국사/세계사 같은 내용은 정말 학창시절에 책을 머리에 넣은 듯이

인물과 년도 등에 대한 놀라운 기억력을 보입니다(전 역사/세계사 깡통).

퀴즈프로 보다보면 국사/세계사는 와이프가 다 맞춥니다...ㅎㄷㄷ



반면에, 이전에 어디 가서 무엇을 먹고, 그때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이야기를 했었고... 하는 기억을 잘 못합니다. 영화같은 것을 같이 봐도

시간지나면 영화 영상이나 내용들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하기도...)

전 머리속에서 당시 상황이 블루레이로 돌아가고 있는데...



그런데, 주변에 함께 마시던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

"우리집과 정 반대네요?" 라고 합창을...???



다른 가정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성들이 영화, 여행, 특별한 장소 방문 등에 대한

기억을 생생하게 이야기하고, 남자들은 그런적이 있었나? 한다는군요.

그리고, 와이프랑 들은 적도 없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여 뭔소리냐고 화내다보면

아이들이 엄마 말이 맞다고 한다고.



어제 갑자기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내가 와이프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는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는 여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고,

와이프는 남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이게 문제인 듯)



오늘부터는 좀 둥글둥글하게, 와이프에게 좀 관대해지려고 노력하고자 합니다...

성격때문에 쉽지는 않겠지만 최대한 노력을 해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