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때 동네극장에서 항상 동시상영으로 두 편씩 보던 버릇이 있어서인지
요즘도 영화 볼 때는 하루 날 잡아서 여러 편을 보게 되더군요. 한 편만 보면 왠지
좀 허전하달까...
보통은 메가박스 같은 멀티플렉스에서 조조를 끼워 두세 편씩 연속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전에 한 번은 보고 싶은 영화가 이 극장 저 극장 분산되어 있어서 하루
날 잡아 세 군데를 돌면서 네 편을 본 적도 있습니다. 그랬더니 하루가 다 가더군요.
본 편수로만 따지면 좀 특수한 경우이긴 하지만 하루에 여섯 편을 본 게 최고인데,
예전에 동숭시네마텍인가에서 베르히만 특별전을 할 때였지요. 그 때 봤던 영화가
톱밥과 양철조각, 한여름밤의 미소, 산딸기, 제7의 봉인, 페르소나, 외침과 속삭임
이런 것들이었는데, 그 중 특히 페르소나는 너무나 신비스러운(=난해한 -_-) 느낌을
받아서 그 뒤로도 몇 번 다시 봤는데 아직도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있습니다... T_T
아무튼 저런 경우가 아닌 이상은 보고 싶은 영화가 하루에 대여섯 편씩 몰아서
상영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무리해서 보게 되진 않고요, 사실
내용은 제껴놓고 단순히 시간표상으로만 따져도 한 멀티플렉스에 눌러앉아 조조부터
심야까지 채워서 보지 않는 이상은 하루 여섯 편을 보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것
같더군요. (중간에 밥도 먹어야 하고...) 그리고 좋은 영화를 많이 봤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반면에 실망스러운 영화를 연달아 봤을 때의 허무함도
그에 못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많이 보는 게 좋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의 더 근본적인 문제는 나이가 드니 체력이 저하되어서 세 편 정도 연달아 보면
꼭 졸게 되더라구요. 영화 보는 데도 은근히 체력이 필요하다는... 또다른 문제는
비슷한 장르의 영화를 연달아 볼 경우 나중에 내용이 막 혼동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좋은 건 영화를 보는 사이에 적당한 간격을 두고 내용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일 듯합니다.
트뤼포 감독 같은 경우는 2만편 정도의 영화를 봤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그렇게 오래
산 양반도 아닌데... 일반인의 경우라면 평생 1만편 보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겠죠?
돌이켜 보면 전에는 식탐을 내듯이 영화를 많이 봤는데 사실 제가 뭐 평론가도 아니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는 한은 많이 본다고 그다지 안목이 높아지는 것 같지도
않더군요^^. 그냥 봤던 것 중에 좋았던 것을 여러번 반복해서 보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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