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재보선 이후 정치에 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지난 몇 년간 정치에 점점 더 깊이 몰입되는 자신을 보면서, 이제는 털어버리기 위해, 마지막으로 평범한 소시민이지만, 대통령님을 조롱하고 욕하는 내용으로 가득한 이 게시판에 대통령님께 보내는 공개 편지를 보내며 정치에 관한 관심을 멀리하려 합니다.
지난 3 년간은, 역사, 정치, 인간, 종교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부패하고 부조리한 역사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고, 정치도 일종의 중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중독에 걸리면 나라보다, 국가보다, 국민보다 이념과 정파의 노예가 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고, 수많은 지식인이, 뒤통수 맞았다는 자괴감이 아니라, 지지하고 영웅시 하는 것을 보면서 인간은 결코 지혜롭고, 현명한 존재가 아님을 알았습니다. 그로 인해 한 가지 분명하게 인간이라는 존재는 이 우주 끝까지 가서 우주의 모든 비밀과 세상의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 할지라도, 결코 인간 자신의 실체를 이해하고 파악할 수 없는 어리석고 우둔한 존재임을 알았습니다.
몇 년 전 서양인과 동양인의 차이를 설명하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습니다. 원숭이와 팬더와 바나나를 놔두고 두 개를 묶는 것이었는데, 서양인은 원숭이와 팬더를 묶고, 동양인은 원숭이와 바나나를 묶는다는 연구결과였습니다. 결과를 보면 사물을 보는 시점에서 서양인은 같은 동물을 묶는 객관적 사고를 하는데, 동양인은 원숭이의 먹이는 바나나라는 주관적인 사고를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통령님의 시장 시절 서울의 교통, 문화, 자연 모든 것이 바뀌면서, 전임 시장들에게서 느껴 보지 못했던 당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여든지, 야든지 후임 시장들은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당신을 롤모델로 삼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당신을 롤모델로 삼아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주려 할 것이고, 아름드리한 은행나무들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던 거리를 돌덩어리 밖에 없는 말뿐인 광장으로 만드는 우스꽝스러운 짓도 할 것입니다.
시장 시절 대통령님의 모습이 후임 시장들의 롤모델이 되듯이, 대통령님의 후임 대통령들도 자의로든, 타의로든 당신을 롤모델로 삼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못해먹겠다”, “외롭다” 하며 한심한 신세 한탄이나 하며 언론과 싸움이나 할 줄 밖에 몰랐던 전임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경제, 외교에서 보여준 당신의 모습은 후임 대통령들은 눈치를 보며 닮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국가 경제와 깊이 연관된 외교활동, 퍼주기식 복지가 아닌 정책으로서 계층간 소득차이를 줄이려는 동반성장 정책과, 무엇보다 하루 5시간 자면서 매일 국가운영을 책임졌던 당신의 모습은 단지 자리만 지키는 것으로 만족하려는 후임 대통령들에게 무엇보다 경각심을 줄 것입니다.
앞에서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에 대한 연구 결과를 언급했습니다. 객관적인 사고 중심의 서양, 주관적 사고 중심의 동양이 그것입니다. 그 연구를 언급하는 이유는 한 나라 지도자의 능력과 이미지를 생각해보기 위함입니다.
세계 2차 대전 후 많은 식민지 국가들이 해방을 맞이했고, 그 나라들 가운데 상당수가 민주주의 국가들로 새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나라들 가운데, 경제적으로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는 한 나라도 없습니다. 가장 앞선 한국조차도 선진국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너무 많은 문제와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대다수 후발 민주국가들이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사람들은 그 나라들의 지도자들의 능력에 문제 삼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지도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문제입니다. 선진국에서도 지도자들의 능력은 중요합니다만, 후진 민주국가들에서의 지도자들의 능력은 선진국의 지도자들보다 몇 배나 더 중요합니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능력보다 이미지가 더 좋은 지도자가 뽑힌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그 주위에는 오랜 동안 교육과 정치 훈련을 받은 세련되고 능력 있는 동료들과 조언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후발 민주국가들 지도자들 주위는 선진국의 지도자들 주위와는 전혀 다른 유형의 인물들만 있습니다. 그들 주위에는 훈련되고 준비된 동료들이나 조언자들이 없습니다. 다들 인맥과 개인친분으로 연결된 동료들이고 조언자들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후발 민주국가일수록 이미지가 아니라 능력 중심의 지도자가 나서야 합니다.
능력과 이미지를 모두 갖춘 지도자가 나온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 대표적인 예가 브라질의 룰라입니다. 룰라의 이미지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미지라고 여겨집니다. 그 이미지에 의해 그가 브라질이 대통령이 되었고, 그 이미지를 넘어선 능력으로 그의 재임 기간의 브라질을 세계 강국 가운데 한 나라로 부상시켰습니다.
브라질과는 다르게, 남미의 많은 국가들, 동남아의 민주화된 국가들은 후진국형 민주주의 국가들로서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책임은 그 나라들의 지도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이끌어나갈 지도자들을 보지 못하는 국민에게 있습니다. 후진국형 민주국가들일수록 표퓰리즘적이고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며 정치를 하는 지도자들을 좋아합니다.
후진국일수록 국민은 지도자를 뽑을 때, 이미지보다는 능력 있는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후진국일수록 지도자 한 사람의 능력은 선진국 지도자들보다 더 큰 능력, 더 큰 통찰력, 더 큰 지도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지도자를 후진국 국민들이 선택하기 위해서는 이미지보다는 능력 중심의 인물을 볼 수 있는 판단력이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정치인은 민주당의 이해찬입니다. 현 정치인들 가운데 대통령님과 가장 근접한 인물이라고 보여집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한나라당이 가장 경계한 인물이라고도 설문 조사가 나왔습니다. 이해찬은 노무현 전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이였지만 유시민, 김두관, 문재인과 같은 그 똘마니들처럼 노무현 팔이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자신과 노무현과 그리고 정치에 대해 냉정하고 객관적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미지는 대중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날카롭고 가까이 하기에 어렵게 하는 이미지입니다. 앞으로도 정치권이나 국민들은 이해찬을 앞으로도 사장시킬 것입니다.
후임으로 국민들은 이미지는 당신보다 좋지만, 능력은 한참 모자라는 손학규나 박근혜, 아니면 노무현 똘마니를 두고 또 아귀다툼을 하며 선거를 치룰 것입니다. 하지만, 대통령님은 그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임기를 보내야 할 지 훌륭한 본보기가 되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실 것입니다.
대통령님, 수십억을 처먹은 전임 대통령을 영웅시하던 그 무리들은 대통령님과 가족, 그리고 인척이 수천만원만 잘못 받아도 법정에 세우려고 할 것입니다. 남은 임기 게이트가 일어나지 않게 주변을 잘 관리해주시고, 더욱 훌륭한 정책으로서 임기 끝까지 이끌어 주시길 바랍니다.
이제 지상의 역사는 종착지의 막바지에 이르렀음을을 봅니다. “탐욕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는 말씀처럼, 탐욕과 쾌락을 위해 무한 질주하는 인간들을 지구는 곧 토해 내려 합니다. 주님이 그 마무리를 하실 것입니라. 그간 기업을 하고, 정치를 하느라 세상 떼를 많이 묻힌 것으로 압니다. 퇴임 후에는 여사님과 행복한 여생을 보내시면서 믿음 생활에 전념하시다가 대통령님이 가장 존경하는 천국의 어머니 곁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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