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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방문하는 모 게시판에서 양애경 시인의 "내가 만약 암 늑대라면"의 시 일부가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그 시에 솔깃 매료되어 전문을 한번 찾아보았습니다.
일단 언어가 흥미롭고 에로틱하며 은유적인 암시를 구사한...
여성의 감각적인 시라고... 저는 느끼기에.^^
혹...시 쪽에 관심이 있으신... 와싸다 회원님들에 평가는 어떠신지요
링크에는 작가에 시가 씌어 진 배경을 설명한글이 있습니다.
작가:양애경시인 (2004)
내가 만약 암늑대라면
밤 산벚꽃나무 밑에서 네게 안길 거다
부드러운 옆구리를 벚꽃나무 둥치에 문지르면서
피나지 않을 만큼 한 입 가득 내 볼을 물어떼면
너는
만약 네가 숫늑대라면
너는 알콜과 니코틴에 흐려지지 않은
맑은 씨앗을
내 안 깊숙이 터뜨릴 것이다 그러면 나는
해처럼 뜨거운 네 씨를
달처럼 차가운 네 씨를
날카롭게 몸 안에 껴안을 거다
우리가 흔들어놓은 벚꽃 둥치에서
서늘한 꽃잎들이 후드득 떨어져
달아오른 뺨을 식혀줄 거다
내 안에서 그 씨들이 터져
자라고 엉기고 꽃피면
(꽃들은 식물의 섹스지)
나는 언덕 위에서
햇볕을 쬐며 풀꽃들 속에 뒹굴 거다
그러다 사냥을 할 수 없을 만큼 몸이 무거워진 내 곁을
네가 떠나 버린다면
그래서 동굴 안에서 혼자 새끼를 낳게 한다면
나는 낳자마자 우리의 새끼들을 모두 삼켜버릴 거다
하지만 너는 그러지 않겠지
움직이지 못하게 된 내 곁을 지키면서
눈시울을 가느다랗게 하면서
내 뺨을 핥을 거다
후에 네가
수컷의 모험심을 만족시키려 떠난다면
나는 물끄러미
네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거다
그리고 다음 해 봄에는
다른 수컷의 뺨을 깨물 거다
평생을 같은 수컷의 씨를 품는 암늑대란
없는 거니까
(중략)
[출처] 김명원의 시인탐방【14】매콤 달콤 쌉싸래한 맛시 요리사, 양애경 시인 대담: 김명원(시인, 대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웹진 시인광장 2011년 3월호[통호 제25호]